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애정을 가득 담아, J. A. - 제인 오스틴, 19세기 영국에서 보낸 편지 [도서]

글 입력 2023.01.22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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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오스틴의 작품은 보지 않은 사람은 있더라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라는 말이 있다. 200여년이 흐른 현재까지도 제인오스틴의 작품이 회자되고 있는데 이러한 이유에는 시대를 초월하는 인간 군상이 지금에서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오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필자 또한 제인오스틴을 알게 된 후 작가와 관련한 자료를 많이 보았던 기억이 난다. 필자가 처음 영국 작가 ‘제인오스틴’을 알게 된 것은 영화 <오만과 편견>에서 부터였다. 영화 속 주인공 엘리자베스는 그 당시 보편적인 여성상과 달리 조건에 따른 정략결혼을 반대하는 시대를 앞서간 여성상 캐릭터로 주체적이고 강단 있는 솔직한 성격에 크게 매료되었다.

 

특히, 영화 속에서는 오만해보였던 다아시와 위컴으로 인해 다아시에 대한 편견을 가진 엘리자베스가 서로 오해를 풀고 결국에는 행복한 결말을 맺는 과정에서의 감동과 교훈을 잊지 못했다. 이 때문에, 오만과 편견을 비롯해 오만과 편견을 모티브로 한 영화나 드라마 또는 제인오스틴의 소설과 그녀 인생을 담은 다큐 등을 찾아보곤 했다. 


몇 년 전에 보았던 다큐를 통해 제인오스틴과 그녀의 언니 커샌드라와의 관계가 좋았고 편지를 주고받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으나 그 깊은 내용은 잘 몰랐었다. 이러한 이유로 이번 책을 통해 주고 받았던 편지의 내용을 읽으며 또 한 번 제인오스틴의 세계를 들여다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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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책은 <제인오스틴, 19세기 영국에서 보낸 편지>이다. 이 책은 총 6개의 파트로 제인오스틴이 살았던 영국 도시들 즉, 스티븐턴과 바스, 사우샘프턴, 초턴과 윈체스터를 순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이 편지들은 제인오스틴이 20살 되던 해 언니와 떨어져 살며 쓰기 시작한 편지(1796)에서 그녀가 임종을 맞이한 해에 쓴 편지(1817)까지 연대순으로 배치했다. 특히, 제인 오스틴 편지 161개 중에서도 그녀의 일상과 작가로서의 능력과 가치관을 가장 잘 보여주는 내용을 추린 72통과 당시의 풍경과 문화를 잘 보여주는 삽화 170여점을 책에 함께 실었다. 


이번 편지 내용에는 제인오스틴의 한 여성으로서 어떠한 삶을 살았는지에 대해 보여줄 뿐만 아니라 작가로서는 어떠한 생각을 갖고 살았고 자신의 삶 속에서의 경험이 작품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를 찾아볼 수 있다. 또한, 편지 속 등장하는 인물의 이름과 특징을, 오스틴 가의 가계도를 그려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했다. 이 책에 담긴 많은 편지를 읽으며 그동안 면밀히 보지 못했던 제인오스틴을 살펴볼 수 있는 신선한 경험이기도 할 것이다.


제인오스틴의 발신 편지를 보면 그녀의 성격과 연애사, 가족과의 관계와 인생에 대한 시각 등 다양한 측면에서 제인오스틴이라는 사람을, 그녀의 인생을 바라볼 수 있다. 또한, 작가로서의 삶은 세 시기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이는, <이성과 감성>,<오만과 편견>의 습작을 시작한 행복했던 스티븐턴에서의 시절바스와 사우샘프턴에서 보낸 아무런 작업도 하지 않았던 긴 시간(<노생거 사원>, <설득>에서 나온 바스의 장면과 <맨스필드 파크>에 등장하는 항구 도시 포츠머스 장면은 사우샘프턴 해군의 삶에 대해 보고 느낀 바를 제인이 소설 속에 녹여내기도 했다.) 그리고, 위대한 창작의 시기를 보내며 다시 행복해져 글을 쓸 수 있게 된 초턴에서의 시절에 대한 내용을 편지에 다루었고 이는 책의 날짜 오른편 주황색 글씨로 지역을 표시했다. (초턴에 살며 네 개의 작품이 완성되었는데 <노생거 사원>, <설득>이 이것이고 나머지 두 작품은 유작으로 남겼다.)

 

이 책에 실린 제인오스틴이 보낸 편지 중 대부분의 편지는 언니 커샌드라에게 보낸 편지다. 처음으로 편지를 쓰기 시작한 20살 무렵, 현재 남아있는 1976년 1월 9일의 제인오스틴이 언니에게 보낸 첫 번째 편지에는 언니에 대한 제인오스틴의 각별한 애정과 당시 연애 중이었던 상대 르프로이 씨에 대한 농담 섞인 이야기도 담겨 있다. 첫 편지를 읽으면 20살 제인오스틴의 목소리가 낭랑하게 들리는 듯 대체로 밝은 분위기가 인상적이지만 그 속의 슬픔도 있다.


 

1796년 1월 9일 토요일 (스티븐턴)

 

커샌드라 언니에게

무엇보다 난 언니가 수명보다 2년을 더 살았으면 좋겠어. 톰 르프로이 씨의 생일이 어제였는데 그러면 얼추 나이가 비슷해지잖아. 중요한 전제를 깔아 두었으니 이제 언니한테 어젯밤 우리가 과하게 즐거운 연회를 보냈다는 이야기를 들려줄까 해......

(중략)

그리고 르프로이 씨에게는 한 가지 결함이 있는데 시간이 흐르면 완전히 없어질 거라고 난 믿지만 그건 바로 그의 모닝코트 색이 지나치게 밝다는 거야.

 


한편, 며칠이 흐른 제인오스틴의 편지에는 톰 르프로이와 헤어짐을 이야기하는 당시 심경을 담은 편지가 있다.


 

1796년 1월 14일 목요일 (스티븐턴)

 

사랑하는 커샌드라 언니에게

이제 막 언니와 메리한테서 편지를 받았고 좋은 소식만 가득했으면 좋았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편지를 보내 준 두 사람에게 감사해......

(중략)

C. 폴렛이 해주려던 키스도 넘겨줄게. 난 톰 르프로이와의 미래를 그리느라 그 키스를 거절했지만 정작 르프로이는 날 6펜스짜리로도 여기지 않아......

 


톰 르프로이는 스무 살 제인이 사랑에 빠졌던 남자였으나 편지에서 알 수 있듯 르프로이는 제인과 사랑의 크기가 달랐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제인은 그와 헤어지게 된다. 당시 좋아했던 사람을 떠나보내며 절규하듯 말하는 애처로운 목소리가 편지에 고스란히 담겼다. 


제인오스틴과 톰 르프로이와의 사랑이야기는 영화 <비커밍 제인>의 내용과도 연결된다. 영화의 내용은 각색되기도 했지만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제인과 르프로이와의 실로 영화 같은 이야기 그 자체다. (스포가 될 수 있으니 자세한 내용은 삼가하려한다.)


스티븐턴 시절에서 제인오스틴의 삶은 대체로 행복하고 평온한 날들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안정적인 가족과의 평온한 일상 속에서 누리는 행복과 아버지가 밤마다 읽어주는 시와 여자 가족들은 바느질하기와 모자 뜨기를 하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모임을 즐기는 소소한 일상들 말이다. 하지만, 슬픈 날들도 있었다. 제인과 가까운 지인의 죽음이 그랬다. 특히, 언니의 약혼자 톰 파울은 열병으로 사망하는데 이 때의 충격으로 언니는 평생 결혼하지 않았다고 하니 그것을 보는 동생의 마음 또한 아팠을 것이다. 


한편, 평온하고 행복했던 스티븐턴 시절을 뒤로하고 집들이 빼곡하고 도시의 소음과 많은 사람들이 있는 바스에 정착하게 된다. 이는, 아버지가 건강상의 이유로 목사직을 그만두게 된 원인이 컸다. 예민한 감수성을 지닌 제인에게는 버티기 힘든 곳이었다. 심지어 이 곳 바스로 이사 온다고 했을 때 기절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25년 간 정들었던 고향과 사람들을 뒤로한 채 떠났을 때 굉장히 아쉬움과 불안정한 마음들로 가득했을 것이다. 


바스에서 살게 된 제인오스틴의 발신 편지는 1801년 5월, 9월, 그 다음해 1월의 편지로 그 시기가 상당히 드문드문하다. 이는, 책에서 가족이 이사하고 재정비하느라 짐작할 뿐이라고 언급한다. 


그리고, 제인오스틴은 바스에서 또 다른 사랑을 만나게 된다. 첫째 제임스 오스틴의 셋째 딸인 캐럴라인 오스틴은 고모 제인을 얘기하는 말 중 제인은 바스에서 한 신사를 만났고 둘은 꽤 진지한 관계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신사는 죽었다고 한다. 또 한 번의 사랑에 대한 좌절과 사랑하는 이가 떠난 슬픔은 제인에게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이었다. 제인은 큰 슬픔에 잠겨 잠시 작품 활동 중단하기도 했다. 그 이후, 제인은 해리스 비그워더라는 여섯 살 연하의 남자이면서 비그위더 집안의 부유한 상속자에게 프로포즈를 받았는데 이를 수락했지만 하루 만에 다시 거절했다고 한다. 


이는, 사망한 전 애인을 잊지 못한 것일 수도 자신과 잘 맞는 적절한 상대를 찾고자 하지만 사랑이 없는 결혼은 용납할 수 없었던 것일 수도 있다. 게다가, 그로부터 몇 년 후 절친의 사망과 아버지의 임종을 알려야 했던 제인은 굉장히 정신적으로 힘겨운 날이었을 것이다. 또한, 제인은 경제적으로 다른 형제에 비해 떨어진 탓에 남자 형제들에게 의존해야 했고 노처녀라는 타이틀을 따라붙었지만 오스틴 형제관계가 끈끈한 덕에 어려운 형편도 이겨낼 수 있었다. 

 

 

1805년 1월 22일 화요일 저녁 (그린 파크 대대)

 

친애하는 프랭크 오빠에게

(중략) 오빠한테 이런 말을 하기 정말 고통스럽지만 어쩔 수가 없어. 정이 많은 오빠의 성격상 엄청난 상처가 되겠지만 부디 충격을 조금이나마 작게 받길 바라...... 너무 갑자기 일어난 일이라 경황이 없지만 알릴 수밖에 없는 점을 이해해 줘.

 

 

아버지가 사망한 후 바스를 떠나 제인은 여섯번째 오빠인 프랭크 오스틴과 함께 사우샘프턴에 하숙집을 열게 된다. 한편, 이 곳에 쓴 편지에서는 제인의 쓸쓸하고 우울한 감정이 보이기도 한다. 그에 대한 감정이 편지에서도 드러난다.


 

1807년 1월 7일 수요일 (사우샘프턴)

 

커샌드라 언니에게

언니의 편지가 일요일에 올 줄 알고 내가 기다렸다고 생각했다면 오산이야. 화요일이 되기 전까지는 언니의 편지를 받을 거라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고 덕분에 어제 전처럼 고대하다 실망하는 일 없이 온전한 기쁨을 누릴 수 있었어. 편지를 써 줘서 고마워.

 

 

1808년 6월 15일 수요일 (가드머셤)

 

커샌드라 언니에게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까? 내게는 중요한 시시콜콜한 주제 중 제일 먼저 무얼 말해야 하지? 어제 아침 7시 반에 우리가 마차를 타고 들어오는 걸 헨리 오빠가 봤어. 우리는 바스 호텔에서 돌아오는 길이었지.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거긴 정말 불편한 곳이었어. 아주 불결하고, 시끄럽고, 제대로 정비 되어 있지 않았어......

 

 

1808년 10월 13일 목요일 (캐슬 스퀘어)

 

사랑하는 커샌드라 언니에게

언니의 편지를 받았고, 어젯밤 슬픈 소식이 전해진 터라 예상대로 아주 우울한 내용이었지. (중략)

사랑하는 언니, 지금은 이만 줄일게. 에드워드 오빠한테 우리 모두 고통에 동참하고 오빠를 위해 기도한다고 전해줘.

 


이 편지에서는 제인의 슬픈 감정이 절실히 드러나는데 셋째 오빠의 아내 엘리자베스가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했기 때문이었다. 제인은 오빠와 조카를 걱정하고 위로하며 언니에게도 편지를 보냈다. 그리고, 언니가 제인에게 보낸 편지의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언니로부터 많은 위안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1808년 10월 15일 토요일 밤 (캐슬 스퀘어)

 

커샌드라 언니에게 

이런 힘든 시기에 언니가 해 준 말이 우리에게 큰 위안이 되었어......

리지에 관한 이야기가 아주 흥미로웠어. 가여운 아이! 누군가는 그 애가 강해질 거라 생각하지만 여덟 살에 부모를 여의는 건 참 가슴 아픈 일이야.

 


한편, 이러한 일들이 지나고 다시 제인에게도 일상적인 하루와 또 다른 기대감에 부푼 하루도 생긴다. 제인은 언니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무도회에 참석해서 혹시 구혼자를 나타날 지도 모른다는 설렘과 부푼 기대를 담은 마음을 언니에게 편지에 써서 보냈다. 

 

 

1808년 12월 9일 금요일 (캐슬 스퀘어)

 

사랑하는 커샌드라 언니에게

정말 고마워. (중략) 지인이 많아지고 즐거움도 커지는 건 이삿날이 다가오는 것과 함께 꽤 흥분되는 일이야. 맞아, 난 최대한 많은 무도회에 참석할 생각이고 어쩌면 멋진 구혼자가 나타날지도 몰라.

 

 

제인은 사우샘프턴을 떠나 초턴에서의 생활을 하게 된다. 초턴에서의 생활은 제인이 다시 행복해지고 위대한 작품을 탄생시켰던 시기로 창작 활동의 시발점이자 명성을 얻게 된 시기였다. 이 당시 편지가 오고 간 시절에는 <이성과 감성>, <오만과 편견>이 출간되었고, <맨스필드 파크>가 한창 집필되었던 시기라고 한다. 처음에는 이름 없는 작가로서 출판사에게 편지를 쓸 때도 이름을 감추었던 제인은 그럴 수 없게 되자 편지를 통해 문학계 인사라는 새로운 지위를 즐기고 있음을 풍자적으로도 표현했다고 전해진다. 


제인오스틴이 머문 초턴에서의 생활은 이전보다 정원에서 보내는 날이 많아졌고 햇살이 잘 들어오는 방이라 차분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풍긴다. 하지만, 오고 가는 마차를 가질 여력이 안 되어 사교 활동은 걸어서 갈 수 있는 정도로만 제한적이었다고 한다. 또한, 먼 거리를 가야할 때면 남자 형제들이 데려다줄 수 있을 때만 가능했다. 그렇지만, 전반적인 편지의 내용은 행복함과 평화로움이 감돈다. 또한, 그녀의 조카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데 제인과 조카에 대한 편지와 조카가 고모 제인에 대한 회고록에서도 드러난다.

 

 

1809년 7월 26일 수요일 (초턴)

 

사랑하는 프랭크 오빠에게

(중략) 우리는 아주 잘 지내고 있어. 자연스러운 글귀가 말해 줄 거야. 커샌드라 언니의 펜이 우리의 상태를 알려 줄 거고 많은 안락함이 기다리고 있어. 

우리의 초턴 집. 우리는 그 속에서 얼마나 많은 것을 찾고 마음에 담았는지 몰라. 그리고 난 확신해. 이 집이 마무리되면 다른 어느 집과도 비교할 수 없을 거라고.

 

 

1813년 1월 29일 금요일 (초턴)

 

사랑하는 언니에게

내가 보낸 작은 소포를...... 수요일 저녁에 받았길 바라. 

(중략) 런던에서 아끼는 자식(<오만과 편견>을 말함)을 받았다는 소식을 전할게. 벤 양은 책이 도착한 날 우리와 함께 식사했고 저녁에 우리는 책을 제대로 펼쳐 1권의 절반을 그녀에게 읽어주었어. 

(중략) 벤 양은 정말로 엘리자베스를 동경하는 것 가아. 난 그녀를 출간된 작품을 통틀어 가장 훌륭한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그녀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 관용을 베풀 수 있을지 확신이 없어. 오타가 몇 개 있는데 ‘그가 말함’ 혹은 ‘그녀가 말함’이라고 쓴 건 대화문을 한층 더 분명하게 보이려고 그런거야. 하지만

‘난 뻔하고 고루한 문장을 쓰지 않아, 그 자체가 지닌 독창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으니까.’

 

 

1814년 9월 9일 수요일 (초턴)

 

사랑하는 조카 애나에게

너의 세 권짜리 책을 우리는 아주 즐겁게 읽었지만 난 네가 바라는 것보다 더 큰 도움이 될 조언을 할까 해. F.부인이 세입자로 들어가는 것과 T.H. 경과 같은 남성과 가까운 이웃이 되는데도 그럴싸한 이유가 없는 부분이 마음에 걸려. 

(중략)

전개해 나가면서 일부분을 삭제하길 바라. 멜리시 부인이 나오는 장면에 대해 잔소리를 좀 할게. 지루하고 내용과 전혀 관련이 없어...... 

(중략)

준비된 작품이 더 있다면 보고 싶어. 넌 글을 아주 빨리 쓰니까 엄청난 물량에 D. 씨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며 그가 키우는 양을 웃도는 가치를 쳐주길 간절히 소망해.

 


위의 편지에서는 제인과 같이 작가로서 글을 쓰는 조카에게 애정 어린 조언을 해주고 있는 부분이다. 고모와 조카 간의 친밀한 관계를 보며, 잠시 제인오스틴과 같은 고모나 내가 제인오스틴의 조카라면 이라는 생각도 했다. 


한편, 조카에게 결혼에 대한 부분을 조언하는 점도 편지에 담겨있다. 이 부분에서는 제인오스틴의 독신 여성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담겨있다. 

 

 

1814년 11월 18일 금요일 (초턴)

 

사랑하는 조카 패니에게 

(중략) 처음에는 정말로 놀랐어. 네 감정에 어떤 변화가 있을 거라는 의구심을 가져 본 적이 없고 네가 사랑에 빠졌다는 확신도 없었거든. (중략) 네가 처음 털어놓았을 때 진심으로 조심스럽게 대응했어야 했는데. 하지만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깊이 사랑에 빠진 건 아니야. 넌 학위에 매료된 거라고 생각해. 행복을 위한 좋은 수단이고 더 많은 기회를 가져다주니까. 우리가 함께 런던에 있었을 때는 네가 정말 사랑에 빠진 것처럼 보였어. 그런데 지금 넌 그렇지 않아. 전혀 그런 기미가 안 보여. 

(중략) 사랑하는 패니, 난 의구심의 한 부분에 대해 아주 길게 적었어. 이쯤 해 두고 너도 너무 깊이 생각하지는 말아. 네가 정말로 그를 좋아하지 않는 한 받아들여서는 안 돼. 애정 없는 결혼을 하느니 차라리 안 하는 편이 더 낫고 견디기 수월해. 만약 그의 매너가 기타 등등의 결핍이 그가 가진 훌륭한 자질보다 더 크게 느껴지고 계속 마음에 걸린다면 당장 그를 포기하렴......

(중략) <맨스필드 파크>의 초판이 다 팔렸다는 기쁜 소식을 전할게. 너희 삼촌 헨리는 내가 시내로 나와 재판에 대해 정하길 바라고 있어...... 난 탐욕에 차서 그러고 싶지만 돈 걱정보다 네가 훨씬 우선이라 너의 괴로운 문제부터 해결하고 싶어. 호사로움을 누리는 것보다 네가 이해하는 게 더 중요하고 너도 내 생각과 같아질 거야. 지금 이런저런 연락망을 통해 칭찬이 들어오고 있어.

 


긴 편지의 내용을 옮겨 적었는데 이렇게 적은 이유에는 제인오스틴의 가치관과 작가로서의 성공을 볼 수 있는 편지의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제인의 “애정 없는 결혼을 하느니 차라리 안 하는 편이 더 낫고 견디기 수월해.”라는 부분은 결혼은 배우자의 사회 경제적 지위가 아닌 사랑이 우선시 되어야 함을 말하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 부분에서는 특히나 <오만과 편견>의 주인공 엘리자베스 리지가 떠오르는 부분이었다. 제인 오스틴은 한 번 더 조카에게 결혼에 대한 조언을 한다. 이 부분을 보며 독신 여성으로서 살아갔던 제인오스틴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1817년 3월 13일 목요일 (초턴)

 

사랑하는 조카 패니 나이트에게

(중략) 독신 여성은 가난하게 살아야 하는 끔찍한 경향이 있어서 이 부분이 결혼을 갈망하게 하는 쟁점이 돼. 하지만 난 그런 논쟁을 너와 함께하고 싶지 않고 네가 한쪽으로 치우치는 걸 바라지 않아. 음, 전에도 자주 말했지만 그렇다고 결혼을 서둘지 말라고 하고 싶어. 기다리면 제대로 된 남자가 마침내 나타날 거야. 앞으로 2~3년이 더 남아 있고 그동안 네가 모르는 예상 밖의 사람들을 만나게 될 거고 그 사람은 최선을 다해 따뜻하게 널 사랑하고 네 매력에 완전히 빠져서 너도 전에 느끼지 못했던 사랑이라는 감정을 깨닫게 될 거야.

 


한편, 제인오스틴은 초턴에서 윈체스터에 머물며 생의 마지막 1년을 보냈다. 그녀는 애디슨병 혹은 부신과 관련된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그로 인해 체력 저하, 우울증과 피부색이 얼룩덜룩해지는 증상을 보이고 있었다 한다. 그러한 와중에도 제인오스틴은 집필을 멈추지 않았다. 육체적인 쇠약과 정신적인 낙담을 이겨 내며 <설득>의 집필에 몰두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떨어지는 체력과 집안의 일로 인한 우울증을 병을 더욱 키웠다. 그러다 결국, 이러한 병을 이기지 못하고 끝내 제인오스틴은 언니의 무릎을 베고 이 생과의 작별을 했다. 언니 커샌드라는 제인의 마지막 순간에 대해 “내 일부를 잃어버린 느낌이야.”라고 자신의 깊은 감정을 전했다.

 

 

1817년 7월 18일 금요일 (윈체스터)

 

사랑하는 패니에게

우리가 떠나보낸 사랑하는 제인의 안식을 바라며 편지를 써.

(중략)

난 아주 좋은 동생이자 결코 다시 가질 수 없는 좋은 친구를 잃었어. 제인은 내 인생의 햇살이자 모든 즐거움을 함께하고 모든 슬픔을 같이 나눈 동반자였지. 그 애와 떨어진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고 그래서 내 일부를 잃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제인오스틴의 편지를 읽으며 제인의 감성적이고 예민하면서도 자신의 생각이 바로잡힌 사람임을 알았고, 결혼을 하고 싶었지만 사랑했지만 이별하고 사별했던 이유와 사랑 없이 하는 결혼을 원치 않았던 제인의 독신 여성으로서의 삶을 알게 되었다. 또한, 가족과의 특히, 언니 커샌드라와 조카 패니와의 친밀하고 애정 어린 관계는 편지만 보더라도 그 깊은 감정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제인오스틴의 소설 속 모두 각자의 사랑을 찾아 결혼하며 행복한 결말로 끝나는 주인공의 삶은 자신이 원하고 꿈꾸던 삶을 반영했고 이를 원했을 것이다. 다만, 살면서 마주하는 이렇고 저런 이유들로 삶에 굴곡이 생기고 예상치 못한 일도 일어났지만 말이다. 짧은 인생을 살았던 제인오스틴을 보며 그녀의 팬으로서도 매우 안타깝고 슬펐지만 제인의 삶은 작가로서의 성공을 경험했고 당시 드물었던 여성 작가로서 굉장한 업적은 남기며 위대한 인생을 살았던 작가라고 생각한다.

 

같은 시대에 살지 못했기에 이렇게 19세기에 보냈던 편지를 읽으며 그리고 페이지 마다 당시 영국의 생활상을 알 수 있는 삽화를 보며 제인오스틴이 살았던 시대와 그녀의 인생을 다시 생각하며 더욱 깊게 작가에 대해 또 알아갔고 꽤 좋은 기분으로 마무리한다. 언젠가 제인오스틴이 생애 머물렀던 발자취를 따라가볼 계획도 갖고 있다.

 

다시 마주할 그 세계를 떠올리며 이 글을 마무리 한다.

 


[정윤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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