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네모난 프레임 속 순간들 - 비비안 마이어 사진전

비비안 마이어 사진전 [그라운드시소 성수]
글 입력 2022.08.28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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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처럼 저 또한 그녀를 발견했고, 저는 그녀의 작품들을 제가 영화를 위해서 참고자료로 저장해 두었습니다. 비비안 마이어의 작품들이 놀라운 이유는 바로 그 이미지에서 그녀 자신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영화 <캐롤> 감독 토드 헤인즈 Todd Haynes

 

 

[크기변환][포맷변환]10.carol.jpg

캐롤 (Carol)

 


비비안 마이어는 미국 뉴욕 출생으로, 유년 시절 미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살았다.

 

그는 항상 카메라를 지니고 거리에 나가 사진을 찍었다. 그의 사진은 구체적인 테마를 정해 놓고 그에 맞는 것을 찾는 것이 아닌 그저 거리의 순간들을 기록하는 것을 중심으로 한다.

 

그 덕분인지 그의 사진 속 사람들은 어떤 때는 일상 속에 존재하는 자연스러운 모습이면서도 찰나의 순간을 포착한 탓인지 때로는 그 어떤 사진들보다 부자연스러워보이기도 한다.

 

 

[크기변환][포맷변환]10.vivian.jpg

뉴욕, 1954년

ⓒEstate of Vivian Maier, Courtesy of Maloof Collection and Howard Greenberg Gallery, NY

 

 

거리에서의 시간을 담은 그의 사진은 마치 역할극과도 같아 보인다.

 

평범한 사람들은 거리를 무대 삼아 그들만의 독백극을 펼친다. "거기 두 사람은 부녀 지간인 겁니다. 풍선에 절묘하게 얼굴이 가려지도록 해주세요,"와 같은 사진가의 지시 사항이 있어야 할 것만 같은 사진은 그저 우연한 순간의 포착이다.

 

기차 안에서 모두 똑같은 스타일의 모자를 쓰고 신문을 보는 모습은 앨범 커버를 위해 연출된 것 같지만, 이 역시도 신비하게 평범한 거리의 풍경일 뿐이다. 같은 시공간에 존재하지 않음에도 연출되지 않은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은 사진 덕에 우리는 저 때의 신문과 현재의 스마트폰을 비교해보고는 왠지 모를 반가움을 느낄 수 있다.

 

내가 나의 손바닥보다도 작은 1963년 눈 오는 날의 시카고 사진을 보며 울컥했던 것은 아마도 비비안 마이어가 찍은 그 사진 속의 공기들을 내가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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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럴파크 동물원, 뉴욕, 1959년 9월 26일

ⓒEstate of Vivian Maier, Courtesy of Maloof Collection and Howard Greenberg Gallery, NY



비비안 마이어는 사진을 통해 사람들과 안전한 거리에서 관계를 맺었다.

 

누군가가 찍은 사진에는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그대로 드러난다는 말이 있다.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 속 사람들은 성별이나 나이, 인종 등에 관계없이 그저 네모난 프레임 속 하나의 피사체로 존재한다.

 

그는 사진기의 네모난 프레임뿐만 아니라 그 속의 여러 레이어 안에 물체를 위치시키고는 했다. 문에 비친 직사각형의 햇빛을 또 하나의 프레임 삼아 여성의 옆 그림자를 담아낸 사진은 나를 몇 분간 붙잡아두기에 충분했다.

 

 

[크기변환][포맷변환]10.portrait.jpg

시카고, 1960년

ⓒEstate of Vivian Maier, Courtesy of Maloof Collection and Howard Greenberg Gallery, NY

 

 

그는 거리의 쇼윈도, 유리, 혹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자주 찍곤 했는데, 이로 인해 셀피(Selfie)의 원조로 불리게 된다.

 

개인적으로 나는 으레 최근 SNS에 올라오는 아름답게 꾸며진 모습의 것이 아닌 자신의 모습을 기록하는 것에 의의를 둔 것 같은 그의 셀피들이 인상깊었다. 거울 너머로 사진기를 든 그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사진을 찍는 행위에 있어 누구보다 진지하게 임했던 그의 태도를 알 수 있다.

 

 

[크기변환][포맷변환]10.selfie.jpg

뉴욕, 1953년

ⓒEstate of Vivian Maier, Courtesy of Maloof Collection and Howard Greenberg Gallery, NY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그가 찍는 사진에 드러난다는 말을 볼 때, 비비안 마이어는 유독 아이들에 대한 시선이 따스했던 것 같다.

 

평생 보모로 살아오며 그는 수많은 아이들과 정서적 교감을 했고, 아이들을 누구보다 더 잘 이해했다. 단정된 모습의 아이들을 찍던 그 당시의 관습에서 벗어나 비비안 마이어는 아이들의 꾀죄죄한 모습, 자유분방한 모습 그대로를 담았다.

 

자신만의 세계에 몰두해 주변을 잊는 아이들은 더러에게는 답답하거나 말을 안 듣는 아이로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그는 그 조그마한 아이들이 자신보다 몇 배는 큰 세계를 이해하려 애쓰는 행위를 곁에서 지켜보고 응원해주며 그들을 영원히 기록했다.

 

 

[크기변환][포맷변환]10.children.jpg

캐나다, 1955년

ⓒEstate of Vivian Maier, Courtesy of Maloof Collection and Howard Greenberg Gallery, NY




민시은.jpg

 

 

[민시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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