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English ‘Detective’ in New York [드라마]

드라마 <엘리멘트리>(2012), <더크 젠틀리의 전체론적 탐정 사무소>(2017)
글 입력 2023.02.03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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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don't drink coffee, I take tea, my dear 나는 커피 대신 차를 마셔요

I like my toast done on one side 토스트는 한쪽만 굽는 편이고요

And you can hear it in my accent when I talk 내 억양에서도 느껴지다시피

I'm an Englishman in New York 나는 뉴욕에 사는 영국인이랍니다

 

 

스팅의 명곡, Englishman in New York(1987)은 제목 그대로 뉴욕에 사는 영국인의 이야기이다. 영국인은 커피보다 차를 즐기고, 식빵의 양면이 아닌 한쪽 면만 구워 토스트를 완성하고, 얼핏 들어도 튀는 억양을 가진다. 뉴욕에서 그는 이방인이다. 


이방인이란 그리 거창한 게 아니다. 외계인도 이방인이고 옆 동네에서 온 전학생도 이방인이다. 물리적 요소만 이방인의 조건이 되는 것도 아니다. 어떠한 연유로 주변에 섞여 들지 못한다면 그는 이방인이다. 이방인은 외롭기 마련이다. 자기 모습을 그대로 봐주고 이해해줄 사람이 없기에 외톨이일 수밖에 없다. 


좋아하는 드라마 중에 영국인 주인공이 등장하는 미국 배경 작품이 두 개 있다. 이 두 주인공은 스팅의 노래처럼 미국에 사는 영국인이라는 의미의 이방인이지만, 다른 의미의 이방인이기도 하다. 둘 모두 오랜 시간 외톨이로 살아온 남다른 개성의 소유자라는 점이다. 재밌게도 탐정이라는 직업까지도 동일하다. 


공통점이 이렇게나 많지만, 드라마의 분위기나 주인공의 성격은 전혀 다른 드라마 <엘리멘트리>(2012)와 <더크 젠틀리의 전체론적 탐정 사무소>(2017)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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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HOLMES. NEW WATSON. NEW YORK.

드라마 <엘리멘트리>(2012)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탐정이 누구냐 묻는다면 단연코 아서 코난 도일이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 셜록 홈즈일 것이다. 그만큼 셜록 홈즈는 수많은 영화, 연극, 뮤지컬 등으로 다시 태어났고 그중에는 국내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영국 드라마 <셜록>(2010)도 있다. 하지만, 오늘 이야기할 미국 드라마 <엘리멘트리>(2012)는 셜록 홈즈의 미국 생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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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일곱 개의 시즌으로 이뤄진 드라마 <엘리멘트리>(2012)는 런던 베이커가(街) 221B가 아닌 뉴욕에 사는 홈즈의 이야기를 다룬다. 모종의 이유로 영국을 떠난 홈즈는 그의 재활을 돕기 위해 고용된 왓슨과 함께 뉴욕의 해결사로 활약한다. 


홈즈와 왓슨의 첫 만남은 그리 좋지 않다. 홈즈는 왓슨을 불편한 감시인으로, 왓슨은 홈즈를 독선적인 고객으로 본다. 하지만 차츰 사이가 좋아진 둘은, 때로는 홈즈가, 때로는 왓슨이 손을 먼저 내밀며 관계를 쌓아 나간다. 


홈즈는 이방인이다. 단순히 그가 미국에 사는 영국인이라서가 아니라, 정상 범주를 뛰어넘는 지능과 유별난 성격이 그를 이방인으로 만든다. 그는 가족들과도 사이가 나쁘고, 협업해야 하는 경찰 관계자들과도 좋은 관계를 맺지 못한다. 


그러나 홈즈는 왓슨을 인정하고 그와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느리게, 그러나 꾸준히 성숙해진다. 홈즈의 고용인으로 시작해 제자, 그리고 조수, 나중에는 동업자가 된 왓슨은, 종래에는 동반자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큼 홈즈에게 중요한 사람이 된다.


두 사람 간의 도움은 일방적인 것이 아니며, 홈즈 또한 왓슨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무의식중에 안정적이고 이상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던 왓슨은 홈즈의 곁에서 자신만의 모험을 한다. 홈즈와 왓슨은 서로가 서로에게 닻이자 방향키이다. 


이렇듯 홈즈와 왓슨의 건강한 관계가 이 작품을 아끼는 이유라면, 작품을 끝까지 볼 수 있게 한 힘은 시리즈의 높은 완성도가 제공한다. 꽤 긴 시리즈임에도 불구하고 용두사미 결말이 아니라는 게 해당 작품의 크나큰 장점이다. 매 에피소드가 비슷한 전개로 반복된다는 수사물의 고질병은 약간 보이지만, 시즌을 끌고 나가는 큰 사건이 계속해서 흥미를 유발하기에 마지막 화까지 재밌게 감상할 수 있다. 

 

 

 

Everything is connected. Nothing is also connected.

드라마 <더크 젠틀리의 전체론적 탐정 사무소>(2017)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1979)로 유명한 더글러스 애덤스의 또 다른 작품 <더크 젠틀리의 전체론적 탐정 사무소>(1987)는 드라마로 두 차례 재탄생했다. 하나는 영국 드라마 <더크 젠틀리>(2010)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 드라마 <더크 젠틀리의 전체론적 탐정 사무소>(2017)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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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드라마와 달리, 미국 드라마 <더크 젠틀리의 전체론적 탐정 사무소>(2017)는 원작의 큰 설정을 가져왔을 뿐, 소설과는 다른 에피소드를 다룬다. 주인공 ‘더크’는 항상 사건의 흐름에 휩쓸리게 되는, 자의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능력 아닌 능력이 있으며 이 특징이 더크를 ‘전체론적’ 탐정으로 만든다.


사실 이 작품에서는 더크의 억양만 빼면 그가 영국인이라는 점이 강조되지는 않는다. 그래도 더크는 변함없이 이방인이다. 매일매일 사건과 맞닥뜨리느라 평범한 생활을 할 수 없는 더크는 혼자 외로운 삶을 살아왔다. 더크의 발랄한 성격 아래 숨은 상처는 또 다른 주인공 ‘토드’를 만나며 새살로 채워진다. 토드 이전에는 친구를 갖지 못했던 그는 관계에 서툴고 약간 집착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점차 안정적으로 변한다.


토드도 처음에는 더크 곁에서 맞이하는 혼란을 거부하고 더크를 원망하기까지 했으나, 나중에는 자신도 더크의 소용돌이에 휘말렸음을 인정하고 모험을 즐긴다.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기 시작하면서, 토드는 이제껏 회피하기만 했던 개인적인 문제를 제대로 마주하는 등 긍정적인 변화를 보인다. 


평범과는 거리가 먼 더크와 그 옆에서 곤란해하는 토드의 모습이 자주 비춰지지만, 사실 이 두 사람은 날뛰는 말과 그 고삐의 역할을 번갈아 수행한다. 기묘한 줄거리 설명에서 눈치챘겠지만 보통의 수사물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코믹 판타지 드라마로, 현재 시즌2까지 제작되었으며 시즌3가 캔슬되어 아쉬워하는 팬들의 목소리가 크다. 한 시즌 전체에 걸쳐 사건 하나를 해결하는 형식인 만큼, 시간 여유가 된다면 최대한 연달아 보기를 추천한다.

 

 

 

Be yourself no matter what they say


 

 

Oh, I'm an alien, I'm a legal alien 난 이방인이에요, 숨길 것 없는 이방인

I'm an Englishman in New York 나는 뉴욕에 사는 영국인이죠

(…)

Be yourself no matter what they say 누가 뭐래도 당신의 진짜 모습을 잃지 말아요

 

 

글의 가장 앞에서 두 주인공이 공유하는 특징 세 가지를 소개했는데 실은 중요한 공통점이 하나 더 있다. 시리즈가 이어지면서, 홈즈와 더크는 더 이상 이방인이 아니라는 점이다. 홈즈에게는 왓슨이, 그리고 더크에게는 토드가 있다. 


둘의 개성이 사라져서 이방인 신분에서 벗어난 게 아니다. 새 친구들은 그들의 차이를 존중하고 인정한다. 그뿐만 아니라 아예 그와 함께 이방인이 되기를 자처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방인은 혼자 있을 때만 이방인이지, 둘이 되는 순간부터는 이방인이 아니다. 그렇게 홈즈와 더크는 이방인의 삶에서, 외톨이의 삶에서 벗어난다. 여전히 괴짜 영국인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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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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