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SNL은 왜 재밌을까? [예능]

유독 재밌다 요즘
글 입력 2023.01.20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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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가을 리부트되어 돌아온 SNL은 새로운 전성기를 맛보고 있다. 과거 힘을 잃고 검열의 대상이 되었던 옛 SNL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소위 ‘핫한’ 콘텐츠만 올라온다는 숏츠와 릴스에는 SNL의 장면들이 매일 소비된다. 한국 개그 천재들의 등용문은 SNL이 아니겠냐는 생각까지 든다.

 

SNL은 대체 왜 이렇게 재밌어졌을까? 다음은 이 호기심에 대한 나의 간단한 해석이다.

 

 

 

이 사람이 나온다고?


 

이병헌 호스트.jpeg

 

 

SNL은 매주 새로운 호스트를 초청하여 처참히 망가뜨린다. 절대 망가질 일 없을 것 같던 유명인이 나온다는 점에서, SNL 호스트는 항상 예측 불가능하다. 콩트와 거리가 먼 신비주의 컨셉의 연예인이 나와 지금껏 보지 못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큰 재미와 충격을 선사한다.

 

 

옥주현 레베카.jpeg

 

 

그렇다고 계속 새로운 모습만 보이진 않는다. 우리가 호스트에 대해 알고 있는 요소를 적절히 가미하여 ‘아, 이거!’ 모멘트를 형성하기도 한다. 예컨대 ‘레베카 Act 2’를 다이어트 송으로 개사하여 보인 뮤지컬 배우 옥주현의 모습이라던가, 욕쟁이 할머니 캐릭터로 이름을 날렸던 김슬기의 모습을 다시 보여준다던가.

 

 

 

개그 프로그램의 ‘스케치 코미디’ 형식은 유지하되


 

엠지 오피스.jpeg

 

 

스케치 코미디란 짧은 길이의 코너들을 엮어내어 방영하는 코미디 장르이다. 대표적으로 개그콘서트와 웃찾사 등이 이 방식을 취하곤 했다.

 

SNL도 그러하다. 1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동안 단 하나의 코너를, 개그라는 미학을 유지하며 방영하긴 어려운 법이다. 다양한 코너를 유지하며 매주 다른 호스트를 등장시켜 그와 걸맞은 역할을 매주 다르게 보이는 것이 쏠쏠한 재미다.

 

 

 

투더투더


 

주기자.jpeg

 

 

SNL 리부트가 성공함에 있어서 이 인물을 빼놓고 이야기하는 건 실례다.

 

주현영 연기의 핵심은 모방에 존재한다. 그의 연기를 보면 요즘 수요되는 희극 연기는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그는 과하지 않지만 언제나 통한다. 추상적으로 통용된 작은 습관을 모방하여 그것을 의식하게 만든다.

 

은연중 알고 있던 것을 시원하게 꺼낸다는 것이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주기자가 간다’의 주기자 캐릭터이다. 어디선가 본 적 있는 듯한 떨리는 목소리로 발표하는 10~20대의 모습을 완벽히 재현한다.

 

신인 배우였던 그가 SNL 고정 출연자로 이름을 날린 건 단순 운이 좋아서가 아니다. 누군갈 따라 한다는 것은 그만큼의 통찰력과 재능이 필요한 법이다. 주기자 캐릭터의 성공에서 멈추지 않고, 새 코너마다 새로운 캐릭터로 등장하는 그는 인물을 연기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자아를 가진 인물을 보여주는 듯하다.

 

 

 

위험한 주제에 왜 재밌고 난리



유쾌한 것에 불쾌를 느끼는 프로불편러는 항상 존재한다. 그들의 존재에 항의를 갖진 않는다.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대적자는 어느 환경에나 필요하다. 불편하지 않지만 충분히 유머러스한 개그는 이 시대 희극인들의 공통 과제일 것이다.

 

 

정숙 주현영.jpeg

 

 

앞서 언급했듯 우리가 사랑하는 주현영의 연기는 모방이다. 모방이 성공하면 대중은 그 모방을 따라 하고 밈(meme)화를 시작한다. 모방이 유머로 이어지고, 그 유머는 자칫하면 조롱의 문맥으로 흘러간다.

 

타인의 특징을 완벽히 묘사하는 것은 웃음을 선사하지만, 사실 그 속엔 누군갈 희화화함으로써 얻는 쾌감도 포함된다. ‘우리’는 안 그러는데, ‘쟤’는 저런다는 타자화로 흘러갈 수도 있는 부분이다. 비하 의도의 유무와 상관없이 '개그 프로그램에서' 누군갈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우스꽝스럽게 묘사될 수 있다는 것이다.

 

주기자가 인기를 얻은 이유는 실제 주변에서 비슷한 사람을 본 적 있기 때문이다. 분명 염소 같은 목소리와 상식인의 지적에 움츠러드는 모습은 남들에게 숨기고픈 모습일텐데, 주기자의 종횡무진으로 이들은 일상에서 희화화를 당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한 기분일 거다.

 

 

쿠팡플레이 로고 플레이.jpeg

 

 

방송사를 벗어나 쿠팡 플레이에 안착한 것이 SNL 재부활에 큰 몫 했다고 본다. OTT는 보다 검열로부터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정치 이슈가 개그의 단골 소재가 되는 이유는 보다 넓은 의미의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정치인이라 하여도 직접적인 비판을 받는 것과 그것을 지켜보는 것은 여간 가벼운 마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따라서 해학과 재미를 곁들인 개그쇼의 정치 풍자는 꽤 효과적인 방식이다.

 

분명 현실은 씁쓸하지만, 이것조차 웃음으로 승화시킬 힘이 있다는 사실은 꽤 큰 도움이다. 여타 나라들에 비해 시사 이슈에 엄격한 잣대가 적용되는 한국 사회에서 SNL은 정치 풍자의 선두에 서있다.

 

정치 이슈를 벗어나, SNL의 시청 등급이 19세 이상이란 사실 또한 기대감을 준다. 시청 연령의 변화는 콘텐츠의 양질에 큰 영향을 주곤 한다. 시청 연령이 높아지면 그만큼 수요층이 줄어들지만, 소재의 과감성이 눈에 띄게 고조된다.

 

개그와 19금의 조합은 부분적으로 위험하다. 누군가는 선을 넘었다고 생각하기도, 누군가는 통쾌함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보다 솔직한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친밀한 지인들과의 대화에서나 들을 수 있는 소재를 방송에서 보여주는 것은 향후 우리 세대를 대변하는 솔직한 족적이 될 수 있다고 본다.

 

 

 

2023년 우리가 찾는 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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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찾사와 개그콘서트가 폐지된 후 희극인들은 유튜브로 이동했다.

 

그 중 ‘숏박스’와 ‘너털트’를 들어본 적 있는가? 현실에서 겪어봤을 법한 일상의 것들을 소재로 삼아 공감대를 형성하며 인기를 끌고 있는 스케치 코미디 형식의 유튜브 채널이다. 그들의 영상을 보면 웃음이 나온다. 공감이 느껴지면 흥미가 돋고, 흥미롭다 느껴지면 웃음이 나온다. 주로 연기자가 촬영과 편집, 기획까지 모두 도맡아 제작하며 예상치 못한 게스트가 영상 말미에 나오기도 한다.

 

성공적인 개그는 예상치 못한 감정을 선사하는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며 높아지는 것은 예측의 성공률이다. 하지만 웃음을 목표로 전개되는 희극이라면 그 기대를 배신하는 것이 좋다. 얼마나 충격적인 방향으로 흘러가느냐가 얼마나 많이 웃을지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요즘 코미디의 핵심은 연기하고 있지 않은 것처럼 연기해야 한다는 거다. 지금 대중은 짜여진 상황보다 현실적인 것에 끌려 한다. 자연스럽고 익숙한 걸 창작자의 방식으로 보고 싶어 한다. 연예인들의 부캐 활동이 유행하는 것과 연관 지어 생각한다면, 현실적 연기가 대중에게 얼마나 통하는지 알 수 있다.

 

 

서준엄마.jpeg

 

 

최준과 다나카상, 엄지렐라와 서준 엄마가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은 마치 실존 인물 마냥 살아 숨 쉬는 사람 같다. 그들은 리얼리즘을 연기하거나, 연기하며 실제를 살아간다. 분명 그가 부캐로서 연기하고 있음을 우리는 인식하고 있지만, 연기하지 않은 상태를 재현하는 데서 희열을 느끼는 것이다.

 

남에게 보이는 직업에만 부캐가 국한된 것은 아니다. 넓은 의미에서 바라보면, 사실 우리 모두 부캐를 삼으며 살아간다. SNS가 삶의 일부가 된 현재 우리에게 과연 온라인상 내 모습을 본캐라고 부를 수 있을까? 연인에게 보이는 내 모습을 직장 상사에게도 보여줄 수 있을까?

 

*

 

정해진 희극 연기란 없다. 웃음을 주는 데 있어서 따라야 할 정해진 스타일은 더욱 없다. 소재가 어찌 되었든 웃음이라는 가치를 추구하는 이들에게 있어서 엄격한 잣대를 요구하는 건 어울리지 않는다. 평소 코미디언이 대중들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같이 늙어가는 직종이 아닐까 생각한다.

 

매일 정적과 싸우는 희극인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이만 글을 마친다.

 

 

[김윤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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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 김정은
    • 저도 부캐를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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