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완벽한 일 년

글 입력 2022.12.29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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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새해가 시작되면 그 해를 대표할 하나의 문장을 고른다. 꼭 ‘그런’ 한 해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바다처럼 길들일 수 없고, 햇빛처럼 행복한 사람"
 

 

이것이 올해의 문장이었다. 신기하게도 연말이면 꼭 내가 고른 문장과 같은 한 해를 보냈다는 걸 깨닫곤 했다. 역시 생각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그리고 쓰는 대로 이루어지는 구나. 그것이 나의 거의 유일한 믿음이다.

 

올해는 어땠더라. 찬찬히 곱씹다 보니 어쩌면 저 멋들어진 문장에 얼추 들어맞았던 것 같기도 하다. 성난 파도처럼 이리저리 부닥쳤던 날도 있었고, 그러다가도 어느 순간 하늘이 개고 햇빛이 내리쬐는 것처럼 평온한 날도 있었다. 어떤 날이건 예상하지 못해 어리둥절하며 많은 시간을 소모해 버리기도 했지만, 그것에 대한 아쉬움이 크게 남지는 않는다. 어차피 똑같은 파도는 절대 오지 않을 테니, 그냥 순간순간 최선이었다고 생각하고 싶다.

 

내가 있어야 할 곳이라는 게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내 마음은 아마 그 답을 알고 있는 것도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니까 더더욱 스스로에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도. 심장이 제멋대로 날뛰는 순간마다 고개를 돌리고 이불을 덮으면 괜찮아질 줄로만 알아왔지만 실은 그게 완벽한 오답이었다는 것도, 안지 얼마 되지 않았다.

 

내가 있어야 할 곳이라는 건 다시 말해 내가 있고 싶은 곳. 말하기 전에, 깊이 생각해야만 알 수 있는 곳. 타인의 욕망을 본떠오지 말자고 다시금 다짐한다. 원한 적 없던 것을 갖지 못했다고 슬퍼하는 것은 너무나도 비참한 일이니까. 나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 그러니 부지런히 움직이며 내가 원하는 것,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다니는 게 아마 내년의 숙제가 될 것이다.

 

또한 2022년은 초연해지는 법을 배운 해였다. 그걸 배웠다고 해서 매 순간 초연할 수는 없겠지만 (여태 그래왔듯), 그럼에도 결정적인 순간 꺼내어 쓸 수 있는 비장의 무기를 하나 얻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다만 그때를 위해 꾸준히 연습하고, 마음을 갈고 닦아야 할 것이다.

 

'순수한 어른'이 될 수 있다는 문장을 만난 적이 있다. 너무나도 마음에 드는 말이다. 나는 나에 대해 기대하고 낙관하는 동시에, 분명하고 단호한 어른이 될 수 있다. 그렇게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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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상반기와 하반기의 색과 질감이 꽤나 다르게 덧입혀졌다. 아마 대학을 졸업한 것을 기점으로 일상의 패턴과 마음가짐이 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 졸업 작품을 준비하며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은 ‘굳어지고 싶다’는 것이었다. 누가 봐도 ‘빨간색’ 이거나 누가 봐도 ‘세모’인 사람이 되지 못한 것이 내내 아쉽고 서글펐다. 인간으로서 ‘나’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주는 거대한 절망과 부끄러움은 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

 

그러나 얼마 간의 시간이 지난 지금은 생각이 사뭇 달라졌다. 이제는 ‘유연해지고 싶다’고 자주 생각한다. 나의 변화와 성장을 담아내는 유연한 취향과 관심사를 가지고, 가능한 세상의 많은 일에 시선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빨강 같은 강렬한 컬러나, 세모 같은 개성 있는 날카로움 보다 세상을 어떻게 읽고 해석할 것인지 그 관점을 키우는 일이라는 걸 이제서야 알았다.

 

취업을 준비하는 지난한 과정이 시작되면서 더더욱 ‘나의 시선’을 묻는 날이 많아지고, 그러다보니 내가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지를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당장 '완성'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조급해하다가도 사실 그건 불가능하다는 걸 스스로 인정하고, 다시 천천히 고민한다.  

 

취업을 준비한다는 건 단순히 직장을 구하는 문제가 아니라 나라는 사람의 모양을 파악하고,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행복하고, 적합한 삶을 찾아 살아나갈 수 있도록 스스로를 구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이 과정 또한 사실 내 꿈의 일부인 것이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니 어른들이 그렇게나 말하던 ‘대학생 때 꼭 해야 하는 것들’을 완수하지 못한 시간이 아쉬워 지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은 계속해서 앞으로 흐르고, 나는 오늘도 이렇게 나의 속도대로 무언가를 잃거나, 얻으며 나의 삶을 살아간다. 그러니 올해 찾아낸 빈틈은 새로운 일년 동안 어떤 식으로든 메꾸게 될 것이다. 그게 예측 불가한 우리 삶에 기대할 수 있는, 그리고 기대해도 되는 가장 흥미진진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

 

이제는 내년의 문장을 정할 차례다.

 

 
“나와 내 삶을 존중하기”
 

 

이것이 나의 새해 문장이다. 또한 새해의 목표를 하나로 축약하면, ‘1월 1일에 시작한 일은 12월 31일에도 하고 있을 것’이다. 꾸준히, 집요하게, 그리고 무엇보다도 정성껏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게 2023년의 나에게 가장 바라는 일이다.

 

나를 포함한 모두에게 사랑이 가득한 한 해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고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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