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그게 너, 바로 나 [영화]

글 입력 2022.10.21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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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듣기만 해도 막막한 '시험기간'을 보내고 있다. 그래서인지 모든 것이 재미있게만 느껴진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장갑이라도 하나 마련할까, 생전 껴본 적 없는 장갑을 사기 위해 쇼핑몰을 들어가 보기도 하고, 오늘따라 유독 높아 보이는 하늘에 가을을 실감하며 새삼 가을맞이 산책을 나가기도 하고, 화장과 벽을 쌓고 살아온 주제에 괜히 로드숍에 들어가 이것저것 구경하기도 했다.


그중 최고로 말도 안되는 짓은, 영화를 보고 뮤지컬을 기획해 보고 싶다라는 막연한 바람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것이 한국에서 뮤지컬로 만들어진다면.. 과연 흥행할 작품일까?"라는 지금의 나에게 정말이지 급하지 않은 질문을 급박하게 던지면서 말이다.


 

 

the PR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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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ynopsis ]

 

우리도 한때는 잘나가던 브로드웨이 스타. 하지만 지금은 인기에 목마른 신세.

근데 여자 친구와 프롬에 가고 싶은 시골 소녀가 있다고?

기다려라, 우리가 뒤집어 줄 테니!

 

 

 

장르 : 코미디,드라마,뮤지컬

감독 : 라이언 머피

각본 : 잭 비어텔

원작 : 뮤지컬 <더 프롬>

출연 : 니콜 키드먼, 메릴 스트립 외

 


뮤지컬 <더 프롬>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개봉 전부터 화려한 제작진과 출연진으로 사람들의 기대에 불을 지핀 작품이다.

 

미국 인디애나의 한 고등학교에서 서로 다른 의미의 '완벽한 프롬'을 열기 위한 과정을 보여주는 '뮤지컬 영화'로 화면 너머로 비춰오는 극적인 연출과 단조와 장조를 넘나드는 경쾌한 넘버 그리고 짜임새 있는 스토리 매력적인 영화이다.


'17세의 레즈비언의 커플이 과연 무사히 프롬에  참여할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에 간절한 마음으로 두 손 꼭잡고 응원하게 만들며 그 과정에서 '그럴 수밖에 없었던' 각자의 사정 또한 각 캐릭터들과 찰떡이 되는 넘버로 소개되면서 짧은 시간에 다양한 장르를 만나볼 수 있는 눈을 뗄 수 없는 영화이다.

 

(그래서 저는 지금 한달 내 내 이 영화와 넘버에 빠져 살고 있습니다..)


<더 프롬>은 특이하게(?) 등장인물들의 개인 포스터가 각각 공개되기도 했는데, 이 포스터들은 뮤지컬의 캐스팅 보드를 연상시켜 '방구석 뮤지컬'이라는 수식어를 달아줘야만 하는 이유를 더해주었다.


 

 

It's not about me.



영화 <더 프롬>에서는 뮤지컬 영화 치고도 유독 다양한 캐릭터가 출몰한다. 그러면서 각각의 캐릭터에 디테일한 서사를 놓치지 않고 보여주고 있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각각의 스토리도 우리 중에 누군가는 가지고 있는 다양한 결핍을 대입해서 보여준다.

 

이렇게 다양한 캐릭터를 등장시키면서도, 그들 모두가 '에마'라는 한 고등학생 덕분에 변화를 맞이하는 모습을 억지스럽게 느껴지지 않게 보여주어 작품의 연출과 스토리의 높은 완성도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이들 중 가장 흥미롭게 다가온 캐릭터는 메릴 스트립이 맡은 '디 디 알렌'이라는 캐릭터이다. '디 디'와 그녀의 동료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거만한 톱스타'의 이미지로 나온다. 그들은 에마가 살고있는 작은 동네를 촌스러운 곳이라며 직설적으로 말하며 브로드웨이에서 떨어진 자신들의 톱스타 이미지를 회복하려는 '속셈'을 가진 채 그곳으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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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네이버 영화_더 프롬

 

 

영화의 초반부터 나르시시즘의 최고를 보여주고 있는 '디 디'는 프롬에 관한 토론이 열리고 있는 곳으로 무작정 찾아가 대뜸 에마를  응원하는 노래를 부른다. 처음부터 그의 등장을 기다린 것만 같은 화려한 조명으로 순식간에 도배되는 그곳에서 '디 디'는 넘버를 부르며 에마를 지지해 준다. 언뜻 볼 때만 그렇다.


에마를 응원하고 대변하는 모습으로 비춰지지만 사실 이 장면은 그녀의 숨길 수 없는 그리고 딱히 숨기지 않는 주인공병이 가장 돋보이는 구간이다. 누구의 이야기를 어떻게 하던지 항상 자신을 주인공으로 앞세우는 (하지만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아닌) 미워할 수 없는 그녀 한 명만을 위주로 채워지는 씬임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서의 가장 핵심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는 장면이기도 하다.

 

 

"But it's not about me it's about poor, emma!"

(하지만 내 이야긴 아니야 누구의 이야기냐면 불쌍한, 에마!)

출처) 넷플리스


'내 얘긴 아니야'라는 방어막, 그러니까 언제든지 "나는 아니야!"라며  빠져나올 수 있는 말은 먼저 던져 놓고 시작되는 이야기는 결국 본인의 스토리가 들어가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고, 본인의 약점으로 생각하는 각자의 것들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사는 세상이지만 다들 "내 얘기라는 건 아니고~ "라는 말로 가식적인 본인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그것을 더 깊이 감추기 위해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낸 이들에게 더한 잣대를 들이민다. 

 

한 사람의 부풀려진 이벤트는 나의 이벤트를 더 깊숙하게 감춰줄 수 있으니 말이다. 


 

 

I don't want to be a symbol


 

사실 '프롬'이라는 곳은 그동안의 서로의 수고를 위해주는 마냥 신나 보이는 졸업 파티로 상상되지만, 생각보다 그곳으로 향하는 학생들에게 엄청난 용기를 요구하는 곳이다. 요즘 말로  말하자면 '인싸 파티'에 가기 위한 노력을 필요한 곳이랄까.

 

 

스크린샷 2022-10-21 오전 12.23.jpg
출처) 넷플릭스_더 프롬

 

 

먼저, 가서 어색함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즐길 수 있는 친구들이 있어야 하고 화려한 옷과 액세서리가 있어야 하며 여러 사람에 자연스럽게 섞일 수 평범함이 한껏 필요한 곳이다. 이것은 주인공 에마를 포함한 프롬에 참석한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그들 모두는 자신의 어려움을 헤쳐내고 프롬에 온 사람이라는 것을 티내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게 어떠한 것이든) 자신의 결핍을 알리고 싶어 하지 않았고 어떠한 것의  '상징'이 되고자 하지도 않는다.

 

프롬에 참석함으로써 그저 평범함에 묻히고 파한다.

 

 

 

한 발자국의 용기


 

영화 <더 프롬>은 우리가 각자 생활하며 살아가는 곳을 '프롬'이라는 한정적인 공간으로 설정하여 보여줌으로써 살아가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하는 배척, 차별, 위로, 공감, 이해, 설득 등의 과정을 디테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결국 마지막에, 길고 길었던 설득과 이해의 과정을 거친 후에 모두 자기 나름대로의 한 발자국의 용기 덕분에 프롬이 가득 채워지는 것처럼, (누군가는 좋아하던 이에게 파트너 신청을 하면서, 누군가는 자신의 가족을 설득하면서 그리고 누군가는 자기 자신을 이해하면서 말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도 각자가 어떠한 것을 이해하고 설득하고 이해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다면 전보다 가득 채질 수 있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해 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 이야기가 어쩌면 너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이야기해주는 영화로 '자신을 위한 용기'가 필요한 이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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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이 영화의 원작인 뮤지컬 <더 프롬>은 브로드웨이에서 1년을 채 채우지 못한 채 폐막되었다고 한다. 미국에서 큰 흥행을 이끌어 내지 못했다고 하지만, 만약 한국에 들어와서 공연이 된다면 미국과는 다른 결과를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감히 생각해 본다.

 

'동성애'라는 단편적인 소재에 그치지 않고 디테일한  캐릭터 설정과 거기에서 파생된 탄탄한 이야깃 거리로 하나의 주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전달해 줘, 보다 다양한 사람들이 캐릭터에 자신을 투영하여 공감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냥 저 혼자만의 작은 생각입니다..)


+ 뮤지컬 <더 프롬>을 영화로 완벽하게 소개해 준 '라이언 머피'의 선구안에 감사함을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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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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