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nion] 내가 비건 하는 이유 [문화 전반]

글 입력 2023.01.17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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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지향인으로 살면서 요즘처럼 살기 편한 때가 없다. 희미해진 초심 덕에 마음 편히 먹고 즐겼다. 여전히 고기는 먹지 않으려 하지만 내 스스로에게 관대해진 건 사실이다. 고기가 단지 ‘음식’으로만 보이게 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이번 글은 내 초심을 다잡고자 내가 비건을 시작할 수 있게 한 책과 문장, 영상들을 회고해 보고자 한다. 더불어 내가 소개하는 문장, 영상 하나가 이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 작은 변화가 될 수 있길 바란다. 그 변화가 비거니즘을 향한 것이든, 비건을 하는 지인들을 향한 것이든. 긍정적인 무언의 변화가 함께 하길 바란다.

 

또한 본론에 앞서 이 글은 통렬한 비판과 잔인한 현실이 담긴 문장과 영상을 첨부할 것임을 당부한다.

   

 

 

1. ‘아무튼 비건’


 

스무살에 ‘아무튼 비건’을 읽고 처음 비건을 시작했다. 책을 완독하자마자 비건을 선언하고, 다음날 마트에 갔다가 절망했던 그때가 떠오른다. (먹을 수 있는 게 너무 없어서 절망했다.) 김한민 작가는 해양환경단체 시셰퍼드 활동가이자, 비거니즘에 대한 그림책, 다큐멘터리 등을 만든 그림작가이다.

 

김한민 작가의 ‘아무튼 비건’은 비건을 해야만 하는 이유를 크게 건강, 환경, 동물권 등의 키워드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잔인함 : 눈 뜨고 못 볼 잔인한 동물 학대가 일상적으로 일어난다.

오염 : 물과 토양이 심각하게 오염된다.

탄소배출 : 지구 온난화에 크게 기여한다.

훼손 : 숲과 밀림을 무참히 파괴한다.

리스크 : 발암물질 등 위험 요소가 인체에 유입된다.

: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친다.

양심 마비 : 대량 살처분이 일상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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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끊임없이 ‘연결감’에 대해 이야기한다. 만약 어린아이에게 접시 위 고깃덩어리가 동화책 속 귀여운 동물이라는 것을 말해준다면, 아이는 그 고기를 먹지 못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먹을 수 있다. 우리는 대체 언제부터 이 소중한 생명들을 완전히 ‘남’으로 여기게 된 것일까?

 

작가는 우리가 유년 시절 갖고 있던 동물과 나 사이의 <연결감>을 회복해야만 한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이 책은 철학, 논리, 정보, 과학으로 그 ‘연결감’이 중요한 이유를 뒷받침하고, 그 끝엔 비거니즘이 있음을 이야기한다.

 

이 책은 귀여운 그림 표지와 달리, 날카롭고 기민한. 그리고 논리적으로 정돈된 문장들로 구성 돼 있다. 나는 내게 진실을 알려준 ‘아무튼 비건’의 문장들을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 "Are you connected, too?" 비건의 핵심은 거부가 아니라 연결에 있다. 비건이 되는 것은 산업과 국가와 영혼없는 전문가들이 단절시킨 풍부한 관계성을, 어린 아이였을 때 누구나 갖고 있던 직관적 연결 고리를 시민들이 스스로 깨우침과 힘으로 회복하는 하나의 사회운동이다.

 

*성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젖을 먹는, 그것도 다른 동물의 젖을 빼앗아 먹는 동물은 인간이 유일하다. 우유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두말할 것도 없이 송아지다. 그러나 인간은 이 자명한 이치를 무시하고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소로부터 우유를 착취한다.

 

*소고기 1kg을 얻기 위해서 약 1만5천 리터의 물이 든다. 축산업이 탄소 배출 전체 배출량의 18% 이상을 배출된다. 비행기, 자동차, 기차, 선박 등 모든 교통수단을 합친량(13%)보다 많다.

 

*1~2초마다 축구장만 한 산림이 해마다 이탈리아만 한 산림이 사라진다. 아마존에서 일어나는 산림파괴의 91%가 가축, 소 때문이다. 미국 전체 항생제 판매량의 80%가 축산업에 쓰인다.

 

*전 세계 기아로 허덕이는 인구가 약 8억명으로 추산되는데 미국에서 가축에게 먹이는 곡식만해도 이들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양이다. 즉 동물권이나 환경권 뿐만 아니라 인권과 전 지구적 평등을 위해서라도 비건을 확산시켜야 한다.

 

   

 

2. 카우스피라시


 

카우스피라시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로, 축산업의 경영문제를 비판한다. 카우스피라시는 그 어떤 잔인한 장면과 불편한 연출 없이, 축산업계에서 이익을 창출해내는 잘못된 경영 방식을 밝혀낸다.

 

카우스피라시는 인간, 환경, 지구, 우리 모두를 위해 채식이 필요한 이유를 여러 전문가, 환경 단체를 인터뷰하며 증명해내고, 이러한 설득방식은 동물권보단 인간의 삶, 환경, 지구가 더욱 중요한 사람들에겐 훨씬 설득력 있게 다가간다. 이는 ‘카우스피라시’의 일부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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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BI가 동물 인권, 환경 운동가들을 테려 위협의 1순위로 본다는 것. 지금까지 1,000명이 넘는 환경 운동가들이 살해당했다고 한다.

 

"환경 단체들은 행동하기를 거부하고, 인류와 생태계를 돕지 않는다. 인류로서 해야 할 일을 알려주지 않을 것이다. 다음 차례가 돼서 총을 맞기는 싫기 때문이다."

 

 

   

 

   

3. 홍은전 ‘실패할 것이 분명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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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XE 유튜브 채널 캡쳐본

 

 

해당 에세이는 이슬아 작가님의 메일링 구독 서비스 <일간 이슬아>를 통해 처음 읽게 되었다. 이 글은 비건과 동물권에 관심이 없던 홍은전 기자가 돼지 도살장에서 느낀 것을 담은 에세이다.

 

이 에세이는 동물권에 관심이 없는 사람의 관점에서 쓴 글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작가는 도살장 앞에서 동물권 시위대를 보며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는 관점을 보이지만, 그곳에서 살아있는 돼지를 처음으로 보고, 그들을 위해 우는 시위대를 보고, 방금 전 살아있던 돼지가 도살 되어 나오는 것을 보면서 작가 스스로 변화함을 보여준다.

 

특히 홍은전 기자님이 시위대의 말들 ‘새로운 언어’에 비유한 점이 흥미로웠다.

 

홍은전 기자는 ‘슬프지 않아서 슬프고, 이상하지 않아서 이상한 그런 날이었다. 그곳에 내가 모르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나 모든 게 충격적으로 낯설었다.’라고 말하며, 시위대가 한 말들을 나열했다. 그리곤 그 말들이 모두 처음 보는 언어라고 말한다.

 

작가는 그들이 하는 말을 새로운 언어처럼 느꼈다. 그들이 말하는 고기는 내가 알고 있는 고기가 아니었고, 그들이 생각하는 돼지는 내가 생각했던 돼지가 아니었다. 같은 말을 발음하고 있지만 그 안에 의미는 모두 달랐다. 그렇기에 기자님이 새로운 언어라고 비유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 이번에 나는 인간의 얼굴은 보지 못하고 죽은 동물들의 얼굴만 보았다. 한 마리의 소 머리가 절반은 온전했고 절반은 으깨지고 있는 중이었다. 광주 5.18 때 공수부대에게 무참히 살해된 사람들의 얼굴 사진을 아주 오랫동안 본 적이 있었는데 그 모습이 겹쳐졌다.

  

인간의 얼굴에서 짐승이 보이면 전쟁이나 학살이라고 부를텐데, 짐승의 얼굴에서 인간이 보이면 그건 뭐라고 불러야 하는 걸까.

 

  

 

남아있는 연결감


 

더불어 경향신문에 기고된 이슬아 작가님의 비거니즘 글, <도미니언> 다큐멘터리, 유발 하라리의 칼럼 등으로부터 지식을 쌓고 비건을 공부했다.

 

꽤 많은 문장과 영상들이 나를 비건으로 이끌었지만 무엇보다도 나는 내 소중한 강아지 덕에 매일 비건을 한다. 나이를 먹어 어느새 노견이 된 내 소중한 개 사랑이는, 어려서부터 나와 함께 자라 내게 많은 것들을 알려주었다. 나와 똑같이 고통을 느끼고, 즐거움을 느끼며, 외로움을 느낀다는 것. 다양한 감정과 생각을 한다는 것. 결코 물건이나 인형과 같지 않다는 것.

 

그렇기에 나는 살처분 당하는 돼지들을 볼 때, 개농장에서 출산기계로 살고 있는 개들을 볼 때, 우유를 만들기 위해 강제로 임신 당하는 암소들을 볼 때, 내 소중한 개 사랑이가 떠오른다. 이들도 사랑이처럼 아프고, 기쁘고, 슬픈 것을 안다. 어쩌면 사랑이 덕에 나는 나와 비인간 동물 사이의 ‘연결감’을 조금 남겨둘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는 땅 위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이 안전한 매일을 살길 바란다. 모두가 안전하면서도 풍요롭고 평화로운 시절이 오길, 간절히 바란다.

 

 

[김유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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