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돌아갈 곳을 구하는 이들에게 - 사월의 사원

외로운 사람들이 서로에게 전하는 위로
글 입력 2022.12.08 07:26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연극 <사월의 사원>의 제목은 캄보디아어로 4월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메싸'가 수린이 안장된 사원으로 향하는 여정을 표현한다.

 

연극은 크게 캄보디아를 배경으로 하는 '메싸'의 이야기, 한국의 한 복층 주택을 배경으로 하는 '영혜'의 이야기로 구분돼 진행된다.

[포스터] 사월의 사원_전화벨이 울린다.jpg


돌아가야 하는 사람의 이야기


 

이야기는 '메싸'와 수린에게서 시작된다. 공장에서 해고되고 고향 캄보디아로 돌아간 '메싸'는, 떠나기 전 다투고 헤어진 동료 '지수'에게 음성 메시지를 남긴다.

 

메시지에서 그는 죽은 아이를 보러 가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메싸'는 수린을 만나러 가지 못한다. 마침내 고향의 어르신이 수린에 대해 알려주자, 그제야 그는 수린에게 돌아간다.

 

 

 

돌아갈 곳이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


 

'영혜'는 어릴 적 자신을 버렸던 어머니가 재혼으로 마련한 집을 물려받았다.

 

유산상속의 조건을 지키기 위해 '영혜'는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까지 요양원에 있는 그를 옆에서 돌보았다. 자신을 버렸던 사람이지만 '영혜'는 그 옆에서 조잘조잘 떠든다. 그리고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영혜'는 전과 달리 집에서 수다스러운 사람이 되었다.

 

지수'와 '해영'은 '영혜'의 집에 함께 살곤 하는 그의 친구들이다. 그들은 각자의 사정으로 '영혜'의 집을 찾기도, 떠나기도 한다. 힘께 살지만 그곳을 으로 삼겠다고는 한 적이 없던 두 사람은 갑자기 '영혜'의 성격이 바뀌자 그 집에 머무르기로 한다.


우연인지, 아님 운명인지 '지수'와 '해영'은 각각 '영혜'를 길거리에서 만났다. '영혜'는 두 사람 모두가 길에서 방황할 때 동행을 제안했다. 이 때문에 '영혜'는 스스로를 '사람을 줍는' 사람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영혜'는 요양원에서 해고된 '현주'와 그의 아들 '기정'을 줍는다.


'현주'와 '기정'이 새로운 동거인으로 합류하자, 은근한 긴장감이 집 안에 감돈다.해영'은 '영혜'와의 친분을 두고 '현주'와 경쟁한다. 서로 '영혜'와 얼마나 특별하고 진정성 있는 사이인지를 두고 팽팽한 기싸움을 한다. 그러는 한편, 오랜 동거인들은 누구도 묻질 않던 '남친'의 존재를 '현주'는 자꾸 의심하고, 확인하려 한다.

 

갈등 상황을 버티지 못하고 '해영'은 그만 '영혜'의 집을 떠나버린다.


한편 '지수'는 '기정'과 부딪힌다. '기정'이 동급생을 때리는 모습을 목격한 '지수'는 '기정'이 잘못된 길로 가지 않길 바라면서 '기정'의 일에 개입한다. 그러나 '기정'은 '지수'의 간섭을 불편해하고, 자꾸만 자신에게서 선의를 끌어내려는 '지수'를 밀어낸다.

 

이에 '기정'은 '지수'에게까지 위협을 가하고, 폭력적인 '기정'의 행동이 '지수'를 괴롭히는 과거의 트라우마를 자극한다. '지수'는 '기정'과의 충돌을 견디지 못하고 '메싸'가 있는 캄보디아로 긴 여행을 떠난다,


결국, '지수'도 '해영'도 집을 떠나자 '영혜' 역시 조용해진 거실처럼 입을 다문다.

 

 


남겨진 사람



빈 집에서 '영혜'는 깊은 우울감에 잠긴다.

 

모두를 품어줄 것 같던 '영혜'였지만 정작 그는 어머니를 잃은 슬픔마저 스스로 보듬지 못하는 상태였다. 혼자서 어머니와 대화하듯 말하다가 그는 암흑과 정적 속에 홀로 남겨짐을 자각한다. 영혜'는 울지도 않고 건조하고 공허한 모습으로 '현주'의 걱정을 불러일으킨다.

 

우연히 백화점에서 '해영'을 마주친 '현주'는 전과는 달리 조금은 어색하지만 다정한 대화를 나눈다.

 

뜻밖에 마주침에 두 사람은 함께 차담을 나누고, 과거 갈등의 매듭도 자연스레 풀린다. 이에 '해영'은 새로운 장소에서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음에도 '영혜'의 집을 찾아갈 결심을 한다.


홀로 남은 '영혜'의 집에 '해영'이 찾아오고, 오랫동안 우체통에 있던 '지수'의 편지 역시 개봉된다. 동시에 떠난 사람들이 한꺼번에 밀려오자 '영혜'는 감정에 북받쳐 그동안 삼킨 울음을 쏟아낸다. 모두를 품어온 '영혜'이지만, 그 역시도 버려진 떠돌이 개에게 이입하는 '버려진 존재'였다.영혜'에게도 보듬어줄 이가 필요했다.

 

연극 <사월의 사원> 속에서는 어디에 속하지 못한 사람들이 서로에게 온기를 전한다.

 

추운 겨울에 상연되는 공연은 극 초반은 계절과 닮아있지만, 공연이 끝날 때에는 뜨거운 감정의 기복을 느낄 수 있었다. 연말연시를 맞아 한 해와 주변을 함께 돌아보는 계기를 연극에서 찾을 수 있다면 좋겠다.

 

 

[홍가흔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