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가장 사적이고 솔직한 진심을 담아 - 반 고흐, 프로방스에서 보낸 편지

글 입력 2022.09.30 03:35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얼마 전 다른 책의 서평에서, 나는 괴로울 때 주로 미술과 음악의 힘을 빌린다는 이야기를 적은 적이 있다.

 

작품들을 감상하는 것 자체가 나에게 위로를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때때로는 직접 그림을 그리거나 좋아하는 노래를 불러보며 복잡한 마음을 정리해보기도 한다.


작품 감상 혹은 예술적인 활동만큼이나 내게 의미 있는 건, 바로 예술가들의 삶이다. 어떤 예술가들의 말이나 가치관, 삶의 태도에 대해 생각하는 일은 나에게 큰 버팀목이 되어준다.


몇몇 예술가들의 이름이 떠오른다. 그중에서도 내가 꽤 오랜 시간 동안 자주 떠올렸던 삶의 이야기는, 빈센트 반 고흐의 것이었다.

 

 

[꾸미기][크기변환]2.jpg


 

아마 어렸을 적의 나는 빈센트 반 고흐를 ‘해바라기’, ‘별이 빛나는 밤’ 등을 그린, 자신의 귀를 자른 미친 화가 정도로 생각했을 것이다. 내가 그의 삶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수년 전 그의 편지들에 대해 알게 된 후부터였다.


그는 자신의 동생인 테오 반 고흐와 수백 통의 편지를 나누었는데, 그 편지들을 통해 나는 빈센트가 얼마나 그림을 사랑했는지, 그리고 그가 얼마나 예술에 대해 열정으로 가득 찬 청년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

 

생전에 판매된 그림이 단 한 점뿐이었을 정도로 그의 예술 활동은 녹록지 않았지만, 그는 희망을 잃지 않고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려 했다.


그동안 빈센트에 대한 글도 많이 읽었고, 관련 전시나 공연도 많이 관람했던 내가 또다시 그의 인생에 관한 책을 펼치게 되었다. ‘반 고흐, 프로방스에서 보낸 편지’라는 도서로, 빈센트가 사망하기 전 마지막 3년의 그림들과 편지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나름대로 그의 작품과 삶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았다고 생각했는데도 또 새로운 이야기와 처음 보는 그림들을 알아간다. 빈센트의 그림 인생이 그리 길지 않았다는 것을 고려하면, 그가 짧은 시간을 얼마나 정열적으로 불태웠는지 다시금 느끼게 된다.

 


[꾸미기][크기변환]1.jpg

 

 

빈센트가 말했듯 이 세상에는 선과 색채의 예술도 존재하지만 언어의 예술도 존재하며, 그것은 오래도록 남는다.

 

빈센트가 실제로는 사람들과 잘 어우러지는 성격을 가지지 못했지만, 적어도 편지를 통해서는 자신의 진심을 담아 무언가를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가 쓴 편지를 받은 이들이 오래도록 이를 간직했던 이유도, 그의 편지에는 사람의 마음을 끄는 뭔가가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의 편지를 읽을 때마다 나는 빈센트가 화가일 뿐만 아니라 언어의 예술가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푸르른 빛깔과 생생한 색채가 넘쳐 나는 곳을 찾아 프로방스로 떠났던 빈센트의 글답게 그의 편지에는 일상에서의 생각과 감정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이 진솔하고 내밀한 편지들은 그의 작품들을 한층 빛내주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그가 언제나 사람에 대한 사랑과 다정한 시각을 잃지 않았으며, 고통스러운 순간에도 살고 싶다는 마음을 배우고자 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바라본 그의 그림들은 무척이나 슬프고도 아름답고 따뜻하게 느껴진다.


 

"뜨거운 태양 한가운데에서 자신의 직무를 완수하려 악마처럼 싸우는 희미한 이 형체, 바로 수확하는 사람에서 나는 죽음의 이미지를 본단다. 그가 수확 중인 밀이 인간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야. 내가 일전에 그렸던 <씨 뿌리는 사람>과 정반대에 위치한 작품인 셈이지.


하지만 이 죽음에는 슬픈 구석이 하나도 없단다. 한낮의 햇살이 넓게 퍼져 순수한 황금빛 햇살이 모든 것에 넘쳐흐르는 가운데의 죽음이니까."

 

- 194p

 


빈센트가 사망하기 약 1년 전 테오에게 보낸 편지 중 <수확하는 사람> 습작에 관한 내용은 그의 마지막 순간을 떠올리게 한다. 그는 자주 그림을 그리러 나가곤 했던 밀밭에서 스스로의 가슴에 총을 쐈다.


그는 마지막으로 밀밭을 바라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어쩌면 빈센트는, 그가 사랑하는 황금빛 색채의 햇살 아래에서 맞이하는 죽음이라면 외롭고 슬프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꾸미기][포맷변환][크기변환]까마귀가 나는 밀밭.jpg

 

 

 

송진희 컬쳐리스트.jpg

 

 

[송진희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