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시간을 넘어, 공간을 넘어 - 디어 마이 라이카

글 입력 2022.10.07 12:57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뮤지컬_디어마이라이카_메인포스터(低).jpg


 

뮤지컬 ‘디어 마이 라이카’는 ‘한국콘텐츠진행원 – 2021 대한민국 콘텐츠대상 스토리 부분’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창작 뮤지컬이다. 우주라는 공간에서 시간을 넘은 부자의 사랑을 다룬 이야기로 그 공간이 우주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우주’라는 공간은 흔히 어머니의 또 다른 상징적인 대상이다. 어머니로부터 한 생명의, 한 인생의 시간이 탄생한 순간으로 흔히 어머니를 우주로 비유하지만 ‘디어 마이 라이카’에서는 아버지와 그 아들의 사랑을 담은 공간으로 비유되어 새로웠다.

 

더군다나 생명이 넘쳐나는 온 세상의 우주가 아닌 실제 텅 비어 있는 우주라는 설정은 넘쳐흐를 것 같은 사랑과 잘 배치되지 않아 의아했다. 하지만 이는 절절한 부자의 사랑보다는 절제된, 넘치듯 표현하지 않아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전달되는 사랑이 느껴져서 좋았다. 그리고 절제된 감정과 대비되는 폭발적인 노래는 그 균형을 잡아준다.

 

우주라는 공간을 나타내기 위한 무대가 인상적이었다. 텅 비어 있다는 느낌이 강할 수는 있지만 주인공 ‘라이카’의 텅 빈 기억과 마음을 대변하기에 무대의 여백이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한다. 무대의 채움보다는 형태와 빛으로 우주를 표현한 게 돋보였다. 사선으로 기울어진 세팅과 마치 오로라와 같은 청록색, 보라색 등의 조명은 우주의 광활함과 신비로움을 잘 보여준다. 그리고 배우들의 걷는 행동도 충분히 우주라는 공간의 느낌을 주기 때문에 집중하며 잘 볼 수 있었다.

 

이야기는 찾는 과정의 연속이다. 아버지 ‘라이카’는 기억을 찾으려고 하고 아들 ‘벨카’는 아버지의 흔적을 찾으려고 한다. 마치 전에 봤던 연극 ‘눈을 뜻하는 수백 가지 단어들’이 떠올랐다. 딸이 돌아가신 아버지가 가보고 싶던 장소를 찾고 그 과정에서 사랑을 느꼈듯이 뮤지컬 ‘디어 마이 라이카’에서는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에 대한 흔적을 찾고 사랑을 느끼는 과정이 인상 깊었다.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는 서먹하게 표현되는 경우가 많지만 피에 대한 강한 끌림이 느껴져 새로웠다.

 

아버지를 따라 우주비행사가 된 ‘벨카’를 생각한다면 아버지에서 아들로 이어지는 직업과 사랑이 기존 어머니에서 딸, 그리고 그 딸의 딸로 이어지는 서사를 떠오르게 된다. 어머니와 딸 사이에서 느껴지는 연민과 고마움, 미안함의 감정들이 아버지와 아들로 옮겨지면서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그리움이 더 강하게 느껴졌다.

 

인류의 새로운 행성을 찾기 위해 사명감으로 갑자기 떠난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시간과 공간을 넘는다는 설정은 처음에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영화 ‘인터스텔라’를 생각하면 쉽다. 우주의 시간은 지구와 다르다. 더욱이 ‘라이카’는 같이 동행한 박사에게 속아 냉동실험에 참여하게 되면서 그 시간의 차이는 더 커진다. 시간이 이렇게 길다면 아버지와 아들이 만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벨카’가 최초로 우주의 웜홀을 통과하면서 시간을 단축시킨다. 그렇게 ‘벨카’는 아버지보다 먼저 행성에 도착하게 된다. 그리고 돌아올 아버지를 기다리며 자신의 흔적을 남기게 되고 시간이 더 지나 ‘라이카’는 아들이 남긴 흔적을 보고 아들에 대한, 가족에 대한 사랑을 느낀다.

 

이 뮤지컬의 연출이 좋았던 이유는 아버지에서 아들로 향하는 전형적인 사랑이 아닌 아들에서 아들로 향하는 역방향의 사랑이 돋보였기 때문이다. 그 사랑이 시간과 공간을 넘어 아버지보다 더 빨리 늙어버린 아들이 아들보다 더 젊은 아버지에게 전달되어 감동적이었다.

 

이들의 헤어짐에 원인이 되었던 박사를 악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인류와 과학을 위해 ‘라이카’를 속여 한 가족의 이별을 야기했다. 대의를 위한 개인의 희생을 정당화할 수 있는가에 대한 철학적인 의문도 던진다.

 

뮤지컬에는 박사에게 하나의 장치를 단다. 바로 욕심이다. 실험에 대한 진전이 있을 때 나오는 광기 어린 그의 모습은 대의가 아닌 개인적 성과와 욕심을 보여준다. 박사가 현실적이고 모두의 이익이라는 결과만 생각한다면 정당화될지 모르지만 개인적 욕심을 고려하면 선과 악의 경계는 더욱 모호해진다.

 

 

"Dear my Laika."

 

 

뮤지컬을 다 보고 나서야 제목이 귀를 거쳐 마음에 들어온다. 흔히 사랑하는 사람에게 ‘Dear My ~’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일반적인 경우에 부모의 자식에 대한 사랑을 기대하지만 이 뮤지컬에는 그 반대가 돋보였기에 ‘친애하는 나의 라이카에게’라는 말은 어느새 커버린 아들의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부자가 떨어져 있는 시간에도 아이는 커가고 자라며 어느새 아버지를 닮아간다. 마지막 ‘벨카’가 ‘라이카’에게 남긴 편지가 읊어졌을 때 그런 사실이 슬펐던 게 아닌가 싶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사랑’은 진부한 표현이지만 아들과 친애하는 아버지이기에 그렇게 표현하고 싶다.

 

 

 

박성준-컬쳐리스트.jpg

 

 

[박성준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5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