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여름은 청춘을 닮았고, 여름밤은 청춘의 불안한 감정이 스며들어 있다. 도서 '장르는 여름밤'

조금 들뜬 듯한 기분 좋은 습기, 정돈되지 않은 자유로움. 무언가로 가득 찬 포화 상태의 여름밤.
글 입력 2022.09.20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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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청춘을 닮아 있고, 여름밤은 청춘의 불안한 감정이 스며들어 있다. 청춘의 열정처럼 뜨겁게 타오르는 여름의 낮과 열정 이면의 진득하게 붙어 있는 고민과 그럼에도 은은하게 남아있는 열기. 여름밤은 덥고 습하고 축축하면서도, 낮의 뜨거운 열기가 식지 않고 뭉근하게 남아있다. 내가 생각하는 여름과 여름밤은 이러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에세이집 <장르는 여름밤>의 저자는 여름밤을 이렇게 말한다. 짙고 파란 벨벳 원단이 온 세상을 부드럽게 덮고, 반짝이는 불빛이 하나둘씩 켜지며 도시를 밝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식지 않는 에너지, 조금 들뜬 듯한 기분 좋은 습기, 정돈되지 않은 자유로움. 무언가로 가득 찬 포화 상태의 여름밤. 그는 이런 여름밤에서 영감을 얻어 소리를 만들고 글을 쓴다고 한다.

 

 

여름을 좋아하는 사람은 대게 몽상가이고, 여름밤을 좋아하는 사람은 분명 몽상가다. 나는 여름밤에서 많은 영감을 얻어 소리를 만들고 글을 쓴다. 그 결과물인 음악을 어느 계절에 들어도 누구나 여름밤을 떠올리기 바라며, 내게 여름은 감성의 근원이고 여름밤은 열매인 셈이다. 그래서인지 여름밤에 쓴 곡도 많고 여름밤을 떠올리며 쓴 곡도 많다. 누군가 내게 어떤 장르의 음악을 만드냐고 묻는다면 여름밤으로 하고 싶다.

 

 

위의 내용에서 느껴졌겠지만, 이 책의 저자 ‘몬구’는 뮤지션이자 작가이다. 그는 밴드 ‘몽구스’로 데뷔 후 제3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모던룩 음반을 수상했고, 현재 몬구로 활동하기까지 100여 곡이 넘는 작품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최근에는 파리패션위크 EENK와 서울패션위크 VEGAN TIGER 음악감독을 맡아 새로운 음악적 시도를 선보이고 있다. 또한, 2014년 네 명의 뮤지션과 함께 한 에세이집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에 이어 2019년엔 <씬의 아이들>을 출간하며 작가로서도 활동 중이다. 그가 이번엔 ‘여름밤’이라는 주제 아래 다양한 그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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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돈되지 않은 자유로움과 무언가로 가득 찬 포화 상태의 여름밤. 내가 생각하는 여름밤의 이미지와 참 닮아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날 것의 열정 가득한 청춘들의 모습, 그리고 그 모습에서 느끼는 묘하게 들떠 있는 기분. 하지만 정돈되지 않았기에 여러 굴곡에 부딪히고 상처받고 고민하고 성장한다. 책 <장르는 여름밤>에서는 지금의 ‘내’가 되기 위해 어떤 상황을 마주했고, 어떤 생각을 지나쳐 왔는지. 그 과정을 겪으며 어떻게 작가 ‘몬구’로서 성장하게 되었는지를 살짝 엿볼 수 있었고, 먼저 성장통을 겪은 이의 경험에 빗대어 나의 현재를 위로하게 되는 책이었다. 그중 유독 생각이 많아졌던 부분에 덧대어 나의 고민을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 불안과 성장


 

책에서 그 어떤 부분보다 나의 마음을 위로했던 부분은 <불안과 성장>이었다. 저자는 사소한 일에도 긴장하는 편이라 늘 불안이 곁에 있는 편이라고 한다. 목표든 계획이든 무언가를 따라가기 힘들 때, 해야 할 일을 놓칠 때 등 아직 벌어지지 않은 것들 상상하고 앞서 불안을 느낀다는 것이다.


나는 저자와는 달리 대체적으로 평온한 편이지만, 완전히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꽤나 큰 불안감을 느낀다. 특히, 그 일이 책임감을 동반하는 일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실수를 하더라도 나에게만 문제가 발생되는 것엔 많은 신경을 쓰진 않는다. 하지만 나의 실수로 인해 누군가에게 피해가 갈 수 있는 일을 새로이 시작하게 된다면, 일을 시작하기 며칠 전부터 압박감에 시달리는 편이다. 이것은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이면서 나타났다. 작년, 새로운 일이 추가된 적이 있었는데, 본격적으로 업무가 시작되기 전부터 한동안은 머릿속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시뮬레이션을 돌리느라 일에 대한 생각으로 꽉 찼었다. 그렇게 D-1 날이 다가왔고, 그날 나는 업무를 놓치는 악몽에 시달리며 약 1시간 간격으로 잠에서 깼던 기억이 있다. 이러한 나를 보며 스스로 ‘뭐가 그리 걱정이 되어서 이렇게 불안에 떠는가’라며 걱정이 많았던 나 자신에 대한 자책 아닌 자책을 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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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태도와 생각은 올해도 별다를 것 없이 이어지고 있었는데, <불안과 성장> 부분에서 “누가 그러는데 잘하고 싶어서 불안한 거래.”라는 말을 읽자마자 위로받았다는 감정을 느꼈다. “좀 더 잘하고 싶어서 고민하고, 고민하다 보니 걱정하고, 걱정하니까 불안이 생기는 거야. 반드시 잘해야지 하는 압박이 오히려 긴장을 만드는 거지. 못하면 안 되니까. 생각해 봐.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면 긴장 같은 것도 안 하잖아.” 아, 나는 잘하고 싶었던 거구나.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불안했던 거였구나 싶었다. 저자의 말처럼 결국 나의 불안은 뭔가를 잘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고, 그렇다면 일을 그르치는 정도의 불안만 아니라면 딱히 나쁜 감정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 열린 질문


 

“좋은 질문이란 무엇일까?” 예전부터 고민은 해봤지만, 여전히 답을 찾지 못한 상태다. 여전히 이 질문에 대해 명확한 답은 할 수 없지만, 책의 <열린 질문>을 읽으면서 나만의 정답에 한 발짝 다가간 기분을 느꼈다.


책에서는 상대방이 만들어 놓은 틀 안에서 대답하게 되는 상황을 ‘닫힌 질문’이라고 표현한다. 예시를 들어서 설명해 보자면, ‘닫힌 질문’이란 “겨울에는 음악 활동이 많지 않아 힘들죠?” 물어보는 것이고, ‘열린 질문’이란 “겨울의 음악 활동을 어떤가요?”라고 물어보는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일지 몰라도 꽤나 큰 차이가 있다. 전자는 ‘겨울에 하는 음악 활동이 힘들다, 힘들지 않다’ 정도의 대답만 가능하다면, 후자는 ‘겨울에는 어떠한 방식으로 음악 활동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대답까지 고려할 수 있다. 상대방이 생각하고 대답할 수 있는 범위 설정 자체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어쩌면 대답보다 질문이 중요한지도 모른다. 질문은 생각을 확장시킨다. 생각을 자극하고, 스스로 답을 찾도록 촉구한다. 그 과정에서 서로 성장하는 것이다. 또한 좋은 질문은 상대방을 존중한다는 강력한 표시다.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 하나의 기술이 되지도 하겠지. 자기 의견에 귀 기울이려는 사람에게 마음을 열지 않을 사람은 없을 테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수용적인 편이다. 어떠한 일이 던져졌을 때 “이걸 왜 이렇게 해”라는 의문보다 “아 이렇게 하라는 거구나”라며 받아들이는 경우가 더 많다. 크게 의문을 가지지 않는 편이다 보니, 질문을 하는 게 어렵고 그러다 보니 좋은 질문이라는 것의 답을 찾기는 더더욱 어렵다. 하지만 책에서 말했든 ‘질문은 생각을 자극하고, 스스로 답을 찾도록 촉구한다’는 것과 ‘좋은 질문은 상대방을 존중한다는 표시’라는 부분을 읽으며, 어떤 식으로 질문하는 게 좋을지 조금을 알게 된 기분이 든다. 괜찮은 질문을 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이고 의식적으로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지금부터 꾸준하게 고민하며 나만의 좋은 질문법을 찾아 대화 스킬을 업그레이드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 용기



 

살면서 큰 용기를 낸 순간이 언제였을까? 쉽사리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고 보면 인생을 흔들어 바꿀 만큼의 대단한 결정을 내린 적도 없는 것 같다. 그럭저럭 무리하지 않고 흘러가다 보니 지금 바로 여기인 것이다…앞으로도 영화처럼 극적인 용기로 인생을 바꾸진 않을 것이다. 제발 그런 일이 없기를 바란다. 그저 감당할 만큼의 용기로 꾸준히 노를 저어 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어떻게든 되겠지’,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살아간다.’ 내가 굉장히 자주 하는 말이다. 그래서인지 내 삶은 별다른 굴곡 없이 평탄했다. 과분한 행복도, 과도한 위기도 없이 무난했다. 그러다 문득, 내가 살면서 삶에 변화점을 만들 만큼 용기를 내본 적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사소한 용기와 도전은 있었고 그것이 어느 정도 변화를 이끌어낸 적은 있지만, 삶의 전환점이 될 만큼의 용기를 낸 적은 없었다. 이렇게 용기를 내지 않았던 스스로의 모습을 되돌아보면, 때때로 안타까움을 느끼곤 했다.


유명한 사람들의 강연이나 인터뷰 중 ‘도전해라. 시도해라. 눈 딱 감고 시도해 보면 인생이 달라질 것이다’ 등의 용기를 북돋아 주는 내용을 볼 때, 때때로 도전하지 않는 내가 잘못된 사람인 것처럼 느껴질 때도 종종 있었다. 하지만 책에서 ‘영화처럼 극적인 용기로 인생을 바꾸진 않을 것이다. 그저 감당할 만큼의 용기로 꾸준히 노를 저어 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라는 부분을 읽으며, ‘나 같은 사람도 있는 거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약간 안심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앞으로 내 삶에 있어서 큰 변화가 찾아오는 것을 밀어낼 생각은 없다. 그저 밀려오는 파도에 겁을 먹고 도망가는 것이 아닌, 흐름을 타고 위를 누비는 서퍼들처럼 새로운 것이 오더라도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용기를 내고, 최선을 다해서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며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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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처럼 식지 않는 에너지, 조금 들뜬 듯한 기분 좋은 습기, 정돈되지 않은 자유로움. 무언가로 가득 찬 포화 상태의 여름밤. 여름은 청춘을 닮아 있고, 여름밤은 청춘의 불안한 감정이 스며들어 있다. 여름밤은 덥고 습하고 축축하면서도, 낮의 뜨거운 열기가 식지 않고 뭉근하게 남아있다. 이러한 ‘여름밤’에서 영감을 얻어 노래와 글을 쓰는 작가 ‘몬구’와 여름밤 같은 그의 이야기를 읽은 나는 어느 여름밤 문득 에세이집 <장르는 여름밤>을 떠올리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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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미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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