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글 입력 2022.11.21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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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나의 친애하는 '여우'와 함께 '이건희 컬렉션 : 이중섭' 전을 보고 왔다.

 

해당 전시회가 열렸던 곳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으로, 보통 대부분의 사람들은 국립현대미술관을 떠올리면 이 곳을 생각할 것이다. 나 또한 서울에서만 국립현대미술관의 전시회를 관람했었는데, 여우 덕분에 과천관에서의 이건희 컬렉션 전시회를 볼 기회를 얻어서 함께 과천을 다녀왔다.

 

그래서 오늘의 이야기는, 11월 18일에 나의 여우와 함께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을 방문한 이야기를 풀어보려 한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 백남준


 

여우와 함께 셔틀버스를 타고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 들어섰다. 과천관이 처음인 내게 여우가 알려주길, 노래하는 사람들 이라는 설치 미술 작품이 있을 것이라 했다. 실제로 그 작품은 작품 보존을 위한 보수 중이긴 하였으나 묘한 노래로 미술관에 당도한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었고, 정말 미술이라는 예술의 세계에 제대로 초대받는 느낌이 들어서 매우 신비로웠다.

 

조금 더 들어가자 물소리가 들려오고, 거대한 미술관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앞서 언급한 것 처럼 새로운 세계에 빨려들어가는 것 같아서 그곳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이 마치 사이렌의 노랫소리 같았다. 그 날은 유독히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푸른빛 하늘이 펼쳐졌었는데, 모든 게 어우러진 모습이 나를 홀리고 있었다.

 

나를 매혹한 것은 비단 외부의 전경뿐만이 아니었다. 미술관 내부로 들어서자 故백남준의 '다다익선'이 마치 고딕 양식의 교회처럼 높고 첨예한 자신의 자태를 뽑냈다. 비록 '다다익선'의 모니터들이 영상을 송출하고 있진 않았으나 오히려 멈춰있는 그 모습이 더욱 무게감있고 진중하게 자신의 시간을 기다리는 것 같아 작품을 오래도록 눈에 담았다. '다다익선'을 가운데에 두고 원형 경사로가 둘러쌓여 있는 형태였는데, 그 경사로에도 햇빛이 작은 틈에서 비춰지는 것이 종교적으로 신성하다고 느껴졌다.

 

또, 나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다다익선'을 따라 시선을 위로 이동하다보면 보이는 천장의 글귀다. '우리 미술 발전'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원을 따라 적힌 이 문장은 얼마나 이 미술관이 우리 예술을 진심으로 사랑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이 글귀는 앞서 느낀 '종교적 신성함'에 숭고함까지 추가해주어 나로 하여금 경건한 마음으로 전시회를 볼 수 있게끔 하였다.

 

현재 과천관에서는 '백남준 효과'와 '다다익선:즐거운 협연'이라는 두 가지 테마로 故백남준을 기리고 아카이빙하는 전시를 하고 있으며, 여우와 함께 이 두 전시회를 모두 보고 왔다. 주로 '다다익선'과 故백남준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후대 예술가들의 작품이 전시장을 채우고 있었다.

 

물론 그들의 작품들도 모두 뛰어났으나, 그들에게 영감을 준, 그리고 비디오 아트를 창시해 충격을 준 故백남준의 천재성, 그리고 예술의 변화를 사랑하는 그의 가치관에 매우 큰 감명을 받았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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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 모네와 피카소, 파리의 아름다운 순간들


 

여우와 본 두 번째 이건희 컬렉션은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 모네와 피카소, 파리의 아름다운 순간들'이다.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모네와 피카소를 비롯해 그 당시 파리에서 만남을 가지고 자신만의 독창적인 그림을 그려나간 화가들의 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전시회였다.

 

여우와 함께 왼쪽 틈새로 향하는 통로를 나오자 보이는 것은 뻥 뚫린 원형의 공간이었다. 가운데에는 커튼을 원형으로 두르고 엘리베이터와 관람객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놓았는데, 여우는 마치 '다다익선'과 그것을 둘러 싼 원형 통로에서 영감을 받은 것 같다고 했다.

 

원형의 회랑에는 모네와 르누아르, 피사로, 샤갈, 고갱, 달리, 미로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피카소의 도자기들이 좀 더 안쪽에 놓여져 있었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살아있는 붓터치와 유채 특유의 부드러움은 '내가 보고 있는 이 작품이 정말 진품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생생했다.

 

특히나 나는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과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이 인상 깊었는데, 전자는 정말 인상주의의 대명사를 직접 목격한 것에 대한 충격이었다면 후자는 유채로 플라스틱과 같은 매끄러운 표면을 표현했다는 것이 무척이나 놀라웠다.

 

여우와 내가 공통적으로 발길을 멈춘 곳은 샤갈의 '결혼 꽃다발'이었다. 샤갈 특유의 표현이 들어가면서도 원경과 근경의 차이가 보였던 작품을 감탄하면서 우리는 깊게 바라보고 나왔다.

 

 

 

신비한 미술의 요람지,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은 건물 자체에 있는 정원도, 그리고 건물을 나와서 볼 수 있는 전시물들도 모두 다 예술적이었다. 여우는 정원을 걸으면서 "시간의 흐름을 볼 수 있어서 묘하다"라고 표현했고, 건물 외부에 있던 뗏목의 작품을 보면서 우리는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품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여우는 노을을 배경으로 떠나가는 비행기를 뒤로 하며 말했다. "보통 국립현대미술관이라고 하면 서울관만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과천관은 건물의 디자인부터 엄청 신경을 쓴 곳일 뿐더러 소장품 보존의 미술관으로도 굉장히 의미가 깊은 곳이야. 정말 미술을 위한 곳이라고 할 수 있는데 사람들은 잘 모르는 것 같아서 아쉬워."

 

이 이야기를 들으며 서울에만 관심을 갖고 있었던 나 자신도 많이 부끄러워졌다. 나는 미술을 좋아한다면서도 접근성이 편리한 곳에서만 전시를 보느라 나 스스로의 시야에 제한을 걸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받은, 미술로의 초대라는 묘한 느낌을 꼭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어 이 글을 작성한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는 현재 이건희 컬렉션을 비롯해 옥상정원과 故백남준을 기리는 다양한 전시회들이 다채롭게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서울관에서만큼의 감동을, 아니 그 이상의 그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신비로운 세계로, 당신을 초대한다.

 

 

 

[아트인사이트] 명함_컬쳐리스트.jpg

 

 

[윤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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