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치킨이 쏘아 올린 작은 열풍 [음식]

글 입력 2022.09.01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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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음식이 아니라 문화가 되다


 

불금에 뭐 먹지? 쉬는 날 출출한데 뭐 시킬까? 선뜻 먹을거리를 결정하지 못할 때, 문득 머릿속에 떠오르는 메뉴가 있다. 바로 국민음식 치킨!

 

치킨은 단순히 먹는 것을 넘어서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닭고기 버릴 때 없이 얼마나 완벽한가! 계란은 삶거나 프라이를 해 먹고, 닭은 튀겨먹고, 삼계탕으로 해먹고. 또 매운 게 당길 때는 닭볶음탕을, 달짝지근한 게 생각나면 간장 찜닭을 그야말로 나무랄 데가 없다. 그래서 치느님이라고 물리는 것일 수도 있겠다. 그뿐인가 치킨에 어울리는 떡볶이부터 치밥, 치면까지 다양한 형태의 식품으로 발전하고 있다.

 

어렸을 때는 엄마, 아빠가 퇴근 후 사 온 한마리 치킨을 목이 빠져라 기다렸었다. 또 생일 때, 특별한 일이 생겼을 때 먹을 수 있던 귀한 음식이었다. 지금은 치킨 하나면 이야기가 형성된다. 일주일간 학업과 일로 피로해졌을 나를 위한 선물이 되어 주기도 한다.

 

일 끝나고 근처 호프집에 들러 치킨 한 마리를 두고 마주 보며 맥주잔을 맞부딪친다.

짠 – 나도 모르게 내뱉는 경쾌한 음성이 울려 퍼진다. 한 손에는 맥주를 다른 손에는 치킨을 들고 명상하듯 눈을 지그시 감는다. 나는 친구에게 말한다.


 

‘이게 진짜 행복 아니겠냐’ 

 

 

뿐만 아니라 야구장에서도 응원을 하며 먹는 치킨도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 코로나로 인해 취식이 금지됐다가 잠시 거리두기가 해제됐을 때 이런 기사가 났었다. 헤드라인 명 ‘비로소 되찾은 치맥 관람의 행복’ 사진 속 관중들이 열띤 응원을 한다. 치킨과 함께 말이다.

 

코로나로 주춤했던 집합모임이 조금씩 해제되면서 최근 생긴 변화 중 하나가 페스티벌이다. 최근 대구의 치맥 페스티벌이 3년 만에 열렸다. 2013년부터 열린 대구 치맥 페스티벌은 200여 개의 치킨부스와, 콘서트, 파티 분위기를 조성해 생생한 열기를 느끼게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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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또한 치킨을 매우 좋아해 최근에 수원 통닭거리에서 치킨을 먹은 적이 있었다. 골목 사이사이가 모두 치킨집이었는데 49년 전통의 가마솥 통닭부터 왕갈비 통닭, 통닭 버거까지……

닭 하나로 다양한 요리에 각각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뭐니 뭐니 해도 제일은 옛날 통닭이다. 시대는 달라졌지만 옛날에 먹던 맛 그대로에 치킨무, 양배추 샐러드는 그야말로 일품이다. 절로 엄지가 새워지는 맛이었다.

 

 

 

치킨, 금값으로 변하다


 

최근 사람들 사이에서 치킨값이 갑자기 올라 마치 금값 같다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사람들이 치킨값 하나에 울고 웃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월급은 그대로인데 금리는 높아지고, 물가는 상승되고. 대형 프랜차이즈 치킨 기준 그 가격은 3만 원대다.

한 프랜차이즈 업계 종사자는 “가격 인상 이유로 곡물 가격과 물류비용이 인상되고 환율도 올라 닭의 사육 원가가 상승한 데다 닭 가슴살 수요는 늘고 공급은 부족하다”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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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사람들은 마트에서 파는 가성비 치킨을 찾고 있다. 치킨값이 올라 부담스러운 사람들을 위해 일주일간 세일 행사를 하기도 하고, 마트에서 연이어 치킨을 출시하고 있다.

 

 

 

K-치킨 열풍은 여전하다


 

‘겉바속촉’ 취향에 따라 찍먹 부먹으로도 즐길 수 있는 치킨은 값이 올라도 여전히 인기다. 최근 미국에 진출한 국내 프랜차이즈 치킨점이 감사패를 받았다. 가수, 춤, 드라마에 이어 치킨도 해외로 뻗어 나가는 중이다.

 
치킨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가보면 가슴 아픈 이야기가 숨어 있다. 원래는 백인 농장주가 먹다 남긴 닭고기를 흑인 노예가 밀가루 반죽 입혀서 튀겨 먹던 게 시초다. 농장주는 살코기가 많은 가슴과 다리만 먹고 나머지 부위는 버렸다. 흑인 노예는 버린 부위를 주워 조리해 먹었다. 버린 부위라면 살도 없을 텐데 어떻게 먹었을까? 바로 밀가루를 덧입혀 튀겨 양을 불린 것. 어쩌면 우리가 먹고 있는 치킨은 과거 누군가에게는 어쩔 수 없이 먹어야 했던 식량이었다.


작년 티브이에서 ‘대한민국 치킨 대전’이라는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다양한 재료에 치킨을 더해 최상의 맛을 끄집어 내는, 그야말로 ‘치킨도 예술이 될 수 있다’라는 것을 입증해 준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치킨에 대한 사람들의 사랑은 대단하다.

 

치킨은 단순한 음식을 넘어서 어린 시절(생일, 운동회날)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힘들고 고된 하루를 위로해 준다. 누군가에게는 어색한 대화를 풀어주는 매개체가 되기도 하며 경기를 응원하며 먹는 치킨은 그 자체로 재미와 힘을 더한다. 그래서 치킨은 대중적이지만 특별하다. 딱히 맛있는 소스, 양념이 없어도 존재 그 자체로 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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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아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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