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그저의 삶들이 우글거리는 [문화 전반]

글 입력 2022.11.26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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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강은 휘어 휘어 굽으며 나는 물살을 따라 그저 세계에 도착한다.

 

세계, 누군가에게는 문제들의 온상이며 누군가에게는 구불구불한 혹은 직선적인 시간의 한 조각, 누군가에게는 그저 수많은 먹이들과 먹음의 뒤섞임. 강은 휘어 휘어 굽으며 나는 그저 존재하는 것들의 세계에 도달했다. 잡으면 잡히고, 물면 물리고, 칼을 대면 도려지는 그저의 삶들이 우글거리는.

 

강아지를 데리고 시골길 산책에 나선다. 항상 비슷한 길로 산책을 갔다. 요즘같이 건조한 날이면 조금만 세차게 뛰어도 먼지바람이 둥글게 일어 내 노란개가 잘 구별되지 않는 그런 길. 길 앞에 여러번 멈춰선 적이 있다. 아주 작은 뜬장안에 갖혀있는 개 두마리가 있는데 그 개들을 꽤나 오랫동안 보아왔다.

 

예전만해도 가까이 갈라치면 왕왕 컹컹 짖어 나는 내 강아지와 함께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걸었는데 최근 가보니 눈이 멀었는지, 최소한의 개다움을 상실하게된 것인지 아니면 어디가 아프기라도 한건지 여간 잘 짖지를 않는다.

 

나는 더 눈치를 본다. 산책을 하는 조금은 포악한 성질의 내 옆 강아지도 그들에게 짖질 않는다. 안부를 묻듯 킁킁 다가가기만 할 뿐. 그럴때면 그제서야 위협을 느낀듯 월월. 눈의 중심이 바래있다.

 

개와 늑대의 차이는 인간을 좋아하는 특별한 유전자의 존재여부에 기인한다고 한다. 개는 따지자면 인간을 좋아하는 유전자를 가진 독특한 종류의 늑대이다. 애정과 비극 사이 잔인한 아이러니가 그들의 집이 되었다. 그저 살아가는 삶들 속 인간은 유일하게 '이렇게까지하는' 애를 쓰는 중이다.

 

아주 작은 철장, 아주 큰 그물의 눈 따위를 만드는 분주한 손놀림, 불행을 어루만지는 수음(手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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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는 생선을 해체하는 한 영상을 보았다. 아주 큰 물고기였는데 노인과 바다의 청새치를 떠올리게 했다. 노인과 바다에서 청새치는 뭐랄까, 드넓은 바다에서 만나는 일생일대의 반가운 적수와도 같다. 죽을수도 있지만 덕분에 '죽음'이나 '삶' 같은 것은 더 영예로워진다.

 

노인은 청새치와 팽팽히 힘을 겨룬다. 구리빛으로 그을린 팔에 힘줄과 근육이 젊은 모습으로 다시 한번 치솟는다. 살아있다는 느낌은 어느때보다 생생해진다. 청새치도 생과 사 사이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도마위의 생선은 갈비 옆에 붙은 살 같은 것이 특히 더 별미라고 한다. 그래서 살을 바르고도 아직 갈비 옆 두터운 살이 몸에 꼭 붙어있자 숟갈을 들어 취식하였다. 갈비 아래가 염치 없이 저려온다. 대상이 고통을 느끼고 안느끼고의 문제는 설자리가 크게 없다는 생각이 내리 찾아왔다. 다른 존재의 살을 가져가는 행위를 설명할 수 있는 왕도가 어디 있을까.

 

몸은 가끔 세계의 삶들에 몸소 은유가 된다. 인간의 몸도 숟갈질과 썰질 같은 것을 느낄 수 있나? 양심과 도리가 더이상 참지 못하고 몸으로 육화된걸까? 나는 은유에게 배신적 의문을 갖고 있다. 생명들에게 부여하는 은유같은 것들. 주욱 심겨진 나무들 옆을 지나며 받았던 애정, 방랑자를 동행하는 바람 같은 시상들.

 

말하지 못하는 것들에 부과하는 인간적인 감상에 회의가 찾아왔다. 인간들에게 받지 않는 위로를 자연에서 찾고 있는 걸까? 비인간적인 것들에 인간적인 것을 부여하는 모습이 얼마나 '인간'적인지. 그래서 나는 은유의 덩굴을 잘라내기로 마음 먹었다.

 

그런데 이제는 현존하는 생들 앞에 몸이 은유가 되어 공명하는 것이다. 징-. 은유는 고통의 팬터마임이 된다. 손에 움켜진 없는 귤을 까 없는 과육을 집어먹으면 돌연 입에서 귤의 꽃향과 신향, 단물이 느껴지는 것처럼. 없는 패임과 썰림의 시큰함이 아주 미세히 살 아래에서 호소된다.

 

이 은유와 은유를 글로 내뱉는 것에 대한 책임이 무엇인지는 잘 알지 못한다. 구호도 아니며 느낌도 아니요, 자책도 아니요. 그저 적어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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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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