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동화를 쓰게 된 친구에게

언제나 너를 응원해
글 입력 2023.01.19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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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써니>에서는 주인공 '나미'와 그녀의 고등학교 친구들 무리가 나온다. 갈등도 있지만 행복한 추억으로 가득한 친구들은 나미가 나이가 들어서 오랜만에 만나도 반갑기만 하다. 그렇게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는, 그리고 추억을 만들어 가는 친구들이 있다는 건 큰 축복이자 행복일 것이다.

 

나에게도 '써니'가 있다. 영화의 내용과 정말 비슷하게도, 우리도 7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고등학교에서 만나 친해졌다. 우리를 일컫는 이름은 딱히 없었지만, 학교와 기숙사에서 우리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붙어 다녔고, 서로를 찾았다. 어쩌면 이 7명이라는 인식은 우리에게 당연한 개념이었을지도 모른다. 졸업을 한 지 수 년이 지났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7명이 있는 카카오톡 단체 톡방이 존재하며, 만날 수 있는 친구들과는 만난다.

 

우리 7명의 우정이 전과 같냐 라고 한다면 글쎄, 잘 모르겠다. 전과는 분명 관계가 달라진 부분이 있고 서로 안 지 오랜 시간이 지난 만큼 상처가 될 만한 이야기는 적당히 숨기는 노련함이 생겼기 때문에 숨겨진 비밀들도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은, 그리고 어릴 적의 그 추억들은 각자의 마음 속에서 점점 더 빛나고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그 중에서 오늘 이야기 할 친구는 나와 고등학교 2학년 2학기 기숙사 룸메이트이자, 2학년이 되고 나서의 첫 짝꿍이었으며, 가장 많이 싸우고 이야기도 안 했었지만, 또 그만큼 서로를 너무나도 잘 아는, 서로 다른 점들이 가득하지만 7명 중에서 가장 닮은 구석도 많은 친구이다.

 

이 친구와의 추억은 재밌는 사건들이 너무 많아서 생각만 해도 웃음이 터져 나올 지경이다. 앞으로도 이런 친구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독보적인 일들이 많았던 친구인데,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국어 시험 전 날, 우리는 같이 공부한답시고 기숙사 방에 틀어박혀서 서로에게 국어 문제를 던져주었다. 둘 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성격이여서 방이 곧 토론장이 되곤 했었다. 그러나 수학 시험이 다가오자, 우리는 "어차피 수학은 공부해봤자 우리는 못 풀어" 하고 '추억의 롤러장 노래들' 트랙 리스트를 틀고 깔깔거렸다. 결과는, 당연히 예상하는 그대로다. 우리는 아직도 이 이야기를 하면서 배꼽을 잡고 웃는다. 둘 다 여전히, 수학은 좋아하지도, 잘하지도 않는다.

 

우리는 정말 달랐지만 죽이 참 잘 맞았다. 작은 순간마다 감성에 젖었던 나와 언제나 이성적으로 접근하던 그 친구는 언제나 우리의 성격을 이용해서 다른 친구들을 웃게 만들었다. 덕분에 그 사이에 끼이게 되는 친구는 항상 웃고 정신없이 오고 가는 이야기를 듣느라 바빴는데, 그 끼이는 친구도 항상 정해져 있었다. 끼인 친구에겐 지금도 식당에서 웃느라 밥을 제대로 먹지 못했던 모습이 선해서 가끔 미안할 정도다. 다행인 건, 끼인 친구도 그 당시 기억을 좋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나와 잘 맞던 친구와 다툼이 아예 없었다고 하면 그건 명백한 거짓말이다. 종종 갈등이 야기되었을 뿐만 아니라 몇 개월 간 연락도 안 했던 적도 있다. 지금은 우리 둘 다 해프닝으로 넘기지만, 많이 미안하다. 지금에서 생각해보면 그 당시의 나는 열등감과 낮은 자존감으로 인해 생긴 내면의 분노와 슬픔을 해소할 방법을 전혀 몰랐었던 것 같다. 그런 나를 지금도 좋아해주다니, 그 친구는 보살이 아닐까 싶다.

 

이 친구는 글을 정말 잘 썼다, 그리고 지금도 잘 쓴다. 미술에만 몰두하던 나는 그 친구와 다양한 계획을 구상했었는데, 웹툰이나 웹소설 공모전에 글과 그림을 각자 담당해서 참가하자는 생각도 함께 했었다. 그 때의 우리는 정말 열성적이었다. 열정으로 가득찬 10대 후반의 우리는 수업이 끝난 교실의 칠판에 온갖 아이디어와 이미지 구상을 하느라 시간 가는 줄을 몰랐었다. 이제는 너무 바빠지고 당장 해야만 하는 일들이 많아진 상태이지만 나는 솔직히 말해서 그 친구와의 협업을 여전히 꿈꾸고 있는 중이다.

 

이 친구는 현재 졸업 작품으로 글을 써야한다고 한다. 나는 이 친구가 당연하게도 가장 관심있어 하던 희곡을 쓸 줄 알았는데, 동화를 쓴다고 해서 놀랐다. 이 친구를 오래 알고 있지만 동화를 쓴다는 건 상상도 못했다. 들어보니 사정이 있었지만 내심 아쉬웠던 건 이 친구가 희곡에 오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단편과 장편에 대해 이야기하고, 동화의 주제에 대해서 물어보다보니 어느새 우린 10대 후반의 친구들로 돌아가서는 또 다시 장난을 치고 웃고 있었다. 문득, 그 옛날의 생각이 나면서 마음이 뭉클해지는 것을 느꼈다. 아련하고, 슬퍼지는 감정이었다.

 

하지만 눈물은 나오지 않는, 정말 그 자체로 너무 예뻐서 건드리고 싶지 않은, 향수에 가까운 것이었다. 내가 알고 있는 이 친구라면, 이 친구 또한 나와 비슷한 감정을 내심 느꼈을 것 같다. 단지 그것을 따로 자각을 하는 스타일은 아니기 때문에 뭉근하게 피어올랐을 것에 한 표다.

 

보고싶고, 또 많이 보고싶다. 한없이 보고싶은 감정이 가득한 친구다. 능글맞게 서로에게 장난을 쳐대지만 너무나도 서로를 잘 알기에 그 속에 담긴 진심이 따스하다는 걸 안다. 따라서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동화 주제를 디스토피아로 정하고 장편으로 쓰자는 나의 장난 속에 담긴, 그 친구를 응원하는 나의 간절한 응원이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알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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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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