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영화를 본다'를 완성해내기까지 [문화 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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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서 영화관을 가기 위해서는 버스를 타고 20여 분 정도 가야 한다.
이 작은 동네에 카페와 병원이 종류별로 다 있는데 영화관은 없는 게 야속하기는 하면서도 영화관에 가기 위해 버스에 몸을 싣고 나면 어쩐지 그런 사실에 감사하게 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버스에 앉아 가만 창밖을 내다 보면 꽤 많은 것들이 보인다.
내가 요즘 잘 가지 않은 길의 건물이 다른 모습으로 변해 있는 것, 수많은 교회와 카페, 반팔과 긴팔이 섞여 있는 사람들의 모습들. 그 속을 걸어다닐 때에는 보이지 않던 도시의 풍경이 그제서야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지금은 이렇게 앉아 있는 나도 언젠가는 저곳의 한 그림이 된다는 사실이 새삼 생경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 시간들을 거쳐 영화관에 도착한 후 기계로 가 지류 티켓을 출력한다.
이제는 스마트폰 속 QR코드로 대신할 수 있음에도 종이를 만져야 하는 이유는 이 시간을 책꽂이 한 켠을 차지하고 있는 티켓 앨범 속에 보관해두고 싶어서이다.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야 감정이 더욱 애틋해지는 건 참으로도 이상하고 신비로운 일임에 틀림없다.
'일부러' 이런 행위를 하는 특별함 또한 잊지 않고 싶어 영화를 보기 전까지 손에 붙들고 티켓의 질감을 곱씹어보게 되니 말이다.
혼자 영화를 본 이후에는 곧바로 스마트폰을 들어 인터넷에 접속한다. 감독은 그 부분에서 어떠한 의도를 가지고 있던 것인지, 나와 다른 사람들의 감상이 어떤 부분에서 차이가 있는지 따위의 머릿속을 가득 채운 조각들을 내 나름대로 정리하기 위해서이다.
영화관에 오는 동안 바깥만을 바라봤던 사람은 어디 가고 이제는 스마트폰을 세상의 전부로 삼기로 한 사람만이 남아 있다.
지인과 영화를 본 이후에는 스마트폰의 자리는 대화들이 대신한다. 이 사람은 나와 취향이 그렇게 비슷하면서도 나와 다른 관점으로 영화를 감상했다는 게 흥미로워 연신 다른 질문을 던지게 된다.
발걸음을 맞춰 가며 헤어지기 전까지 서로를 붙잡고 영화를 보면서 이 부분이 얼마나 좋았는지, 어떤 부분이 아쉬웠는지 얘기하다 보면 그제서야 영화를 끝까지 다 본 기분이 든다.
무슨 일이든 한 가지를 완전히 완성해내기 위해서는 수많은 시간과 노력이 든다. 처음부터 끝까지 신경을 안 써도 되는 부분이란 존재하지 않고, 하나를 하다 보면 그 옆에 있는 것까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어쩔 때에는 그런 이유로 내가 하고 있는 모든 일들이 완벽하게 연결되어 보이기도 한다. 플래너에는 할 일이 여러 가지이지만 모두 끝마치면 하루를 완성한 일인 것처럼, 영화를 감상하는 그 시간만 영화를 보는 게 아니라 그 주변을 둘러싼 모든 시간이 영화를 감상하는 과정인 것처럼 말이다.
그 과정을 깨닫는 게 즐거운 요즈음이다.
[민시은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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