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맥스 달튼, 그가 사랑한 순간들 -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 63

글 입력 2022.12.29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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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 그런 상상을 한다.

 

미로 같은 나의 머릿속, 어지러운 복도를 빼곡히 장식한 방문들. 그 방문들 너머에는 모양도 속성도 제각각인 수많은 상념과 정념, 기억 및 감상 등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것들로 구성된 최종 산물은 아마도 나의 영혼이 될 것이라는 그런 상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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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 달튼 개인전에 다녀온 지 거의 일주일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가까운 과거를 회상하는 순간 문득, 설레는 마음을 가득 태운 채 60층 전망대로 향하던 그 엘리베이터 안이 ‘맥스 달튼’이라는 한 아티스트의 머릿속으로 향하는 길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짧고 강렬한 기다림 끝에 마주한 분홍과 보라 빛의 화려한 입구는 왠지 그의 영혼의 한 부분으로 향하는 방문 앞이었던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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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누벨바그’ 영화감독인 ‘프랑수아 트뤼포’의 문장으로 시작되는 전시는 출구를 나서는 순간 그 의미를 다시 한 번 떠올리게 만든다.

 

<영화의 순간들>, <웨스 앤더슨 컬렉션>, <맥스의 순간들>까지 총 3막으로 이루어진 이번 전시는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 63>이라는 그 제목에 걸맞게 그의 삶을 구성하는 여러 영화들의 순간들에 그만의 정체성을 녹여 조명하고 있다.

 

그의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미술문화와 전시예술에 조예가 깊지 않아 이번 전시를 통해 맥스 달튼의 작품세계에 처음으로 입문하게 되었다. 하지만 일러스트라는 장르와 대준문화를 주제로 하는 이번 전시의 특성 상 특별한 배경 지식을 갖추지 않아도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다만 기존 영화들을 재해석한 일러스트들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이전에 해당 작품들을 감상했던 관람객들이라면 특유의 디테일한 부분들까지 포착할 수 있어 보다 풍부한 감상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지니 뮤직이 제공하는 플레이리스트는 시각 뿐만 아니라 청각으로까지 감상의 범위를 확대하여 관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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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막 <영화의 순간들>은 [스타워즈], [이터널 선샤인], [쥬라기 공원] 등 SF, 로맨스, 액션 등 80~90년대를 풍미 했던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을 모티프로, 특유의 섬세하고 정교한 구조에 달튼 만의 유머러스한 디테일을 더해 작품의 주제를 관통하는 한 장면을 일러스트로 구현하고 있었다.

 

특별히 마음에 드는 작품이 아니라면 전시를 구성하는 모든 작품들에 긴 시간을 할애 하지는 않는 것이 평소 나의 관람 태도였다.

 

하지만 달튼 전에서는 다른 관람객들의 눈치를 살피며 최대한 가까이에서 작품을 섬세하게 관람했다. 비교적 긴 호흡의 영화를 단 한 폭의 종이에 담아내야 했기 때문에 구획과 배치에 있어 매우 심혈을 기울였음을 알 수 있었다.

 

빈티지한 색감과 정교한 구조화, 그리고 재치 있는 디테일이 달튼 만의 개성이라는 세간의 평이 매우 이해되었다. 한 작품 한 작품마다 세심히 들여다보며 영화의 순간들과 주인공들의 모습을 찾아냈다.

 

특히 이전에 감상했던 영화들에서는 이런 재미가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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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63아트 전시전을 위해 새롭게 선보인 봉준호 감독 컬렉션도 1막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한국 관람객들을 위해 달튼이 매우 신경을 썼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기생충]의 지하실 계단을 연상시키는 통로를 통과하여 봉준호 감독들의 영화를 재해석한 달튼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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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글을 통해 감상 후기를 기록하는 나는 때론 당시의 감상을 완벽히 구현할 단어와 문장에 가로막혀 끝내 기록을 완성시키지 못하곤 한다. 또한 겨우 끝맺음 지은 문장들 역시 적절한 배치와 구조화를 거치지 못해 난잡하게 흰 종이를 더럽히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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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의 답답한 심경을 생각하면, 영화의 배경과 등장인물, 그리고 전체 서사와 주제 의식을 한 장면 안에 축약해서 담아내는 달튼의 재능이 부러워진다.

 

단순히 영화의 한 장면을 그려내는 것이 아니라 전체를 요약하고 그 안의 자신의 고유한 감상을 더해낸 다는 것이 새삼 놀랍고 대단하기 때문이다.

 

작품을 보고 있으면 과거에 영화를 감상했던 기억과 그 당시의 감상이 빠르게 복기 되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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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아트라는 장소 만의 특성을 고려한 포토존 역시 인상깊었다.

 

서울을 배경으로 하는 유리 통창을 장식한 괴물의 그림은, [괴물]이라는 작품의 세계관과 만나 특별한 서사를 구현 해낸다. 흐린 날에 방문하여 아득한 높이가 전부 실감되지 않았다는 것이 조금 슬프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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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막 <웨스 앤더슨 컬렉션>은 맥스 달튼을 세계 무대로 올린,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들에 대한 오마주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가장 유명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뿐만 아니라 이번 전시에서 최초로 공개된 [프렌치 디스패치] 컬렉션 북의 완성 판을 만나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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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똑같은 그림이 반복된 줄 알았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배치가 달랐다. 맥스 달튼과 웨스 앤더슨 감독이 강박적일 정도로 대칭적으로 완벽한 구도를 고집한다는 설명이 가장 와 닿았던 부분이다. 이러한 구조적인 측면은 건물을 형상화는 작품에서 특히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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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섹션에서야 비로소 입구의 분홍색과 보라색 색감의 출처가 어디인지를 알 수 있었다. 웨스 앤더슨 감독과 맥스 달튼의 인연을 떠올리면 많은 건물들 중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입구가 관객들의 입장 통로로 채택된 이유를 납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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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 시간 중 개인적으로 가장 즐거웠던 순간은 제 3막이었다. 아티스트 맥스 달튼이 아니라 한 평범한 사람으로서의 그와 가장 맞닿아 있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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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즈와, 밥 딜런, 엘튼 존 등 한 시대를 풍미 했던 전설적인 록스타들에 대한 그의 존경은 다소 올드한 나의 숨겨진 취향과 맥을 함께 했다.

 

맥스 달튼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한 LP 앨범 커버들을 감상하는 순간 묘하게 색이 바랜 특유의 빈티지한 색감이 오래된 책과 음악, 그리고 영화에 대한 그의 사랑에서 비롯 되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종종 살아있는 순간 계속해서 흐르기만 하는 시간의 속성이 슬퍼질 때가 있다. 벅차도록 행복한 어떤 시간도, 무언가에 압도 되었던 나의 사랑도 결코 영원할 수 없으며 언젠가는 결국 희미해지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기록하려 애쓰는 이유에는 흘러가버리는 시간을 순간으로 나마 애써 붙잡고 싶은 마음이 투영되어 있다.

 

자신이 사랑하는 순간들을 가장 본인 다운 방식으로 기록한 맥스 달튼의 <영화의 순간들 63> 전시에서 나는 내가 사랑했던 어떤 순간들을 함께 떠올리며 추억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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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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