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유행은 놓칠 수 없지

그게 비록 코로나일지라도
글 입력 2023.01.01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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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째인지 모를 코로나 유행이 또 찾아왔다. 잘 방어했다고 생각했는데 거듭된 유행 공격에 속절없이 패배를 선언하게 되었다.

 

*

 

시작은 가족의 확진이었다. 어느 날 방문을 닫고 마스크를 하고 있더라니 자가진단키트에서 양성이 나왔다며 병원에 다녀왔다. 한동안 같이 밥을 먹지 않았으니 괜찮으리라 생각하면서도 컨디션 저하와 의심스러운 기분에 자가진단키트를 꺼냈고 결과는 음성. 그냥 컨디션 난조인가보다 생각했다.


며칠 뒤 엄마의 감기 증상이 심해졌다. 코로나일지 모르니까 검사해보라고 했고 자가진단키트 결과 양성, 병원 신속 항원 결과도 양성. 나 역시 감기 증상이 있었기 때문에 엄마의 확진 소식을 듣고 회사에서 나와 바로 병원으로 향했다. 대기하는 동안 업무 마무리하고 집에서 재택해야 하나 생각했는데 결과는 뜻밖의 음성. 의사는 가족이 확진이면 잠복기일 수도 있으니 이틀 뒤에 다시 와서 검사 받아보라고 했는데, 이 정도면 나는 정말 감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음 날 반차를 연차로 바꾸고 푹 쉬기로 했다.


다음 날 아침에 목이 좀 잠겼지만 금방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해서 정말 감기인가? 했는데 저녁이 되자 기침이 시작되었다. 그래도 이때까지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다음 날 아침 목이 완전히 잠긴 채로 잠에서 깼다. 눈뜨자마자 주변 확진자들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코로나에 걸리면 코로나라는 느낌이 확 온다고. 이건 아닐 수가 없다고.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를 자가진단 키트 검사. 예상대로 양성이 떴고 회사에는 신속 항원을 받아보겠다고 연락했다. 자가진단 세 번, 신속 항원 두 번만에 확진 판정을 받았다.


확진 판정을 받고 몇 시간 뒤에 보건소에서 전화가 왔다. 전화라곤 무엇도 받고 싶지 않았지만 받을 수밖에 없었다. 주의사항을 일러주던 담당자분이 완전히 가버린 목소리를 들으며 안쓰러워하셨지만 별 수 없었다. 가족마다 증상이 조금씩 달랐는데 나는 이틀 정도 목소리가 전혀 나오지 않았다. 어쩌다 보니 묵언수행이었다.


목소리가 안 나오는 건 부차적인 문제고 인후통이 제일 큰 문제였다. 사람이 무의식중에 침을 그렇게 삼키는지 코로나에 걸리고서야 알게 되었는데 자다가 나도 모르게 침을 삼키는 순간 너무 아파서 잠에서 깨어났다. 코로나 초반 3일 동안은 통증이 사람을 잠에서 깨게 만들었다. 밤에 제대로 못 잤으니 아침에 죽을 먹고 약을 먹고 약 기운이 돌 때쯤 낮잠을 시도했는데 마찬가지로 목이 너무 아파서 깰 수밖에 없었다. 기침이 심하지 않지만 기침하면 목이 아프니까 물을 자주 마시면서 기침하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인후통이 절정일 때는 물 마시는 것도 힘들었는데 약을 먹으려고 고개를 젖혀서 물을 넘기니까 통증이 덜해서 한동안은 계속 고개를 젖혀가며 물을 마셨다. 정말 별걸 다 한다고 생각했다.


너무 아프면 하루가 길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인후 스프레이의 존재를 알게 된 것도 이때였는데 뿌리고 나면 일시적으로 완화가 되는 느낌이 들었을 뿐 별다른 것 없이 아팠지만 일단 내가 너무 아프니까 하루 반 정도 계속 사용했었다. 그리고 배 도라지즙을 주문했다. 아프니까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정말 너무 힘들어서 아프고 싶지 않았다.


온갖 노력 덕분인지 4일 차부터는 목소리가 나왔고 인후통이 상당히 나아졌다. 다만 이때부터는 기침이 심해져서 전과 마찬가지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1~3일 차는 인후통으로, 4~5일 차는 기침 때문에 자다가 계속 깼다. 그래도 뭘 먹고 마실 수 있으니 상당히 나아졌다는 생각이 들었고 물 마시는 횟수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살만해졌다는 뜻이었다. 


아픈 동안 생수 대신 보리차 티백을 우려서 마셨는데 상태가 괜찮아진 4일 차 밤에서야 깨달았다. 보리차가 밍밍하게 느껴진 건 내가 물을 너무 많이 마셔서 금방 희석된 게 아니라 후각이 일을 다 하지 않고 있다는걸. 후각이 어느 정도 남아있고 미각이 단맛, 짠맛, 매운맛을 감별했고 몸이 아팠기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후각이 둔해진 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도 코감기에 걸린 사람처럼 냄새를 일부만 맡으며 지내고 있다. 여전히 보리차는 구수하지 않고 바디로션의 향기는 흐릿하다.

 

*


격리기간 동안 재택근무를 했는데 일을 좀 하다가 금방 지쳐서 침대에 눕기를 반복했다. 금요일에 확진되어서 주말 동안 많이 아팠는데 제일 아플 때가 주말이라 그나마 다행이었다. 아파 죽을 것같은데 마지못해 일을 해야 한다고 했으면 회사가 싫어졌을 것 같다. 누워서 잠깐 자고 싶은데 언제 어디서 연락이 올지 모르니까 점심을 일찍 먹고 12시부터 잠깐 눈을 붙이는 걸로 대신했다. 재택이면 쉬엄쉬엄 일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9-6 대기 모드였다.

 

그리고 나는 격리 해제 다음 날 연차를 쓰고 싶었지만 상황이 허락되지 않아서 나가서 밀린 일을 해치워야만 하는 서러운 직장인 신세였다. 코로나 이후로 아프면 쉬는 분위기가 정착되는 줄 알았는데 여전히 K직장인은 ‘어쩔 수 없으니까’라는 말 앞에서 회복되지 않은 몸을 이끌고 출근해야 하는 처지였다. 연차가 자유로운 회사라서 눈치 본 적이 없는데 나의 복귀가 일찌감치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연차를 쓸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핼쑥한 얼굴로 회사에 나가 아팠냐는 이야기에 그랬다고 대답했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그 정도였다.


막연히 코로나 확진되어서 자가격리 하면 답답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아프니까 정신없어서 그런 생각 할 겨를이 없었다. 혼자 살거나 가족이 다 같이 걸렸다면 생활에 불편함이 있었을 텐데 가족들이 돌아가면서 순차적으로 걸린 덕분에(?) 의약품이나 생필품 조달이 용이했다. 일이 너무 힘든 직장인들이 차라리 코로나 걸려서 쉬고 싶다고 얘기하곤 했는데 현실은 재택근무였으며 몸이 회복되기도 전에 나가야 하는 설움을 느낄 뿐이었다. 아프고 서러운 격리 7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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