[Review] 재즈 자유이용권 티켓을 얻었습니다. - 에멧 코헨 트리오 내한 공연

재즈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재즈를 좋아하게 된 이유
글 입력 2023.02.12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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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5일 용산 아트홀 대극장 미르에서 “에멧 코헨 트리오 첫 내한공연”이 열렸다. 티켓 부스에 붙여진 공연 안내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에멧코헨트리오 단체사진_(c)Gabriela Gabrielaa.JPG

 

 

 

“셋리스트는 즉흥적으로 정해집니다.”


 

나는 잘 모르는 세계에 무턱대고 재즈처럼 즉흥적으로 들어갔다.


내가 아는 재즈는 영화 속 모습뿐이었다. 영화 <라라랜드>에서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은 에멧 코헨처럼 재즈 피아니스트다. 영화 속 그는 재즈에 관심 없는 미아를 재즈바에 데려가서 공연을 보며 말한다.


“재즈는 편한 음악이 아니에요. 재즈는 그냥 듣는 음악이 아니에요. 얼마나 치열한 대결인지 두 눈으로 직접 봐야 해요.”

 

 

에멧 코헨.jpg
에멧 코헨 트리오 공연 모습

 

 

공연장에 시작종이 울리고, 세 명의 연주자가 손을 흔들며 무대로 들어왔다.

 

에멧 코헨 트리오는 피아니스트 에멧 코헨, 드러머 카일 풀, 베이시스트 필립 노리스 3명으로 이루어졌다. 특히 에멧 코헨은 재즈 잡지 다운비트(DownBeat)에서 뽑은 2022년 재즈 피아노 라이징 스타로 선정될 만큼 미국 재즈계에서 주목받는 재즈 피아니스트다.


그의 피아노는 시종일관 통통 튀었다. 건반 위 손가락에 스프링이 달린 것 같았다. 셋 중 가장 적극적으로 선율을 끌고 가지만 무거운 책임감보다 산뜻한 즐거움이 느껴졌다. 자신의 연주를 듣고 환호하는 관객의 반응을 듣고, 연주의 활력을 배로 느낄 수 있었다.


연주를 들으면서 가장 좋았던 건, 세 연주자의 합이었다. 재즈의 특성상, 한 악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연주를 끌고 가지 않는다. 피아노, 베이스, 드럼이 리듬과 선율을 주고받으며 주도권을 뺏고 빼앗기며 연주한다. 분명 피아노 소리가 선명하게 귀를 때렸는데, 어느새 피아노의 소리가 약해지고 둔탁한 베이스나 재기발랄한 드럼의 소리가 귓가를 맴돈다.


필립 노리스의 베이스는 튀기 어려운 음역를 가진 악기지만 그의 연주는 한계를 뛰어넘는다. 베이스를 빠르게 튕기면서 멈출 수 없이 달려가는 속도에 매료된다. 이를 증명하듯 공연 중 베이스의 솔로 중간에 관객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카일 풀의 드럼은 브러쉬로 내는 소리가 신기해서 집중해서 들었다. 드럼 스틱으로 쳐내는 단호한 소리보다 브러쉬로 스르륵 연주에 스며드는 소리가 피아노와 베이스의 연주를 아울렀다.


그리고 이번 에멧 코헨 트리오 공연은 한국 라이징 스타와 협연도 돋보였다. 색소폰 연주자 송하철과 이수정의 연주는 나의 고정관념을 깨주었다. 고등학교 축제 때 들은 교장선생님의 색소폰 연주를 지루하고 고리타분했는데 프로의 연주는 확실히 달랐다. 송하철의 연주는 단단한 땅을 걷는 연주라면 이수정의 연주는 하늘을 나는 연주였다. 그리고 재즈 피아니스트 강재훈과 에멧 코헨의 합동 피아노 연주는 즉흥연주의 끝을 보여줬다.

 

한 피아노에 나란히 앉아 네 개의 손이 동시에 움직였다가, 한 마디씩 마주치며 연주하고 심지어 연주 도중에 자리를 바꾼다. 가장 재치 있던 연주였다.

 

 

Emmet Cohen photo by Gabriela Gabrielaa (7).JPG

 

 

 

재즈 공연장은 처음이라,


 

이번 공연에서 가장 신기했던 건, 관객과 끊임없는 소통이었다. 박수나 환호가 제 4의 악기로 느껴질 만큼 공연장이 살아있었다. 평소에 다른 공연장에서 느낄 수 없는 재즈 공연장만의 독특한 문화다.

 

연주가 어느 기점을 다다랐고 무사히 지나갔을 때 박수가 항상 터져 나왔다. 처음에 나는 환호성이 어색했는데, 연주를 듣다 보니 저절로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었다. 공연장의 온도는 시작 전보다 1도 정도 올라간 것 같았다.


재즈는 잘 몰라서 공연장에 선뜻 가기 어려웠다. 공연에서 가장 중요한 건, 즐길 준비가 된 마음이다.

 

<에멧 코헨 트리오> 공연 덕분에 내 안의 재즈 자유이용권 티켓을 하나 얻은 기분이다.

 

 

 

아트인사이트_컬쳐리스트.jpg

 

 

[강현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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