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상상에 상상을 더해서, 그림책 ‘우화’ [도서]

글 입력 2022.11.14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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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상징을 통해 인간의 운명에 대한 보편적 진실을 말하고 싶다.

서사 전체가 열려 있어 아무런 제한 없이 자유로운 이야기로 풀어낼 수 있도록,

독자 개개인이 자신들의 생각으로 채울 수 있도록,

여러분을 나의 그림책 세계로 초대한다.

 

- 작가의 말 중

 


그림책 ‘우화’는 책장을 넘기는 순간부터 단 하나의 글씨도 적혀져 있지 않다. 단지 책의 오른쪽과 왼쪽에 각각 같은 인물, 그러나 배경과 상황은 다른 그림들의 연속이다.

 

책장을 넘기며 간단한 이런저런 상상을 하면서도, 독자들에게 상상을 맡긴 작가의 그림 대한 의구심도 함께 피어났다. 어떤 그림은 일상적인 혹은 긍정적인 그림인 반면 어떤 것은 부정적인, 특히, 단순히 위협적이게 느껴지는 것 뿐 아니라 죽음과 연관된 그림이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작가가 살고 있는 폴란드는 한창 전쟁의 고통으로 삶과 죽음이 오가는 우크라이나와 접경국이다. 수많은 난민들의 아픔을 가까이 보며 다양한 감정이 섞였다. 대비되는 화면 구성, 색이 채우는 의미는 모든 인간의 운명은 갑자기 변할 수도 있는 것, 갑자기 닥친 운명과 맞설 수 있는 것임을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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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짐을 지고 있는 남성은 수갑을 찬 모습과 누군가의 집 앞에서 선물로 줄 꽃을 든 모습으로 나뉜다.

 

일상적이고 설레는 하루는 전쟁으로 완전히 뒤바뀌었고, 다시금 밝은 날이 오길 바라는 작가의 모습이 겹친다. 그림 속 붉은 색은, 책이 끝을 향해 갈 때 점차 무지개 색으로 변하는데, 이는 따뜻함과 희망을 나타낸다. 그림 하나하나 은유적으로 내포하고 있는 의미를 생각하고 삶에 대한 생각과 상상을 해볼 수 있다.


가슴에 총상을 입은 남자는 마이크를 두고 노래하는 모습으로 바뀐다. 평화에 대한 외침과 표현일까. 비슷한 표정에 비슷한 자세이지만 상황은 참혹과 일상을 넘나든다.

 

그림을 보고는 섬짓 소름이 돋았다. 같은 지구에 살면서, 같은 시간에 누군가는 죽어가고 있고, 누군가는 노래를 부른다. 세상은 무엇을 원하는가, 삶은 무엇이고 우리가 꿈꾸는 미래가 과연 언제나 희망을 가져다주는가에 대한 생각을 해본다. 생각할수록 전쟁이란 득 없는 실의 연속이라는 생각이 가득 찬다.


갈색 옷을 입고 빵모자를 쓴 남자가 있다. 버섯을 재배하는 그는, 그가 좋아하는 책을 찢어 오늘을 견디기 위한 땔감으로 쓰는 걸까. 빵 굽는 이는 창을 들었고, 우산을 든 여자는 총을 들었다. 아이와 놀아주던 여자는 가시덤불을 지난다. 살아남고 살아가기 위한 모습들이다.

 

전쟁은 엄마의 체벌처럼 아이에게 무서움과 상처를 준다. 그네를 타고 놀 나이의 아이는 혼자 남겨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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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불린 물방울은 다양한 모습을 한 이들의 모습을 담아, 하늘로 향해가며 무지개 빛을 띈다. 아이의 옆에는 어른들이 있고, 혼자였던 이의 옆에는 위로를 건네는 사람이 있다. 육체만 들고 태어난 우리지만, 삶은 함께이다. 서로를 보듬고 함께 이겨내고, 다시 평화로울 날을 그려낸다. 톡. 금방 터트려질, 꿈인지 환상인지 아니면 현실인지 모를 그것은 두 가지를 상상하게 한다.


평화롭던 오늘에, 차라리 꿈이었으면 좋았을 전쟁, 탐욕, 절망의 물방울을 떠나보내는 것인지, 또는 이제는 그 절망, 증오가 더 이상 영화 또는 남의 이야기가 아닌, 현재 우리의 이야기로써 전쟁이 끝나거나 더 이상 악이 없는 세상을 바랄 뿐인지 말이다. 희망이라는 무지갯빛 물방울만 그려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고, 평화를 절실히 염원하는 것 말곤 할 수 있는 게 없는 상황을 떠나보내는 것일 수도 있겠다 생각해본다.


“맨 마지막 장에는 둥글게 이어진 끈을 책에 나온 모든 인물들이 서로 마주 잡는다. 해피엔딩일 수도 혹은 끊임없이 다시 반복되며 마주하게 되는 운명일 수도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시 나타나는 수평선. 작게 띄워졌던 배가 사라진 광활한 바다만이 연출되며 마무리 된다.”


놀고, 함께하고, 살아가고, 좋아하는 것을 누리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우리에겐 너무나 당연하고, 그간 내가 ‘삶을 정의해왔을 때’ 가능한 것들과 모습이 그림책에 담겨 있었다.

 

하지만 이 또한 당연한 것이 아니고 감사한 것을, 이 또한 누군가의 희생으로 이뤄내진 것임을 느낀다. 마주 잡고 무지개 줄을 손에 잡고 있는 것이, 지금 일어나는 전쟁의 끝이길 바란다. 살아내 가고 있고, 어떻든지 그럼에도 우리는 함께 살아간다는 마지막 장의 그림에 진정한 따뜻함을 깊이 염원해본다.


책 서두엔 바다 위에 여러 사람이 함께 있는 배가 띄워져 있다. 말미의 바다 그림을 보곤, 그 배는 가라앉은 게 아닌 앞으로 나아갔기에 같은 장소에는 없는 모습일 것이라고 상상하고 싶었다. 더 나아지는 세상이 가능한 건 희망과 기대가 있어서다. 그 소망이 꺼지지 않길 바라는 작가의 마음과 바라는 것이 현실이 되는 게 참 힘들다 느끼는 무력감 모두 이해했던 시간이었다.

 

단순한 그림책이지만, 상상이 점점 현실의 우리에게, 함께 생각해볼 만한 것들을 물어오는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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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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