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읽는 도슨트, 도서 '위로의 미술관'

글 입력 2022.09.16 15:27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위로의미술관_표지1(띠지).jpg


 

종종 전시회를 가면 드는 생각 중 하나는 ‘내가 좀 더 예술에 대한 조예가 있었더라면’이라는 아쉬움이다. 작품만 보고도 느끼는 것이 있겠지만, 그 작품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나 숨겨진 이야기 등을 알고 보는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단순히 대단하고 멋진 그림이 아니라, 어떠한 시대적 배경과 그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어떠했는지, 어떤 과정 속에서 탄생한 것인지를 알게 되면 이해도가 깊어지며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오게 된다. 그렇기에 난 좀 더 폭넓은 이해를 위해 도슨트 투어나 오디오 도슨트를 굉장히 선호하는 편이다.

 

책 [위로의 미술관]은 세부적인 설명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책이었다. 마치 읽는 도슨트와 같았다. 미술계의 거장들의 작품을 단순히 소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거장의 작품과 화풍이 어떠한 성장 배경 속에서 자라났는지 등 걸작 뒤의 숨겨진 비하인드 스토리를 친절하고 재미있게 설명해 준다.

 

그리고 그들의 삶을 통해 읽은 이에게 공감과 위로까지 던져주니 지루함 없이 집중하며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에서는 크게 4가지를 주제로 하여 작가들을 소개하고 있다. △늦은 나이에도 두려움 없이 도전하던 작가들을 소개하는 1장 ‘너무 늦었다고 생각되는 날의 그림들’, △어려움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작가들의 이야기가 담긴, 2장 ‘유난히 애쓴 날의 그림들’, △고독과 외로움 속에서 새로움을 창조해낸 작가들을 소개하는, 3장 ‘외로운 날의 그림들’, △일상의 쉼과 행복이 되는 작품을 그렸던 작가들의 이야기가 담긴, 4장 ‘휴식이 필요한 날의 그림들’의 구성이다. 이렇게 각 주제별로 분류하여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보니 감정이 이어져 작품과 이야기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4장으로 구성된 책 속에는 25명의 거장들과 작품들이 소개되고 있는데, 다양한 내용 중 기억에 남았던 몇 부분을 꼽아서 소개해 보고자 한다.

 

 

 

우리는 언제나 너무 빨리 이루길 바라요


 

‘그랜드 모지스’라는 친근한 별칭으로 불리는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몸이 좋지 않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무력감을 이겨내기 위해 75세에 처음 붓을 잡기 시작한 그녀는 오랜 시간 자신이 희로애락을 느끼며 살았던 농촌의 삶과 풍경을 자기만의 방식대로 소박하고 정감 있게 그려내기 시작했다.

 

화가로 돈을 벌거나 성공하려는 욕심 없이, 자신이 경험한 다정하고 따뜻한 고향의 모습을 그림으로 담는 것 자체로 행복함을 느꼈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그림을 보고 있자면 동화 같은 순수함과 따뜻함, 그리고 행복감이 한껏 전해져 온다.

 

누군가는 그녀의 그림 앞을 지날 때면 “장작을 태우는 연기 냄새가 난다”라고 했고, 많은 이가 그녀의 그림에서 고향과 가족, 이웃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며 감동했다.

 

모지스 할머니는 이러한 반응들에 힘입어 성공에 성공을 거듭하며 75세부터 101세까지 1,600여 점의 많은 작품을 남기면서 평생 바쁘고 즐겁게 긍정적인 인생을 보냈다고 한다.

 


131.jpg

랜마 모지스, <생일 케이크>, 보드에 유화, 49.53X65.41cm, 1952년, 개인 소장


 

여기에 가장 영화 같은 이야기는 75세라는 나이에 처음 붓을 잡았다는 점이다. 그녀의 삶 그 자체가 무엇인가를 시작하기에 늦은 나이는 없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최근에 나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과 새로운 도전하기엔 늦은 나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계속 충돌 중에 있었다. 객관적으로 보자면 결코 도전에 늦은 나이가 아니긴 하지만 사회적으로는 늦은 나이인 것처럼 느껴졌는데, 그녀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사회적 시선에 따른 나이로 살아가고 있는 것을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생각이 들자, 그녀의 삶 자체가 나에게 응원을 던져주는 듯한 느낌을 함께 받았고, 그간 가지고 있는 고민이 어느 정도 해결됨과 동시에 앞으로의 도전에 용기를 얻게 되는 부분이었다.

 

 

 

필사의 노력이 부질없다 하더라도


 

이 파트가 기억에 남았던 것은 이야기보다도, 작품의 색감이 나의 마음과 눈길을 사로잡았기 때문이었다.

 

이번 내용의 주인공은 ‘이반 아이바좁스키’로, 역사상 가장 위대한 해양 풍경 화가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평생을 걸쳐 그린 6,000여 점의 그림 중 절반이 정교한 바다 풍경을 담았을 정도로, ‘바다’에서 많은 영감을 얻어 작품을 남겼다.

 

바다를 배경으로 자연에 대한 경외감, 인간의 의지, 모험과 이국적인 모습 등을 품을 신비롭고 강렬한 그림을 그리며 러시아 낭만주의 예술을 이끄는 핵심 화가로서 활동을 했는데, 그중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아홉 번째 파도’가 나의 눈길을 장시간 책에 잡아 두었다.

 

 

141.jpg

이반 아이바좁스키, <아홉 번쨰 파도>, 캔버스에 유화, 221X332cm, 1850년, 러시아 미술관

 

 

‘아홉 번째 파도’를 딱 마주하면, 마치 불길이 하늘을 집어삼킨 듯한 붉은 하늘과 그를 집어삼킬 것 같이 어둡고 거친 파도가 몰아치는 장관이 대비를 이루는 강렬한 대자연에 잡아먹히는 느낌이 든다.

 

금방이라도 나를 휩쓸고 갈 것 같은 장면을 계속 보고 있자면, 그림 아래쪽 난파당한 배의 돛대를 부여잡고 간신히 버티고 있는 인간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압도적인 대자연 앞에 자그마하게 서 있는 모습이 초라해 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남기 위해 버티는 모습에서 인간들의 강한 생명력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신비로움이 느껴졌다. 처음엔 타오르듯 강렬한 색감에 눈길을 멈췄고, 점차 드러나는 자연 이면의 모습과 인간의 생명력을 보며 눈에 이어 마음까지 사로잡은 작품이었다.

 

이 [위로의 미술관]이라는 책은 단순히 미술에 대한 정보만 전달하지 않는다. 미술사에 큰 영향을 끼쳤던 거장들과 작품을 그대의 인생에 빗대어 소개하며 공감, 용기, 응원 등 다양한 형태의 위로를 함께 전한다. 그것이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이다.

 

지치게 되는 날 미술로서 위로를 받고 싶다면, 마치 읽는 도슨트와 같은 책 [위로의 미술관]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곽미란.jpg

 

 

[곽미란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5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