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우연과 상상'으로 감상하는 영화 속 우연 이야기

글 입력 2022.09.01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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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타인을 만나 우연히 상상 속을 헤엄칠 때,

찰나의 창의성이 주는 반짝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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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1. ‘메이코’는 친한 친구의 연애사를 집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자세히 듣게 된다. 그녀 친구의 새로운 남자 친구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신이 예전에 교제했던 남자친구라는 감이 스쳐 지나간다. 친구와 헤어지고 택시 기사님께 차를 돌려 달라고 요청한 후 그녀는 약 2년 만에 옛 남자친구에게 갑자기 찾아간다.


2. 뒤늦은 나이로 대학에서 수업을 듣는 여대생 ‘나오’는 동거하는 남자의 능글맞은 부탁으로 인해 교수를 유혹하고자 마음먹는다. 그녀는 교수의 소설 중 일부를 낭독하게 된다.


3. ‘나츠코’는 20년 만에 동창회에 나가보지만 찾고 싶었던 동창생과 재회를 하진 못한다. 그 후 길에서 우연히 보고 싶었던 동창생을 발견한 후 그녀의 집에 초대받아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다.

 

우연은 예고편 없이 당황스러울 정도로 급하게 찾아온다. 우연은 결코 영화 같은 하루가 아니며 당신에게도 오늘, 아니면 내일. 예상 없이 발생된 우연이라는 큰 움직임이 발생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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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주인공의 대화 장면


 

주변에서 자신을 가치 없다고 치부한다면 맞서 싸우세요

세상의 잣대로 자신을 평가한다면 거부하세요

나만 아는 자신의 가치를 포용할 줄 알아야 해요

혼자 하려면 매우 힘들 거예요

하지만 그래도 해야 해요

그걸 지켜낸 자만이 뜻밖의 인연을 만나 용기를 줄 수 있으니까요

평생 일어나지 않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누군가 그걸 안 하면 그건 절대 일어나지 않아요

 

 

 

우연과 상상에 대한 에디터의 견해


 

<드라이브 마이 카>에서 감독 하마구치 류스케의 철학적이고도 깊은 각본에 매혹되어 <우연과 상상>도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연과 상상>은 3편의 단편으로 묶인 옴니버스 영화다. 첫 번째 이야기 ‘마법(보다 더 불확실한 것)’은 메이코가 그녀의 친구 연애사를 택시 안에서 듣고 난 후, 친구와 쌍방으로 호감을 보이고 있는 상대가 자신의 구 남자친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메이코의 친구가 택시에서 먼저 내린 후 메이코는 택시 기사님께 왔던 길로 다시 되돌아가달라 부탁한 후 구 남자친구의 회사 사무실로 찾아가 오묘한 감정으로 섞인 언어라는 물감을 그에게 폭풍으로 칠해버린다.

 

두 번째 이야기는 소설로 큰 수상을 한 교수와 제자의 은밀한 대화의 구성이다. 교수는 교수실의 ‘문을 열어둔 채로’ 항상 자신의 결백함을 보여 주는듯한 상황을 연출하며 제자와 공백 없이 대화를 하는 시퀀스로 이루어져 있다. 교수를 유혹하기로 결심한 제자는 그의 소설 중 은밀하고, 성에 관해 쑥스러움 없이 써 내려간 문단을 몰래 녹음기를 튼 후에 낭독한다.

 

낭독이 끝난 후 유혹보다는 자신의 결함을 터놓게 되는 제자는 녹음기의 진실을 털어놓지만, 교수도 예쁜 목소리로 자신의 글을 읽어주는 지금을 녹음기로 기록하고 싶었다고 말해준다.

 

세 번째 이야기는 같은 학교 출신이 아닌데 서로 동창이라고 착각해서 각자의 학창 시절 추억을 회상하며 담소를 나누는 장면이다. 동창이 아니라는 사실에 당황해서 소통하고 있는 그 순간을 어색하게 느꼈다면 우연이라는 인연의 산물을 감히 상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어찌할 바 모르는 그 찰나, 몇 초 사이에 태어난 용기를 다른 타인이 잡아당기면서 기록될 수 없는 관계의 역사는 조용히 시작된다. 언제부터가 인연이라 부를 수 있는 시점인가를 고민하게 만드는 관계의 연은 노력이라 명명할 수 없는 은은한 이끌림이 서로를 서로에게 교집합 시킴을 보여준다.

 

필자의 입장에서 2시간의 러닝 타임을 다시 회상해 보면, 이 모든 사건들은 우리의 일상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하루가 되기에 마땅하다. 이 단편의 묶음집의 주인공들처럼 필자에게도 우연히 다시 만난 인연들로 인해 반갑게 웃었던 일들을 소개해 주고 싶은 에피소드가 몇 개 쌓여있다.

 

오프라인 모임에 나갔지만 쑥스러운 마음에 모임이 끝나자마자 카페의 문을 열고 바로 집으로 가는 방향으로 향했다. 그 장소에 벗어나기 바빴던 정신없던 상황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그 장소에서 만난 인연들과 만남이 소중했지만 단 하루 만남일 것이라 예상했었다. 그 후 시간이 꽤 흘러 필자와 공통점이 많다고 생각했던 모임의 참가자 중 한 명이 필자에게 따로 연락이 와서 점심을 먹고 함께 인디영화를 보게 되었다.

 

어느 날은 학교 친구가 필자가 사는 동네에 놀러 왔을 때였다. 초저녁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누군가 필자를 불렀다. 혹시 연락처를 받을 수 있겠느냐고. 평소 필자는 새로운 사람에게 경계심이 날카로운 편이라서 ‘죄송합니다.’하고 지나 걸어갔을 텐데 그러면 후회할 수 있겠다는 순간의 감정이 필자를 그 자리에 멈추게 했다. 그 이후 약속을 잡아 동네 카페에서 서로의 이름은 아직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영화 <연애사진>에 대해 서로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 후에도 커피를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반려견의 유별난 성격에 대해 이야기를 끝없이 나누다 보니 기존에 알고 지낸 사람처럼 경계심이 풀어지는 마법 같은 일을 경험하게 되었다.

 

이왕 이렇게 알게 된 이상 조금 더 용기를 가지고 상대를 알아가는 선택으로 기울였다면 관계에 대한 판도가 달라질 수 있었다. 그러나 길에서 만났다는 이유가 관계를 지속시키기 어렵겠다는 결정으로 변질되어 종료시키는 방향으로 결정 시킬 수밖에 없었다. 

 

완벽한 타인이 선사해 준 우연은 완벽한 내 사람이라는 확신의 관계보다 다른 양상의 삶의 변화를 준다는 것을 이때 깨달았으며, 이 우연을 잡고 상상까지 품어 가져갔을 때는 어쩌면 현대인에게 필요했었던 색다른 감각을 건네받을 수 있다.

 

우연이라는 변수에는 언제나 조심이 따른다. 이 조심성에 대한 조건은 수백 가지의 조항으로 적혀있어 우리를 압박시키거나, 더 큰 상상으로 상황을 그려나가 우연히 만난 기회를 박탈시킬 수도 있다. 다만 자신의 삶의 데이터로 인해 이 우연에 대한 긍정적인 감각이 샘솟는다면 약간의 경계는 풀고 대화를 시작할 용기를 가져도 충분히 괜찮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우연에 대한 또 다른 영화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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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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