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3 나는 누구인가

사진에세이, 세번째.
글 입력 2022.08.30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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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8월 29일.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숨 가쁘게 살아온 나날에서 벗어나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한 2주 정도였나? 평소에 참석하지 못했던 오프라인 모임도 참석하고, 가고 싶은 여행도 많이 가고 하면서 한껏 여유를 즐겼던 그 짧은 순간을 아직도 기억한다.

 

하지만 세상은 공평하기도 하지, 이 정도 쉬었으면 다시 정신없이 일하라는 뜻으로 코로나 재확산부터 시작해 생각지도 못한 업무 분장을 받아 버렸다. 끊임없이 몰려드는 일은 멈출 새가 없었고, 한 번에 여러 가지 업무를 하다 보니 정작 내가 해야 할 기본업무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전에는 해야 할 일을 하나씩 처리하면서 업무에 대한 주도권을 가지고 내가 정해놓은 로드맵대로 착착 진행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피치 못할 내부 사정으로 인해 업무 분장을 하게 되면서 일을 한다는 느낌보다는 일을 겨우겨우 쳐낸다는 느낌으로 조직이 굴러가기 위한 최소한의 역할만 수행했다.


그렇게 2주쯤 흘렀을까, 정체성을 잃기 시작했다.


나는 누구인가, 이 조직에서 내가 하는 일은 무엇인가. 대체 나는 어떤 사람이기에 이런 일을 하고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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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내가 하던 일은 뒷전으로 미뤄두고, 조직을 위해 내가 해보지도 않았던 일을 하며 맞물려있는 톱니바퀴가 멈추지 않도록 열과 성을 다했지만 나에게 남는 것은 무엇인가.

 

의문을 가질 새도 없이 조직을 위해 불타오른다. 내가 잠시라도 멈추면 톱니바퀴는 삐걱대며 고장이 날 것이다. 돌아가는 톱니바퀴는 구심점이 있어 힘을 가하지 않으면 멈추지 않는다.

 

가해지는 힘이 줄어들더라도 느리게, 천천히 돌아간다. 그러나 한번 멈춰버린 톱니바퀴는 재가동에 많은 힘이 필요하다. 어느 한 지점부터 다시 시작하지 못하고, 모든 톱니가 제대로 맞물려 맨 처음의 톱니바퀴를 힘을 가해 돌려야지만 돌아간다.

 

물론 중간에 있는 톱니바퀴를 움직이면 돌아가기야 하겠지. 다면 굉장히 큰 힘이 필요할 뿐이다.


조직의 일원이 되어 톱니바퀴를 굴리는 삶이 무의미하지는 않다.

 

인간으로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좋든 싫든 사회의 일원이 되어 움직여야 한다. 거대한 흐름 속에서 내 본분을 다하는 것만으로도 세상은 원활히 돌아간다. 세상을 위해서니, 조직을 위해서니, 이런 거창한 이유는 필요 없다. 나는 그저 내게 맡겨진 책임을 다하는 것뿐이다.

 

사회를 위해 나를 불태우는 것이 아니다. 오로지 자기만족을 좇아 하루를 살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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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

인간 존재에 대한 물음이 아니다.


다시 한번 묻는다.


나는 누구인가.

나의 존재 의의를 따지기 전에, 나의 표면적 역할은 무엇인가.

사회적 동물인 인간으로 태어나 이 세상의 일부로 하루를 살아가는 나는.

 

나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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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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