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신명나는 굿 한 판, 안 좋은 기운은 훌훌 털어버리자 - 강민수의 독경

글 입력 2022.11.26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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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 나는 가락, 흥겨운 말소리, 온 몸에 울리는 진동

국악을 좋아하는 사람도

국악에 대해 무지하던 사람도

모두 즐길 수 있는 즐거운 무대

 

강민수의 독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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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은 강렬한 북과 태평소의 소리로 시작한다. 곧 봉사로 보이는 사람이 우스꽝스러운 걸음으로 무대에 등장한다. 그러다 갑자기 눈을 번쩍 뜨고는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관객에게 말을 건넨다.


"두 눈 멀쩡한 사람한테 봉사 연기를 하라고 하니 얼마나 힘들어! 그래도 해여지 시키는데 워쪄"


극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은 진행되는 내내 관객에게 질문을 하거나 대화를 시도하는 등의 소통을 시도한다.


이런 소통형 극을 많이 접해볼 기회가 없었기에, 처음엔 많이 낯설었다. 가끔은 이런 것에 웃는 사람들이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는 '제발 나에게 말 걸지 말아달라'는 간절한 눈빛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왁자지껄한 분위기에 취한 탓일까, 동요된 탓일까. 객석을 오가는 배우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손은 자연스럽게 박수를 치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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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수 연희가

 

 

간단한 극이 끝나고 나서는 본격적으로 국악 연주가 시작된다. 익숙한 장구, 북, 징 같은 악기는 물론 평소에 잘 접하지 못했던 해금, 대금, 피리와 같은 악기까지.


듣다 보면 '우리 악기와 국악이 이렇게 좋았나?'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신이 나기 시작한다.


특히 마지막 즈음에 나오는 타악기로만 구성된 연주는 입을 벌리지 않고는 못 볼 정도로 화려하고, 박수가 자동으로 나올 정도로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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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남산굿초이스 공식 블로그

 

 

한 가지 의문점은 왜 주제가 "굿"이어야 하는가였다.


처음 공연장에 들어갔을 때, 서슬 퍼런 파란 조명과 천장에 매달린 으스스한 분위기의 천 인형들 때문에 '무서움'이라는 감정이 가장 먼저 들었다. 그때는 역시 주제가 굿이라서 그렇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무대 내용과 연주는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오히려 흥겹고 즐거움이 느껴졌다. 평소에 "귀신을 쫓기 위한 행위"로 알고 있는 굿과는 확연하게 다른 내용이었다.


조금 찾아보다 보니, 아주 오래전에는 굿이라는 것이 하나의 놀이로써 쓰였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물론 저것도 맞는 해석이지만 나는 강민수 연희자님을 비롯한 모든 연주자분들이 무대 위에서 내내 하시던 말씀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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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남산굿초이스 공식 블로그

 

 

"안 좋은 일은 저희가 모두 가져가 털어버릴 테니 다 주시고 행복만 하십쇼~"


이런 이야기를 몇 번이나 해주시고, 흥겨운 리듬을 연주하며 긍정적인 기운을 받다 보니 정말 안 좋고 어려웠던 일들이 모두 날아가 어깨가 가벼워진 기분이 들었다.


아마 공연을 관람한 모든 관객이 그러지 않았을까? 그런 점에서 강민수의 <독경> 무대는 하나의 '굿'으로서 훌륭한 역할을 해내지 않았나 싶다.

 

++

 

서울남산국악당의 [2022 남산초이스]가 11월 18일(금)부터 12월 31일(토)까지 총 6회에 걸쳐 개최된다.


[남산초이스]는 2016년도부터 아티스트를 조명하는 서울남산국악당의 대표 레퍼토리 공연이다. 올해는 강민수, 방지원, 황민왕이 진도, 동해안, 남해안의 굿을 재조명하고 무대화하여 무속예술의 비전을 제시하고, 나아가 굿 장르의 저변 확대를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굿 장르를 무대화시킴으로써 굿의 대중화와 다채로운 예술적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 기회가 고취되고, 도심에서 펼쳐지는 굿 공연을 통해 만사형통을 축원하고 관객들과 함께하는 소통의 장을 마련한다.


첫 번째 [남산초이스 : 강민수의 독경]은 진도 씻김굿과 단막극(놀부전 중 글 가르치는 대목, 다시래기 중 경문유희)을 연희자 강민수와 바라지의 음악으로 재구성한 악가무 일체의 공연이다.


두 번째 [남산초이스 : 동해UNIVERSE]는 단순히 과거의 것을 재현하는 의미의 RETRO와 또 한 번 즐기고 향유될 수 있는 NEWTRO와 함께 수없이 반복되는 진리를 우리는 다시금 상기하고 깨달아야 한다는 것을 동해안굿을 토대로 새로이 만들어진 작품을 통해 이야기하는 공연을 준비했다.


마지막 세 번째 [남산초이스 : 황민왕의 별신]이다. 별신은 신을 특별히 모신다는 의미를 갖으며 걱정 근심이 생겼을 때, 자신의 힘이 미약함을 느낄 때, 신의 힘이 아니고서는 해결할 수 없는 일이 생겼을 때, 우리 민족은 특별히 신을 모셔서 자신의 사정을 이야기하고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힘을 얻는다. 오늘 '각각'의 사정을 '우리'가 되어 살피고, 우리로 뭉쳐진 '마음먹음'이 우리가 원하는 그 어느 곳에 닿기를 빌며 황민왕의 방식으로 특별히 모신 신을 만나 보는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2022 남산초이스는 공연별 2회씩 진행되며, 금요일 오후 8시, 토요일 오후 3시 공연한다. 11월 18일(금)부터 11월 19일(토)까지 강민수를 시작으로, 12월 9일(금)부터 12월 10일(토)까지 방지원이, 12월 30일(금)부터 12월 31일(토)까지 2022년도 마지막 무대를 황민왕이 장식한다.

 

 

[조은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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