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문과적 감성으로 가득찬 SF - 뮤지컬 '디어 마이 라이카'

글 입력 2022.10.03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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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간성의 회복


 

인간의 마음은 결핍을 통해 존재한다. 결핍의 발생과 발생 가능성은 우리를 행복하고 고통스러운 존재로 만든다. 우리의 일부나 전체가 언젠가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 타인 또한 그럴 수 있는 사실은 삶을 위축하고 고통스럽게 한다. 인간의 발달한 사고는 결핍을 과장하고 욕망하게 한다. 개인은 과거, 현재, 미래에서 결핍을 직시하고 그 속에서 자신을 발견한다.

 

오늘 리뷰할 뮤지컬 '디어 마이 라이카'는 결핍에 관한 이야기다. 막 동면에서 깨어난 주인공 라이카는 기억이 온전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잃어버린 기억은 '화성에서 들려오는 아련한 노랫소리'의 형태로 반복해서 꿈에 나타난다.

 

마침내 도착한 어떤 행성에서 누군가 남긴 메시지를 발견한다. 메시지를 남긴 사람은 이미 성인이 된 그의 아들이었다. 긴 동면 시간과 우주의 혼란스러운 시간 왜곡으로 아들은 아버지보다 나이가 많아졌다. 아들을 버리고 우주로 떠난 아버지와 달리, 아들은 아버지를 찾기 위해 우주인이 되었다.

 

그제서야 라이카는 자신의 기억, 그것도 자신의 복사본이라 할 수 있는 아들의 기억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는 그로서 있게 하는 가장 중요한 것이 가족과 관련된 기억이라는 것을 실감한다. 결과적으로, 이 이야기는 라이카가 잃어버린 것을 되찾기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는 이야기다. 그에게 있어서 혈육의 기억은 그를 지탱하는 모든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작품은 '인간성(감정)의 회복'을 주요 주제로 다루고 있다. 이러한 메시지는 아버지 라이카와 아들 벨카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닥터 K와의 대조를 통해 다시 한번 강조된다. 어린 시절에 가족들로부터 버려진 닥터 K는 명확한 정답에 집착하고, 감정을 단순한 화학적 상호작용에 불과하다는 그의 가설을 증명하고자 한다.

 

그래서 그는 위험천만한 우주여행을 떠나는 조건으로 라이카를 생체실험 대상으로 삼는다. 특정한 약을 먹지 않은 라이카는 감정과 관련된 기억만을 잃으리라 예측했고, 실험은 성공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라이카는 자신의 기억을 떠올리는 데 성공한다. 닥터 K는 라이카와 논쟁할 때는 자신의 실험이 성공했다고 이야기하지만, 독백에서 자신의 가설을 약간 수정하면서 실험을 종료한다. 사실 닥터 K부터 역시 자신이 버려지던 날을 떠올리게 하는 빗소리를 녹음해올 정도로 인간적인 감정에 목말라 있는 캐릭터기도 하다. 그는 지구가 아닌 자신이 있을 곳을 찾기위해 방랑해왔고, 라이카와 벨카의 관계성을 통해 자신의 가설이 실패했음에도 얼굴을 구기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디어 마이 라이카'는 영리한 스토리 구조를 지닌다. 뮤지컬은 라이카와 벨카의 엇갈린 시간과 관계를 표현하기 위해 라이카와 닥터 K의 이야기 중간마다 벨카의 이야기를 삽입했다. 화성에서 서로를 부르는 장면과 서로의 흔적을 발견하는 기지에서 세 캐릭터가 서로 얽히는 듯 표현한 연출은 인상 깊었다. 화성의 깊은 모래에 파묻혀 서로를 찾는 비유는, 라이카와 벨카가 시간 속에서 만나지 못하는 상황과 잘 맞아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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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재밌는 소재, 아쉬운 연출과 전개



'디어 마이 라이카'는 분명 괜찮은 콘셉트와 구조로 되어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SF에서 기대되는 무대 연출이 다소 아쉽다. 무대는 중간에 큰 모니터화면이 있고, 무대장 위에는 조종실로 보이는 탁자가 하나 놓여있는 식으로 구성하였다. 살짝 흔들리는 모니터나 영상을 이용한 연출은 좋았지만, 뭔가 좀 더 SF에 맞는 화려한 연출을 기대한 입장에서는 다소 아쉬웠다.

 

주인공들의 복장도 SF 복장이라기엔 너무 단조로웠다. 하지만 이러한 연출과 복장 자체가 관람에 방해될 정도로 어색하지는 않았다. 전반적으로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 실력이 좋았고, 스토리도 잘 짜여 있어 관람하면서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는 부분은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닥터 K의 넘버 중 한 걸음만 더 내디뎌 인류가 발전하게 된다는 내용은 멜로디도 중독성 있고 캐릭터를 잘 표현하는 것 같아 인상 깊었다.

 

하지만 이 좋은 스토리 면에서 개인적으로 잘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예를 들어 감정도 하나의 사고나 인지라고 할 수 있는데 그 부분만 사라진다고 가설을 세우는 부분이나, 벨카가 웜홀을 통과하는 이유와 원리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지 않는 부분이 그랬다. 애당초 당사자의 허락을 받지 않는 연구를 허용한 점과 라이카가 6살 된 아들에 대해 갑작스럽게 애틋한 마음을 갖게 되는 부분이 그랬다. 대안행성에서 서로의 흔적을 발견하는 부분도 이해는 가지만 좀 더 설명이 필요했던 부분이었던 것 같다.

 

내가 스토리에서 불만을 느끼고 있는 부분은 대체로 세 가지 이유에서 발생하는 것 같다. 첫째, SF라는 소재 덕에 혼란스러운 시간 선이 잘 표현되었지만, 뭔가 그 장르에서 기대되는 디테일이 아쉽다. 혼란스러운 시간선이나 웜홀의 기능 등을 좀 더 자세히 설명했으면 SF라는 소재가 좀 더 두드러지지 않았을까 싶다. 둘째, 라이카의 심리선이 충분히 표현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과학자의 호기심과 개인의 인간성을 좀 더 드러내려면 동면 실험의 내용과 의미를 좀 더 드러내고, 라이카가 지구를 떠나야만 했던 이유를 자세히 표현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사실, 이런 부분들은 뮤지컬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과감히 생략한 것 같다.

 

 

 

3. 나가며



종합하면, 뮤지컬 '디어 마이 라이카'는 좋은 콘셉트와 시도로 가득 찼지만, 뭔가 SF의 디테일이 조금 부족한 작품이다. 귀에 박히는 넘버도 많고, 연출도 좋았는데 좋았던 점이 많았던 만큼 정말 작은 부분에서 디테일이 부족한 것이 개인적으로 너무 아쉬웠다.

 

이왕 혼란스러운 시간을 모티브로 잡은 만큼 작품이 좀 더 재미없는 설명을 붙이더라도 어려웠으면 좋았으면 싶다. 차가운 우주에서 감성적인 장면들을 잔뜩 넣은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지만, 기대한 것보다는 너무 따뜻한 느낌이다.

 

그래도 뮤지컬에서 SF를 볼 수 있었다는 점, 단 세 명이 상대적으로 단출한 무대를 채우고 있음에도 휑한 느낌을 받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작품의 진가가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닥터 K의 캐릭터가 정말 매력 있었다. 라이카와의 관계, 그러니까 라이카 역시 가지고 있었을 과학자의 기묘한 열정을 좀 더 보고 싶었는데 이 점이 정말 아쉽다.

 

 

[이승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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