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함께 나누어야만 하는 슬픔 - 영화 '낮과 달'

혼자서는 절대 견딜 수 없는 슬픔이 있다
글 입력 2022.10.20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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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낮과 달'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혼자서는 절대 견딜 수 없는 슬픔이 있다.

 

마주한다면 분명히 나를 집어삼킬, 거대한 파도 같은 슬픔. 그런 슬픔은 누군가와 나누어야, 함께 항해를 할 사람이 있어야 겨우 견딜 수 있다. 마치 영화 '낮과 달'의 주인공 민희가 목하를 만나고 나서야 자신의 슬픔을 이해하고 떠나보낼 수 있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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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민희가 남편과 사별하고 제주도로 떠나오며 시작한다. 제주도는 종종 남편이 함께 가서 살자고 했던 그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민희는 곧 쾌활하고 친절한 이웃 목하를 만나 함께 술을 마시기도 하면서 그녀가 이 낯선 제주도에서 정을 붙일 수 있을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목하가 남편의 첫사랑이라는 것을 알게 되기 전까지는.


목하의 아들 태경이 어딘가 남편과 닮아있다고 생각한 민희. 돌담에서 그와 목하의 이니셜이 새겨진 돌덩이를 발견하고 둘의 과거를 확신한다. 자녀 계획을 이야기하면 항상 바로 자리를 피하곤 하더니. 제주도에 아들이 있었다 이거지. 민희는 애써 부여잡고 있던 이성의 끈을 놓는다.


남편에게 쏟아내야 할 원망과 분노이거늘. 민희는 애꿎은 목하를 향해 모든 불만을 표출하기 시작한다. 목하가 혼자서 꾸민 작은 텃밭을 굽 높은 구두로 마구 밟아 망치기도 하고, 태경이 마치 자신과 남편의 아들인 것처럼 억지를 부리기도 한다.

 

솔직히 태경이, 나한테 좀 줄 수 있잖아. 세상에 남은 남편의 마지막 흔적이나 마찬가진데,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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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민희는 슬픔 앞에 서툴러 어쩔 줄 모르는 사람이다.

 

자신 혼자 아무 연고 없는 제주도에서 남편의 부재를 견디기에는 슬픔에 잡아먹힐 것만 같아서, 함께 남편에 대한 슬픔을 나눌 수 있는 목하에게 어리광을 부리고 의지하려 한다. 남편을 사랑했겠다, 남편의 아이인 태경도 있겠다. 민희 입장에서 목하는 딱 좋은 상대일 테니.


한편 목하는 자신의 첫사랑인 민희의 남편이 모르게 아들 태경을 낳고 키우며 지난 20년 동안 누구보다 큰 슬픔을 혼자서 다스려 왔다. 민희보다 20년 먼저 상실의 슬픔을 겪은 셈이기에, 민희보다 슬픔 앞에 조금 더 여유로울 수밖에 없다.

 

목하는 민희의 은근한 조력자로 역할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민희를 위로하고 보듬는다. 결국 영화가 막바지로 이르며 어느덧 둘은 티격태격하면서도, 함께 웃음까지 함께하는 사이로 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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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희와 목하, 두 캐릭터들의 예측할 수 없는 귀여운 행동과 '티키타카' 케미는 영화에서 놓쳐서는 안 될 가장 큰 매력 포인트다. 자칫 터무니없게 느껴질 수 있는 캐릭터들이지만, 유다인 배우와 조은지 배우의 연기가 캐릭터와 서사에 따뜻한 숨을 불어 넣는다.


슬픔을 견디는 민희와 목하 두 사람의 모습과 우정까지 그려낸 영화 '낮과 달'. 이제 제법 추운 바람이 부는 계절. 제주도의 감성적인 분위기와 자연,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까지 함께 잘 어우러진 이 따뜻하고 아기자기한 영화를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

 

KC ♥ MH

 

남편과 남편의 첫사랑이 목하 열애 중이었던 곳으로 나 홀로 뚝 떨어지게 된다면?


남편과 사별 후 평소 남편이 살고 싶어 했던 제주도로 이사 온 민희는 성격 좋은 동네 이웃 목하와 그의 음악하는 아들 태경을 만나 친분을 다지게 된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출발, 새로운 친구가 생겼다고 생각한 순간, 목하가 남편의 첫사랑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본의 아니게 상실의 아픔을 분노 게이지로 다스리게 되는 민희, 평온했던 일상 속 잊고 지냈던 오만 년 전 ‘구 남친’의 기억을 강제 소환당한 목하. 두 여자의 예측 불가, 밀고 밀리는 관계가 시작된다!

 

- 시놉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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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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