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지나친 고백

글 입력 2023.02.09 22:05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지나친고백_표1띠지.jpg

 

 

2020 아마존 올해의 책,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내가 나이기 위해서, 말하면 안 되는 게 있나요?"

  

 

 

"이런 고백은 없었다. 비밀은 유독하니까!"

'지나친 고백'으로 출간 직후 폭발적 논쟁을 불러일으킨 화제의 책


 

크리스티는 페미니스트 교육을 받고 여성들을 위해 법률 자문을 줄 수 있는 변호사가 되었지만, 성적으로 자신을 학대하는 애인을 마지막까지 옹호했으며, 상담 그룹 안에서 유부남과 밀회를 즐기고, 부모님에게는 수년간 그룹 상담을 받고 있다는 고백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비밀은 유독하다"는 로젠 박사의 상담 철학은 크리스티를 바꾸었다. 어린 시절 항문에 기생충이 생겨 수치스러움에 몸서리치며 밤을 지새우고, 스스로를 역겹다고 생각한 일. 방학 때 친구의 가족과 함께 놀러 간 바다에서 친구의 아버지가 눈앞에서 목숨을 잃어 자책한 일. 식당에서 나와 음식을 공유하지 않는 남자친구에게 분노해 한밤중에 접시를 던져 깨부순 일. 해외 출장 중에서도 외로움에 몸서리치다 결국 프로젝트를 포기한 일. 말하지 않는 편이 나를 더 안전하게 만들 것 같은 이야기들을 크리스티는 사람들과 공유한다. 이들이 고백하는 곳은 비밀을 지켜야만 안전한 공동체가 아닌, 아무리 수치스러운 고백이라도 꺼내 놓았을 때 오히려 안전한 미래를 함께 도모할 수 있는 구성원들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전하다는 것이 친절하고, 따듯하다는 뜻은 아니다. 그룹 사람들은 무조건 응원하고, 위로하지 않는다. 그들은 누가 더 로젠 박사의 관심을 받는지 눈여겨보고, 질투하고, 서로의 말을 자르고 내가 더 아프고 힘들다고 소리친다.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내담자에 대해서는 욕설과 비난을 멈추지 않는다. 크리스티를 비롯한 그룹 사람들은 비밀 속으로 숨지 않고 속마음을 모두 말한다. 내가 무엇 때문에 기분이 상했으며, 무엇에 분노하였고, 무엇을 사랑했는지 소리내 말함으로써 비로소 깨닫기 때문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우리가 어떤 관계인지. 여성의 몸과 욕구, 관계와 우정의 적나라한 진실에 관해서 이 정도로 솔직하게 말했던 작가가 또 있을까. 지금껏 세상에 나온 여성들의 강력한 목소리 중에서도 가장 노골적이지만 과장하지 않고, 언젠가 따라하고 싶었던 이야기의 방식으로 우리의 내면을 일깨운다.

 

 


수치심과 트라우마, 왜곡과 중독...

우리가 최선을 다해 속마음을 털어놓을 때

진정한 마음의 치유가 시작된다



누군가와 허심탄회한 대화를 하다 보면, 우리 모두 어린 시절에 겪은 불의의 사고와 성적 트라우마, 부모와 교육의 억압으로 인해 주눅 든 성격의 일부분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이런 대화를 소수의 사람과 속삭이듯 수치심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이 익숙하지만, 비밀이 나와 우리 관계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아는 이들은 부끄러움 따위는 개의치 않고 끊임없이 서로의 생활에 침범한다.

 

크리스티는 "자기가 어떻게 망가져 있는지, 거기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내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고요. 불쌍하지 않아요. 크리스티는 열심히 노력했지만 얻고 싶은 것들을 전부 다 얻지는 못했고, 그래서 화가 난 거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자꾸 '불쌍한 나' 어쩌고 하는 것보다는 화내는 게 나아요."(295쪽)라는 냉철한 피드백에 고마움을 느끼면서도 숨을 쉬기 어려운 수치심을 느꼈다. "진짜로 궁금해서 그러는데요. 이유가 뭐예요? 왜 상담 시간에 그 사람에 대해 얘기할 수 없다는 거죠?"(389쪽)라며, 타인에 대해 말하기를 강요받기도 한다. 또 반대편에서는 '내 이름을 언급하지 말라'는 남자친구 때문에 고민은 깊어지며, 그동안 상담을 통해 겨우 찾은 내면의 안정이 한순간에 무너지기 직전까지 간다. 어느 고백 하나 쉬운 게 없다.

 

"사람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칼집, 그러니까 타인의 욕망, 요구, 옹졸함, 선호 같은 것들과의 불가피한 충돌, 그리고 관계를 이루는 그 모든 흔하디흔한 의견 절충 과정 때문에 마음이 손상되는 걸 내가 두려워하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었다. 결합되기 위해서는 칼집이 필요했는데, 내 마음에는 홈이 나 있지 않았다."(16쪽) 하지만 나를 조금 흠집 내더라도 사람들과 함께 살아온 경험의 흔적이 우리의 관계를 더욱 끈끈하게 연결해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중 어느 한쪽만 상처받거나 어느 한쪽만 불행하다고 착각하지 않고, 관계의 균형을 이룰 수 있다. 자신도 모르는 새 "내 목소리를 내고, 선을 그어야 할 곳에 긋고, 그와 함께 있을 때도 내 감정을 잘 통제하"(444쪽)는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고 고통을 토로하는 타인에게는 "그 기분 알아요. 나도 그랬어요. 나는 더러운 고추를 빨았었는데, 혹시 그 얘기 들어봤어요?"(474쪽)라고 그의 팔을 붙잡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결혼할 남자를 찾아내면 내 깊은 외로움도 치유될 줄 알았다. 하지만 순수하고 더없는 기쁨은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두려움과 외로움이 속삭이는 걸 느꼈다. 나는 여전히 나였다."(456쪽)

 

무엇보다 언제 어디서 정체 모를 외로움과 불안이 찾아와도 나는 어디로 밀려나지 않고 그대로 그 자리에 있으며, 그들도 여전히 그곳에 둥글게 모여 앉아 나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믿음이 우리의 생활을 지탱하고 있다.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사생활을 고백하는 사람들

둥글게 둘러앉아 터놓는 속마음

진실을 향한 욕망 부추기다



우리는 여전히 여러 가지 감정을 금기, 예의, 사회의 암묵적 분위기 속에서 선뜻 말하지 못하고 있다. 부정적인 말과 속 깊은 이야기, 지나치게 솔직한 생각은 언급하지 않는 것이 관계를 지키는 법이라고, 비밀을 폭로하는 일은 나의 약점을 내어주는 일이라고 배운 우리에게 크리스티는 비밀의 매커니즘과 진실을 몸소 보여주며, 그동안 우리가 비밀의 작동 원리를 무시한 채 스스로 입을 막고 있었던 사실마저 폭로한다.

 

사생활은 보호되어야 하고, 개인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현시대에 로젠 박사의 그룹은 구시대적이고, 비문명적인 모임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반대로 인간이 맺을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인 관계가 이들 안에서 형성되었다는 사실을 반증하기도 한다.

 

"자신이 왜 사생활에 그렇게 큰 의미를 두는지 한번 살펴봐도 좋을 거예요."(60쪽) 로젠 박사에게 크리스티에게 건넨 이 질문은 우리에게도 언제부터 사생활을 중시여겼으며, 왜 사생활을 지키기 위해 지나치게 많은 힘을 들이는지 묻는다. 로젠 박사는 곧이어 비밀의 작동 원리를 설명한다. "다른 사람들의 비밀을 지키는 건 다른 사람들이 내 문제를 알게 되는 것보다 더 해로워요. 비밀을 지키는 건 자기 몫이 아닌 수치심을 품는 일이니까요."(60쪽)

 

크리스티는 그간 자신을 괴롭게 하던 것은 불안이나 우울, 외로움이 아니라 말 못 할 비밀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거식증과 몰래 혼자 사과 열두 개를 앉은 자리에서 먹어치우는 지극히 개인적인 일과 나를 괴롭게 하는 남자친구의 무기력증과 성적인 문제들을 '비밀로 하고 있는 것도 갑자기 참을 수 없게'(70쪽) 느끼고 사람들 앞에 털어놓는다. "혼자서 감당하려고 애쓰기라는 대죄"(391쪽)가 나와 공동체를 결국 망가지게 할 것이라는 진실을 알기 때문에 일상과 트라우마를 해부하고 결합하는 과정을 거친 것이다.

 

 

 

크리스티 테이트 Christie Tate


 

수필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욕망과 감정을 솔직한 어법으로 기록하는 것에 몰두하며, 활발하게 회고록을 출간하고 있다. 대형 로펌 스캐든 압스와 앱스타인 베커&그린 등을 거친 후, 연방정부 변호사로 일했다. 10년 가까이 집단 상담에 관한 글을 쓰고 있고, 이십 대 중반부터 이어온 집단 상담도 글쓰기와 마찬가지로 계속될 것이라고 말한다.

 

[뉴욕 타임스] '모던 러브' 칼럼과 더불어 [더 럼퍼스] [더 워싱턴 포스트] [더 시카고 트리뷴] [맥스위니의 인터넷 동향] [이스턴 아이오와 리뷰] 등에 꾸준히 글을 기고해왔다.

 

 

[박형주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7.21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