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좀비 미학 고찰하기 [미술/전시]

좀비미학이란 개념 탐구
글 입력 2023.02.12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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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좀비 미학”이라는 단어를 설명하고자 한다. 좀비 미학에서 말하는 좀비는 신자유주의와 이에 기인한 현대인의 불안으로 해석되거나 기형적인 현대문명의 상징적인 현상으로 분석된다고 한다.


처음 내가 좀비 미학이라는 단어를 접한 것은 무라카미 다카시가 전시를 진행한다는 기사에서였다.

 

부산 서울시립미술관 홈페이지에는 다음과 같이 전시를 설명한다. “일본 대중문화, 특히 만화가 가지고 있는 ‘귀여움’, ‘기괴함’, ‘덧없음’의 미학을 작품에 끌어들였던 작가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좀비 미학’을 적극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쓰인 글에서 귀여움, 기괴함, 덧없음의 미학을 작품에 끌어들였다는 내용만 이해하고 좀비 미학을 이해하지 못했다. 무라카미 다카시의 작품을 보면 일본 대중문화가 갖는 귀여움, 기괴함, 덧없음의 미학이 뭔지 확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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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사진처럼, 무라카미 다카시는 만화나 캐릭터의 표현을 중요하게 여겼는데, 이러한 그의 미학을 수퍼플랫이라고 일컫기도 한다.

 

쉽게 말하면, 무라카미 다카시는 세상 예술은 결국 입체적이지 않고 평면적인 캐릭터나 만화처럼 표현될 것이고, 이는 전 세계를 이미지가 지배하는, 표면의 관점을 주는 시대로 만들 것이라고 보았고, 이를 수퍼플랫(super plat)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더 나아가 전개했다는 좀비 미학에 대해서는 이해가 잘 안 되었다. 좀비가 신자유주의(시장의 기능과 민간의 자유로운 활동을 중시하는 이론-경제적 자유방임주의의 일종)와 이에 기인한 현대인의 불안으로 해석되거나 기형적인 현대문명의 상징적인 현상으로 분석된다고 하는데, 그래서 뭘 상징한다는 건지 이해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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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를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사전에서 단어를 찾듯, 나 역시도 사전에서 단어를 찾아보았다.

 

기형적인 이란 생김새가 정상과는 다른 것이라고 한다. 근데 이렇게 모든 단어를 찾아도 이해하기 어렵다. 일단, 지금까지 정리한 내용으로만 보면, 시장이 개입하지 않는 세상과 이러한 세상 때문에 생긴 현대인의 불안 혹은 정상과는 다른 현대문명의 구체적인 모습으로 드러나는 상태나 모양을 좀비라고 한다는 것이다.


정리한 내용에 전문적 지식을 덧붙여보자면, 신자유주의를 동시대 인터넷 문화와 소비사회를 정의하는 시대개념이라고 본다면, 신자유주의는 인터넷 문화와 소비사회를 일컫는 말이고, 이에 기인한 현대인의 불안은 이미 인터넷처럼 체계화된 세상에서 생각 없이 쳇바퀴 굴리듯 사는 인생에 대한 공포와 불안, 대체될 것이라는 불안이라고 볼 수 있다.


다음으로 기형적인 현대문명의 상징적인 현상은 키덜트 문화에 빗대어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키덜트 문화는 어른이 되기를 유예하고 유보하는 젊은이들의 문화를 말한다. 쉽게 말하면, 성인이면서 어린이처럼 캐릭터나 만화를 좋아하는 어른, 키드와 어덜트의 합성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키덜트는 사실 사회가 요구하는 어른의 모습, 즉 사회의 정상성에서 벗어나있다.


그리고 무라카미 다카시의 이러한 캐릭터나 귀여운 이미지를 활용한 작품은 기형적인 현대문명의 상징적인 현상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말을 좀비 미학이라고 할까. 좀비로 표현한 이유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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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살아 있는 시체. 컴퓨터에서 시스템 자원을 점유하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아무 일도 하지 않는 프로세스. 악성 프로그램이 설치되어 다른 사용자나 프로그램을 조종하는 컴퓨터. 만약, 좀비 미학이 인터넷 문화와 소비문화 속 도태될까 봐 걱정하는 현대인의 불안을 좀비라고 표현한 것이라면 두 번째 정의가 사용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면, 간단하게 생각해서 살아 있지도 죽지도 않은 이미지로 표현되는 현대인의 문명이 좀비로 표현된 걸 수도 있다. 이에 관해 정확한 답을 찾고 싶었지만, 좀비 미학을 다룬 논문은 없었고, 서울시립미술관 홈페이지에서도 좀비 미학에 대해 이렇다 할 쉬운 정의를 내려놓지 않았고, 전시회 후기를 모두 읽어도 좀비 미학에 대해 설명하거나 좀비 미학을 이렇게 생각했다는 내용이 없었다.


그래서 정확한 정의를 정리하지는 못했지만, 나름대로 좀비 미학은 디지털화된 현대문명 속 인간이 느끼는 소외감, 공포 때문에 등장한 키덜트와 같은 정상성에서 벗어난 모습을 말하는 미학이론이라고 정리해보았다.


이번에 정리하며 가볍게 바라는 점이 생겼는데, 제발 국립미술관이나 공립미술관에서 내용을 적을 때 그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닌 누가 봐도 이해할 수 있는 단어와 문장으로 써줬으면 좋겠다. 그러라고 많이 배운 거 아닌가. 항상 이렇게 개념이 어려워 개념의 원천을 찾아갔을 때 그곳이 미술관 홈페이지면 답답함을 느낀다.

 

 

[이세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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