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내 인생은 검은 도화지

때로는 어둠으로 다가올 수 있어도
글 입력 2022.11.04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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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글은 번아웃우울증에 관한 내용을 일부 담고 있습니다. 아랫글이 불편하거나 힘들게 다가오면 잠시 읽는 것을 멈추고 심호흡을 깊게 해주세요.

 

*

 

“무엇이 민성님을 힘들게 하나요?”

“제 미래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기분이에요. 어둠 속에 있는 기분이에요.”

“민성님은 그 어둠 속에서 무얼 하고 있나요?”

“어디로 가기에도 무서워서 가만히 서 있어요.”

“그러면 민성님은 무엇을 원하고 있나요?”

“빛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길을 제시해줄 사람까지는 필요하지도 않아요. 그저 제가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야 할지 생각이라도 할 수 있는 등불이라도 있으면 좋겠어요.”


작년 11월, 번아웃을 견디기 힘들어 심리 상담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상담사분께 위와 같이 말했다. 어둠 속에 서 있는 기분이라고.


나는 실제로도 어둠을 무서워하는 성격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 대해 본능적으로 공포가 몰려온다. 어둠은 그런 것이다. 무엇이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고, 주위가 전혀 파악되지 않아 쉽사리 발걸음을 뗄 수가 없다.


내 상황이 그런 기분이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미래에 무엇을 해야 할지도 생각이 들지 않는, 마치 새까만 암흑 속에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래서 내가 가장 원한 것은 빛이었다. 주위를 바라볼 수 있는 빛.


그 뒤로, 나에 관한 생각을 수없이 많이 했다. 조심스레 한발 물러서고, 또 물러서며 나의 상황을 최대한 멀리서 바라보았다. 어둠이 아니라 까만 도화지였다. 나는 까만 도화지를 코앞에서 바라보며 그것을 어둠이라 착각하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빛이 아니었다. 누군가가 빛을 비춰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 도화지 위에 그림을 그려 나가면 되는 것이다. 그 까만 도화지는 오롯이 나의 것이었다.


물론 그림을 그려가면서 그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 그것을 고치려고 노력한다 해도 이미 그린 그림을 무(無)의 상태로 되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어긋난 것은 고쳐 나가보고, 아니면 이미 망쳐버린 그 그림을 더 멋있게 변화시킬 방법을 다시 생각해보고, 그렇게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또한 작품이다. 내 수많은 고민과 노력이 담긴 예술 작품.


때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느껴진다면, 그 안이 아니라 더 넓은 시야로 내 인생을 관찰해보자. 그 길 위에 서 있는 것이 아닌, 그 길을 지도처럼 위에서 내려다본다는 생각으로. 길을 찾아갈 수도 있지만, 내가 직접 길을 그려 나갈 수도 있다.


나의 어둠은 언제든지 까만 도화지가 될 준비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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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성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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