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whiplash(명사) : 채찍질 [영화]

제목 그대로, 누군가를 계속해서 채찍질하는 영화
글 입력 2023.01.30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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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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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플래쉬' 공식 스틸컷)

 

 

지난 주말 주변에서 많은 추천을 받았던 영화 '위플래쉬'를 봤다. 1시간 30분이 넘는 러닝타임 동안 내가 드럼을 친 것도 아닌데 왜 이리 손에 땀이 나던지 한껏 긴장하면서 영화를 감상한 것 같다. 천재를 향한 갈망과 집착, 그리고 광기가 만나 새로운 천재를 탄생시키는 하나의 과정을 담은 영화, '위플래쉬'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영화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폭언과 폭행을 일삼는 스승과 그 폭언과 폭행 속에서 인격을 버리고 오로지 메인의 자리에 대한 열망과 집착으로 가득 차 광기로 변해가는 제자, 그리고 결국엔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 한 명의 천재로서 탈바꿈하는 그 과정"으로 설명할 수 있겠다. 영화를 보다 보면 폭군 교수인 '플레처'에게 양가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가 좋은 스승인지, 나쁜 스승인지 영화를 보는 시청자조차도 헷갈리게 되는 것이다. '플레처'는 주름 하나하나까지 연기를 하며 스튜디오에서의 긴장감과 폭언, 폭행으로 인한 정신적, 신체적 스트레스를 그대로 전달해 준다. 


전설적인 드러머 버디 리치를 동경하던 '앤드류'는 성대한 꿈을 가지고 뉴욕 명문 음악학교인 셰이퍼에 입학한다. 그곳에서 폭군 플레처 교수를 만나고, 플레처로 인해 점차 정신적으로 피폐해져가고 드럼에 집착하며 스스로의 인격까지 버리게 된다. 이런 과정에서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드럼 실력을 점차 향상되어 간다. 아버지를 제외한 다른 가족들의 무시와 열등감 속에서 드럼으로, 음악으로 성공해야겠다는 앤드류의 다짐은 점점 커져간다. 자신을 증명하고 더 큰 무대로 갈 수 있는 경연 대회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피를 뚝뚝 흘리면서 드럼을 치지만 성하지 못한 몸으로 드럼을 잘 연주할 수 있을 리 없다. 결국 경연 대회는 망치고 분노에 찬 앤드류는 플레처를 폭행하여 다니던 학교에서 제적 당한다. 


학교에서 제적 당한 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던 앤드류에게 한 변호사가 찾아와 플레처의 폭행과 폭언에 대해 묻고 플레처는 이러한 증언을 바탕으로 셰이퍼 학교에서 실직하게 된다. 영영 만나지 않을 것 같았던 두 사람은 재즈 바에서 재회를 하고 플레처는 새로운 밴드의 드러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카네기홀에서의 드럼 연주를 맡아줄 수 있는지 먼저 제안을 한다. 그 제안을 받아들인 앤드류, 하지만 공연 당일 날 플레처는 '네가 증언한 걸 내가 모를 줄 알았냐'라며 되려 앤드류가 모르는 곡을 지휘하고 연주하기 시작하면서 수많은 관객들 앞에서 그에게 망신을 준다. 


이 영화의 포인트는 자리를 박차고 무대 뒤에 서있는 아버지 품에 안긴 앤드류가 다시 뒤를 돌아서 공연장으로 걸어가는 것에 있다고 본다. 그리고선 관객에게 최고의, 숨 막히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마지막 10분의 독주를 선사한다. 그의 광기 어린 연주를 보며 지휘하던 플레처는 그를 보고 웃는다.


 

 

폭군이다 vs 스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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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플래쉬' 공식 스틸컷)

 

 

자신의 한계를 깨부수고 마침내 천재의 경지에 이르른 앤드류에게 있어 플레처의 강압과 압박에 의한 훈련은 독이었을까, 약이었을까? 플레처는 과연 스승일까, 그저 폭군일까? 실제로 영화가 개봉된 이후 관객들 사이에서는 플레처를 두고 '진정한 선생이다'라고 말하기도 했고 '불편하다'라고 말하며 거북한 감정을 표현하는 등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내가 영화를 찾아보며 가장 흥미롭게 본 해석은 유튜브 '그것이 알고 싶다' 채널의 '지선 씨네마인드 - 위플래쉬'편이었다. 범죄심리학자는 앤드류와 플레처의 관계가 단순히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아닌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로 보인다고 말하였다. 두 사람 간의 심리적 지배와 종속의 과정에 집중해서 영화를 감상한다면 이는 최근 들어 사회적 문제로 뽑히는 가스라이팅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는 영화 속 플레처의 성격적 특성은 자기애가 강하며 마키아벨리즘 성향, 즉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어떠한 수단이나 방법도 허용되며 인간에 대한 고려는 무시해도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성향이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플레처는 모든 학생들에게 인신공격, 성희롱, 욕설 등 각종 폭언과 심지어는 의자를 던지거나 뺨을 때리는 등의 폭력적인 행동도 보여주었으며 이에 대해 어떠한 죄의식이나 미안함도 보이지 않았다. 숨 막히고 날이 서있는 연습실 분위기 속에서 앤드류는 서서히 심리적으로 지배당하기 시작한다. 심리적으로 지배 당한 앤드류는 자존감이 낮아지고 스스로를 자책하며 더더욱 플레처에게 인정받고 싶고 세상에 인정받고 싶어 한다. 그러한 과정에서 예전의 앤드류와는 전혀 다른 어떤 사람이 되었고 자신에게 다가온 사랑이나 관심 또한 성가시다고 말하며 오로지 드럼 하나에만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람들은 영화 속 앤드류의 모습을 보고 한 인간이 천재가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이를 한 인간이 변해가는 과정이라고 바라봤다. 지독한 압박과 지나친 폭력 속에서 한 인간은 이토록 지배 당하고 수동적이게 된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도 무언가 찜찜하고도 불편한 마음이 들었는데 범죄심리학 관점에서 영화를 다시 한번 바라보니 내가 이러한 기분을 느꼈던 이유를 이론적으로 접근할 수 있었다. 범죄심리학적으로 음악 영화를 바라보는 시선이 굉장히 새로우면서 생각보다 너무 스릴러적인 요소가 많아 소름이 끼치기도 했다. 해당 영화에 관심이 있다면 이 해석 영상을 한번 시청해 보기를 추천한다.


 

 

엇갈리는 결말에 대한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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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플래쉬' 공식 스틸컷)

 

 

영화 마지막 후반부는 관객들이 최고의 10분이라고 말하기도 하는 앤드류의 드럼 독주가 나온다. 약간의 광기 어린 연주로 지휘를 무시한 채 앤드류의 신호로 '카라반'이 연주되고 모두의 합주가 끝나고 나서도 앤드류의 드럼 소리는 멈추지 않는다. 지금 뭐 하는 짓이냐며 물어오는 플레처에게 자신이 신호를 주겠다고 되려 말하며 계속해서 미친듯한 독주를 보여준다. 마침내 앤드류와 플레처가 눈을 마주치고 영화는 마치 조명이 꺼지듯이 까만 화면이 나오면서 영화가 마무리된다. 


처음 영화를 보고 나서는 이 영화의 결말을 뭔가 알겠는데 모르겠는 마음이 들었다. 그들이 눈을 마주친 순간은 어떻게 해석하며 플레처의 웃음은 또 무엇이며 마침내 그들이 이루어낸 결실은 무엇이냔 말이다. 궁금한 마음에 여러 해석본을 찾아보았더니 다들 나와 같이 조금은 혼란스럽고 어려워하는 것 같았다. 열린 결말은 역시 해석하는 사람의 뜻에 달려있는 것인가, 신기하게도 각기 다른 결말이 나오기도 하였다.


종국에는 음악적으로 화합된 모습이다, 앤드류도 플레처와 같은 사람이 된 것이며 이에 대해 플레처가 웃은 것이다, 경이로운 천재 드러머의 탄생 때문에 웃은 것이다 등의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나는 아직까지도 이 영화의 결말에 대해 그렇다 할 종지부를 찍지 못하였다. 여러 해석을 볼수록 이렇게도 보이고 저렇게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건 플레처의 교육방식은 옳지 않았고 여러 피해자를 만들었으며 즐겨야 마땅한 음악을 집착으로 물들이게 했다는 것이다. 또한 무대에서 내려와 아버지의 품에서 위로를 받던 앤드류가 다시 등을 돌려 무대 위로 올라와 지휘자의 지휘 아래에서 하는 연주가 아닌 스스로 큐사인을 보내는 연주를 했다는 것에서 앤드류가 플레처로부터 조금은 해방되었다고 보았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정서적 종속되었던 그들의 건강하지 않던 관계에서 탈피하여 앤드류 네이먼의 능동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첫 장면이 아니었을까.

 

*

 

'위플래쉬'는 적막과 함께 끝나는 열린 결말이기에 이토록 여운이 길게 남는 걸지도 모르겠다. 앤드류 네이먼은 과연 플레처와 똑같은 사람이 되기로 했을까, 아니면 그와는 다른 음악가가 되기로 했을까? 음악과 집착, 천재와 돌변, 폭행과 성장 사이에서 이리저리 부딪히는 영화, '위플래쉬'였다.

 

 

[안영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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