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내게 무해한 사람 [도서/문학]

글 입력 2022.10.0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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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 작가의 <내게 무해한 사람> 은 총 일곱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소설이다. 작가님의 다른 작품이 생각나던 글도 있었고, 처음부터 끝까지 눈물이 나 읽는 내내 휴지를 붙들고 있던 글도 있었으며, 잔잔하게 보게 된 글도 있었다.

 

<내게 무해한 사람>에 나오는 인물들이 제목 그대로 함께하는 모든 순간들이 서로에게 무해한 사람이었던 건 아니다. 오히려 유해하다고 볼 수 있는 상황도 더러 있었다.

 

하지만 서로에게 무해하고자 했고 그러한 관계 속에 있기를 바랐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단편 하나하나에 대한 이야기로 이 작품을 설명하기보다는 책의 말미에 쓰인 작가의 말을 통해 일곱 편의 소설이 어떤 모습을 가지고 있는지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고통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사람이 주는 고통이 얼마나 파괴적인지 몸으로 느꼈으니까.

 

그러나 그랬을까, 내가.

 

나는 그런 사람이 되지 못했다. 오래도록 나는 그 사실을 곱씹었다. 의도의 유무를 떠나 해를 끼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나, 상처를 줄 수밖에 없는 나, 때때로 나조차도 놀랄 정도로 무심하고 잔인해질 수 있는 나. 내 마음이라고, 내 자유랍시고 쓴 글로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들을 소외시키고 그들에게 상처를 줄까봐 두려웠다. 어떤 글도, 어떤 예술도 사람보다 앞설 순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가 지닌 어떤 무디고 어리석은 점으로 인해 사람을 해치고 있는 것은 아닐지 겁이 났다.

 

 

누군가의 작품을 읽을 때 개인적인 취향으로서 평을 내리는 것과 별개로 그 작품을 읽어내는 마음은 문체에 따라 달라지는 편이다.

 

예를 들면 거칠고 투박하게 쓰인 글은 거칠고 투박한 마음으로 읽게 되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한 마음으로 읽어내린 책은 아무리 좋았다 한들 다시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특유의 담담하면서도 깊은 문체로 인물 한 명 한 명, 이야기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다뤄내는 능력은 내가 작가님의 글을 다시 찾게 되는 가장 큰 이유이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어느 것 하나 허투루 쓰이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다양한 형태의 작품 속에서 의미 없이 혹은 너무나 쉽고 무례하게 내쳐지며 쓰이는 것들을 마주할 때 느끼는 불편한 감정을 느끼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편안한가.


*

 

나에게 있어 무해함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유해함을 잘 알고 있는 것, 예상치 못한 순간에 얼마나 많은 유해함을 저지를 수 있는 사람인지를 인식하고 있는 것, 그래서 더욱더 섬세하고자 노력하는 것.

 

작가의 말처럼 모든 사람에게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적어도 모든 사람에게 섬세한 사람은 될 수 있지 않을까?

 

박준 시인의 산문집 중 이런 구절이 있다.

 

“말은 사람의 입에서 태어났다가 사람의 귀에서 죽는다. 하지만 어떤 말들은 죽지 않고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살아남는다.”

 

내가 남긴 말과 글들이 누군가의 마음속에서 살아남는다면 적어도 섬세한 온기를 가지고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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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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