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집이라는 모험 [도서]

글 입력 2022.11.30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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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서울 근교, 마당 있는 집에서 살게 된 다섯 가족의 좌충우돌 12년간의 일상을 소개하는 책이다. 집을 바꿨더니 일상이 모험이 된 가족의 이야기. 집은 어떤 곳일까.

 

오랜 아파트 생활 동안 마당의 흙냄새를 그리워하고 벽난로가 있는 붉은 벽돌집을 꿈꾸었던 저자는 운명처럼 만난 집에서 12년 동안 살며 마주한 유쾌하고 고단하지만 찬란한 일상을 이 책에서 아름다운 문체로 풀어놓는다.

 


집이라는 모험? 집이 왜 모험이지?

 

마당이 있는 주택과 주변 환경, 자연과 온갖 살아있는 것에 대한 에피소드가 촘촘히 쌓여있는 글을 보고는 단번에 납득했다. 이상과 현실에서의 괴리, 그 안에서 채워나가고 배워나가는 것, 모험이겠다 싶었다. 가끔은, 일상적이지만 일종의 경고, ‘마당이 있는 주택에서의 삶을 낱낱이 고발합니다.’ 말해주는 것도 같아 재밌게 읽었다.


‘누구나 자신에게 더 중요한 가치를 따라 살뿐이다.’ 64p. 작가에겐 마당 있는 집에서 살고자 하는 소망이 있었다. 소망을 이루는 삶에 따르는 책임을, 십여 년 동안 맞닥뜨리면서도 유지하며 살 수 있던 건 아마, 그 짐을 기꺼이 감수할 만큼 좋고, 힘듦을 능가 할 그 너머의 가치 때문일 것이다. 엄마가 된 후의 또 다른 의미의 자아실현이지도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3년 전. 에디터 활동을 했을 때 이상향의 집에 대해 쓴 글을 포함해, 그맘때쯤엔 유독 ‘집’과 관련한 나의 흥미가 컸다. 리모델링, 셀프 인테리어, 집 꾸미는 영상, 앱 등 정보도 많이 쏟아지고 있었고, 말마따나 집을 보면 그 사람이 보인다고, 나대로 구상하고 표현하고 그리면서도 즐거웠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뚝 흥미가 끊겼다. 이미 머릿속에 다 그려놓은 지 오래라 그런가, 잘 모르겠다. 지금은 의욕도 크진 않다. 내게 중요한 가치가, 현재는 (소망도 있지만) 편안함이나 안주여서 인 것 같다. 소소하게 지금은 뭐 그럭저럭.

 

그래서 모험 가득한 책이 강 건너 남의 이야기를 구경시켜주는 것 같아 앉은자리에서 쭉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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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벌레이야기가 나오거나 주택 생활이 생각과는 달랐다는 말을 보면서, 올해 9월 초에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구청에서 매 주 있을 가드닝/플로리스트 관련 자격증 수업 공고를 냈었다. 어, 나 꽃 좋은데? 그런 쪽 생각했는데 신이 주신 메시진가? 하며 심장을 부여잡고 간 수업 첫날에, 국화를 다듬다가 만난 집 없는 움직이는 달팽이를 보곤 사색이 됐었다.


내겐 해가 되지 않고, ‘벌레’라기에는 꽤 귀여운 축에 속하는 생명이지만 앞으로 거미, 개미, 콩벌레, 다리 12개 달린 이상한 애. 이상한 애 옆에 이상한 애를 계속 마주치게 될 거라고? 이건 아니다 싶어 하루하고 그만 뒀었다. 살아있다는 증거고 좋은 흙이니까 생명이 있다는 강사의 말은 닿지 않았다.


앞으로 식물 키우겠단 말은 함부로 안 해야겠다 느꼈던 그 날이 겹쳐 생각나서 웃었다. 강아지 키우고 싶단 말도 남의 집 강아지를 두 달 옆에서 보다가 쏙 들어갔었고. 몇날며칠 생각했던 게 항상 현실을 마주하면 결론이 쉽다.

 

 

때는 초여름, 바빠서 알 꺼내오는 걸 잊은 채 이삼일이 흘렀다. 아차 싶어 알을 한 번에 꺼내와 팬에 달걀을 깨뜨렸다가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노른자에 선명하게 붉은 핏줄이 번져 있었다. 덜덜 떨면서 달걀물을 버렸다. 정말 살아있는 생명을 죽인 것처럼 온몸이 오그라들었다. 189p

 


그 이후 닭고기는 손에 대지 않게 되었다는 말에 앞서 언급한 흙과 식물, 벌레의 현실을 깨달았던 나의 경험도 생생히 생각나 공감했다.


“주방 앞쪽 천장 구석에는 꽤 큰 거미 한 마리가 살고 있었는데, 아이들은 이 거미에 ‘아라고그’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이름을 붙인 다음 거미가 천장에서 내려올 기미가 보일 때마다 ‘아라고그, 그냥 거기 있어’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러면 정말 내려오다가도 딱 멈췄다가 다시 기어 올라갔다.” 151p


두 눈을 의심한 일화이다. 헉. 집에 거미가 있는데 같이 살게 두고, 심지어 이름까지…? 단독주택에 사는 작가에겐 일상인 듯 했지만, 난 ‘덜덜’ 소리가 절로 나왔다. 자연 그 자체구나. 볼 때만 눈이 즐거운 자연이지, 그 속에 사는 건 말 그대로 하나되 사는 거구나. 사람들의 귀농, 은퇴 후 귀농 하는 말에 묻은 이상적인 생각은 현실 앞엔 쉽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도서 <집이라는 모험>의 이야기와 감정선에 따라 슬프기도, 놀라기도, 화나기도, 웃기도 했다. 생경하고 가감 없는 표현 덕분이었다. 집이라는 공간에 대한 생각과 자연 그리고 발전하는 사회에서 찾을 가치 등을 생각하며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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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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