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가을에 읽는 여름밤의 장르 - 장르는 여름밤

<장르는 여름밤> 리뷰
글 입력 2022.09.10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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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좋아하는 사람은 대개 몽상가이고, 여름밤을 좋아하는 사람은 분명 몽상가다.' - <장르는 여름밤> 중에서

 

책의 뒷표지에는 해당 글이 적혀있다. 책을 다시 바로 세워 본다. 파랗지만, 어쩐지 약간 어두워보이는 하늘에 희고도 분홍빛이 도는 뭉게구름이 두둥실 떠있다. 눈썹같은 달이 작게 떠있고 별똥별이 떨어지는 하늘. 장르는 여름밤의 앞표지다.

 

나는 어쩐지, 여름을 떠올리면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배경으로 연출되는 여름 하늘이 생각난다. 푸른 풀들이 바람에 흔들거리고, 파란 하늘에 구름이 떠있다. 왜 하필 구름이 뭉게구름인지, 적란운의 그 몽글몽글한 질감이 선택되는진 잘 모르겠으나, 어쨌든 모두가 한 번씩은 꿈꿔보는 그 하늘은 여름에 정말 잘 어울리는 것 같다.

 

하늘에 밤이 찾아오면, 뭉게구름은 사라지지만 낮의 더위와는 상반되게 약간은 습하지만, 또 그만큼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며 별이 반짝거린다. 강이나 바다의 표면에는 불빛이 어지럽게 흔들리고 사람들이 왁자지껄하게 담소를 나누는 여름밤. 친구 혹은 연인과 함께 그 시간을 보내는 순간은 봄과 가을, 겨울보다도 훨씬 짙게 기억 속에 남아버린다. 마치, '비에 젖었다 마르기를 반복하며 딱딱하게 굳어 버린 수첩'처럼 말이다.

 

몬구는 이미 책을 펼치기도 전에, 여름밤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디자인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책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장르가 여름밤이라면'이라는 가정을 하였을 때 상상할 수 있는 낭만적인 풍경을 떠오르게 하는 삽화와 자신이 생각하는 여름과 몽상가에 대한 글을 실었다.

 

음악가이자 작가인 몬구의 글을 <장르는 여름밤>을 통해 읽어 봤다.

 

 

장르는 여름밤_표지.jpg

 

 

몬구의 에세이를 읽으며, 나는 그의 음악을 함께 틀어놨다. 여름의 끝자락에 발매한, 이 책과 동일한 제목의 앨범인 '장르는 여름밤'에서의 '한 잔만 더 마시고 우리 이 우주를 걷자'이다.

 

잡음이 많이 섞여서 들리지만 오히려 그 '펑키'함이 그가 이 책에서 묘사한 '로우파이'의 매력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그 '로우파이'라는 것이 폭발적인 에너지를 가져서 다양한 것들이 혼재되어 있는 여름과 닮았다고 느꼈다. 그리고 이런 그의 음악을, 그의 글은 닮았다.

 

스쿠터를 타고 전국을 질주하는 뜨거움과 달과 불꽃놀이를 생각하는 서늘한 몽상을 모두 가진 몬구의 글을 읽으며 두 가지 생각을 했다.

 

먼저, 그는 여름을 참 좋아한다. 그는 여름을 자신이 유일하게 믿는 마법이라고 언급하고 비 오는 늦여름에 우쿨렐레를 떠올린다. 글이라는 것은 좋아하는 것이 듬뿍 담기기 마련이다. 그의 글은 여름의 향취가 짙게 묻어나오고 있었기 때문에, 에세이를 읽는 와중의 나도 지나가버린지 얼마 되지 않은 나의 여름을 떠올리곤 했다.

 

두 번째, 여름의 '낮'이 아닌 '밤'을 언급한 것은 그가 단순히 여름의 정열만이 아닌, 사라져가는 낮의 열기를 안고 있는 밤의 소중함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몬구의 글에 '파도'가 자주 나온다. 파도란, 그 순간엔 시원하고 커보이지만 한 번 너울이 치고 나면 사라져버리고 만다. 항상 즐거울 것만 같은 여름의 나날들도 밤이면 슬프고도 서러운 것들이 생각나기도 한다. 몬구는 그런 것들을 이 책에서 잊지 않고 기록했다. 신부님과 대화하기도 하며, 강릉 7번 국도를 떠올린다.

 

그가 생각하는 '여름밤'이라는 장르는, 자신이 사랑하는 여름이 가진 양면성에 대하여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지 않을까, 싶다.

 

 

 

 

이 에세이를 통해 그의 음악을 처음 알았다. 앞서 언급했지만, 그의 글과 음악 모두 여름의 그 '지지직'거리는 잡음이 섞인, 덥고 습하지만 낭만적인 그 밤을 닮았다. 그의 에세이를 통해 나의 지나간 여름밤을 다시 한 번 더 생각해볼 수 있어서 감사하며, 그의 음악 또한 추천한다.

 

 

[윤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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