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하동으로 가는 티켓(TEAcket) [음식]

2023년 하동 세계 차 엑스포에 대한 기대감
글 입력 2022.12.23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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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에는 하동에서 '세계 차(茶) 엑스포'가 개최된다.

 

엑스포의 기획 중 하나가 '하동차편'이라고 전국 각지에 있는 찻집과 제휴해서 차 엑스포에 참여하는 다원의 차를 소개하는 행사였다.

 

올 여름 연남동의 한 찻집에서 열린 ‘하동차편’ 팝업스토어에 다녀왔었다. '하동차편'은 ‘차표’의 차(車)자를 써서 하동을 출발지로 하는 차편(ticket)으로, "방문"의 의미이자 차를 소개하는 의미의 기획이다. 오늘은 이때 먹고 마신 것들에 대한 감상을 적어서 공유하고 싶다.

 

정돈되고 차분한 분위기였다. 은은하게 나오는 가사 없는 연주곡도 한몫했다. 웰컴티라고 코스 시작 전에 도착한 이들에게 차를 따라주셨다. '쟈드리'라는 다원에서 만들어졌는데, 유자향이 나는 녹차라고 했다. 그치만 유자향은 느껴지지 않았다.

 

먼저 마시면서 숨을 고르고 기다렸다. 이날 마신 차는 모두 하동에서 제조된 제품이었다. 시작할 때 받은 <하동차편> 책자에는 각기 다른 다원에서 제조된 차가 소포장된 채 동봉되어 있다. 각 다원에 대한 짧은 설명글과 함께.

 

포장된 차 뒤에는 차와 다원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접할 수 있는 QR코드가 있다.

 

 

 

첫 번째. 웰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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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차는 '관아제다'의 세작이었다. 차나무의 어린잎을 채엽해서 차를 만들면 '우전', 좀 커진 잎으로 차를 만들면 '세작'이라 한다.

 

맛은 우전이 더 고소하고, 세작은 쓴맛이 특징이다. 내 기준에는 우전이 더 낫고, 보통, 그리고 당연히 우전이 더 비싸다. 여리고 어린잎으로 만드려면 더 귀하니까 말이다.


알고 봤더니 '하동차편'은 1,2부로 나뉘고 내가 이번에 참여한 편은 2부인데, 1부에서는 녹차(그 중에서도 우전)를 다루고, 2부에서는 세작과 발효차(홍차)를 취급하는 기획이었다. 현재 하동차편은 3부까지 공개되었다. 내가 마셨던 차는 각자 다른 다원의 세작 2종류, 발효차 1종류, 그리고 솔잎차 1종류였다.


관아다원의 차는 우렸을 때 맑은 수색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라고 했다. 마셨을 때 인상은 역시나 씁쓰름했다. 그치만 세작도 그런대로 매력이 있다. '관아(觀雅)'는 '(물의) 맑음(雅)을 본다(觀)'는 의미를 가진 이름이라고 한다.

 

설명하실 때 한자어를 뜻풀이와 함께 알려주니 기억도 잘 되고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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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아다원의 세작과 함께 나온 다식은 딸기카나페였다. 그저, 맛있었다. 개인적으로 처음 마신 차는 다식 없이 단독으로 마시고 싶었어서 그렇게 했다. 그렇게 3번 우려서 3잔을 마시고 다음 차로 넘어갔다.

 

 

 

두 번째. 세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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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차는 '만수가 만든 차'의 세작이었다. 실제로 제다하시는 선생님도 친근하시다고 한다.

 

먼저 마신 관아다원과 만수가 만든 차 다원은 재배지가 이웃하고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제다방식이 달라 차에서도 다른 맛이 난다는 설명을 듣고 마셔보니 정말 전의 것과 확연히 달랐다.

 

이 차는 물맛이 더 난다. 비린내라고 해야 하나, 불쾌하지는 않은데 굳이 말을 하자면 연잎차를 마셨을 때와 조금 비슷했다. 그치만 우려서 마실수록 물맛은 덜해지고 부드러웠다. 쓴맛은 덜했다.

 

만수가 만든 차는 다원을 소개하는 책자도 함께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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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낸 찻잎에 올리브유, 화이트 비니거 등으로 간을 해서 함께 맛보라고 내주었다. 올리브유맛이 좋았는데 끝맛은 무쟈게 씁쓰름하고 떫다. 근데 그게 싫지 않았다.

 

실제로 하동에서는 여러가지 방식으로 찻잎을 먹는데, 소금간을 해서 나물처럼 먹기도 하고, 김밥의 속재료로 쓰기도 하고, 하동의 또다른 특산물인 매실액으로 장아찌를 담궈서 라면 밑반찬으로도 해 먹는다고 했다. 찻잎은 우려낸 직후에 냉동해서 보관해 뒀다가 필요할 때 꺼내쓴다고 했다.


 

 

세 번째. 홍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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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차는 '혜림농원'의 홍차다.

 

홍차라고 하면 유럽의 가향홍차를 떠올렸었다. 차를 소개받으면서 우리나라의 홍차를 마셔본 경험이 있냐는 물음을 받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자체적인 홍차를 제조한다고 알려주면서 이 홍차의 특징을 알게 되었는데, 고구마말랭이 같은 맛이 나면서 초콜릿의 향이 난다고 했다.

 

사실 고구마보다는 '얌'이라는 음식과 맛이 똑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생소한 사람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말린 고구마로 소개한다고도 말했다. 차는 고소하고 조금 묵직한 맛이 났다. 그리고 향은 정말 물에 탄 코코아 향이 났다.

 

이 차를 이야기할 때 찻잔에 대해 꼭 얘기하고 싶은데, 위쪽 사진 오른쪽에 보이는 찻잔의 이름은 '문향배(聞香杯)'라고 한다. '향기를 듣는 잔'이라는 뜻인데, 향기를 맡기 좋게 잔이 길게 생겼고, 차를 마실 때 차향이 다른 데로 새지 않고 코로 들어오게 한다. 그래서인지 마실 때 초콜릿향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차의 특징에 따라 찻잔도 설정하는 섬세함에 감탄했다. 그치만 가장 놀라운 건 다구와 다기가 아주 다양했다는 거다.

 

다식으로는 매실과편이 나왔다. 차가 조금 쓴맛이 나서 혀가 아리게 달콤한 과편이 잘 어울렸다. 그치만 작아보여도 좀 배가 불렀다는 게 놀랍다. 세 입에 나눠먹었다.

 

 

 

마지막. 디저트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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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대미를 장식한 음료는 일명 '디저트티'라고 소개된 솔잎차다.


가게가 바(bar) 형태다 보니 차가 준비되는 과정도 다 볼 수 있다. 차 우리는 모습을 보는 재미도 있었는데, 이 차는 초록빛 색소와 솔잎차가 섞이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하루 동안 냉침한 솔잎차와 묵직한 우유거품을 섞어마시는 차이다. 단맛과 짠맛이 나는 공차밀크폼을 떠올렸어서 조금 머뭇댔다. 밀크폼은 내 취향이 아니다. 그치만 이 우유거품은 우유로만 만든 것인지 별다른 맛이 느껴지지 않고 고소했다.

 

고소함과 시원한 차의 조화는 정말 멋졌다. 실은 마지막 차가 가장 맛있었다. 어떤 곳이든 이 음료를 준비해줬음 좋겠다. 이거라면 차가워도 마실 거다. 민트시럽과는 비교할 수 없는 시원함과 가벼움이 있다.

 

우유거품을 얹은 솔잎차를 끝으로 코스는 마무리된다. 작지만 하동차에 관한 팜플렛이나 <하동차편> 1,2부가 진열된 선반도 구경하고, <하동차편>은 별도로 판매하지 않지만 차편에 소개된 차를 개별 소포장된 형태로 구매할 수 있었다.


팝업은 올해 여름에 진행되었지만 가을과 겨울에 하동차편 3부가 전국 곳곳의 찻집에서 진행되었었다. 개인적으로 내년 봄부터 초여름까지 열릴 하동 세계 차 엑스포가 기대되고, 내년을 기점으로 우리나라의 차 문화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늘어나길 바라는 마음이다.

 

 

[홍가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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