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심리학의 관점에서 오징어 게임 톺아보기 - 오징어 게임 심리학 [도서]

글 입력 2022.08.28 14:50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오징어 게임>은 2021년 넷플릭스에서 방영한 한국의 드라마다.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 게임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사실 오징어 게임을 설명하는 문단을 위에 써야할지 고민했다. <오징어 게임>은 역대 한국의 모든 콘텐츠 중 가장 널리 알려지고 흥행한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21년 한 해를 휩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전례가 없는 이 전세계적인 열풍은 지구 반대편에 있는 아프리카에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라는 한국어가 울려퍼질 정도였다.

 

<오징어 게임>이 공개된 지 1년 만에 그 신드롬을 '심리학'의 관점에서 분석한 책이 출간됐다. '내 주변의 멍청함'을 유쾌하게 탐구한 <내 주위에는 왜 멍청이가 많을까>의 저자로 알려진 심리학자이자 인문과학 저널리스트 장 프랑수아 마르미옹이 펜을 쥐었다. '어리석음'을 키워드로 인간 본성을 분석해온 그가 이번에는 <오징어 게임> 속 바보 같은 주인공 기훈을 통해 현대사회의 생존 심리학을 파헤쳤다.


전 세계인들은 왜 <오징어 게임>에 열광했을까? 저자는 우리에게 친숙한 심리학 개념을 가져와 작품 속 인물들의 행동 양상을 분석한다. 책의 도입부에서 그는 자신의 포부를 밝힌다.


 
[오징어 게임]이 작품 배경인 한국에서 거둔 성공을 분석하는 작업은 인류학자를 비롯한 사회학자, 역사학자의 몫이다. 하지만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으로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전 세계 시청자들의 공감과 흥미를 이끌어 냈다면, 이번에는 철학자와 심리학자가 나설 차례다.
 

 

다층적 관계, 다층적 스토리 - 저자가 분석한 사람들이 <오징어 게임>에 열광한 이유 중 한 가지다. <오징어 게임> 속 등장인물들은 다층적 관계를 맺는다. 신뢰를 쌓는 관계, 서로 의지하며 보호하다가 결국에는 배신하는 관계, 사랑과 증오를 오가는 관계 등 한 명의 캐릭터가 누구와 엮이냐에 따라 다른 관계가 만들어지고 새로운 감정이 오간다.


<오징어 게임>은 여러 이야기가 동시다발로 진행된다. 다음 게임이 어떻게 진행될지 예측할 수 없다. 개인전일지 단체전일지, 선발 주자와 후발 주자 중 누가 더 유리할지, 누가 죽을지 그 어떤 것도 예상하기 힘들다. 죽을 거라 생각했으나 예상을 뒤엎고 생존하기도 한다. 이렇게 얽히고설킨 다층적 구조는 보는 이가 극에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


여러 층위의 도덕 - 우리는 자연스럽게 <오징어 게임>의 주인공 기훈의 시점에서 드라마를 감상하게 된다. 기훈은 하는 일마다 실수투성이지만 미워하기 힘든 인물이다. 여느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그저 착해빠진 인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잇따른 불운으로 인생이 꼬일 대로 꼬여버린 기훈은 어머니의 병을 치료하고, 계부를 따라 미국으로 간다는 딸을 붙잡기 위해 오징어 게임에 참가했다. 참가자끼리 서로 죽이는 것을 싫어하지만, 상황에 따라 이기적인 선택을 하고 그 선택에 심한 죄책감을 느끼는 모습도 보여준다.


기훈뿐만 아니라 몇몇 인물들은 보는 이가 혼란스러울 정도로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준다. 비열한 행동을 하지만 납득할 만한 사정이 있다거나 선한 인물이 어리석은 짓을 하기도 한다.


우리의 일상 역시 오징어 게임만큼이나, 혹은 그보다 더 잔인하다. 우리는 이런 게임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잘 알고 있다. 바로 생존이다. 생존보다 더 중요한 우위는 없다. 드라마 속 도덕적 딜레마는 우리가 느끼는 딜레마와 다르지 않다. 선악의 구분은 모호하기에 절대적 기준이 있지도 않다. 고로 온갖 신념들이 서로 충돌한 현시점의 세계를 <오징어 게임>은 훌륭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돈은 쾌락을 줄 뿐, 행복을 주지 않는다.

 

 
"자네 돈이 하나도 없는 사람과 돈이 너무 많은 사람의 공통점이 뭔 줄 아나? 사는 게 재미가 없다는 거야. 돈이 너무 많으면은 아무리 뭘 사고 먹고 마셔도 결국 다 시시해져 버려. 언제부터인가 내 고객들이 하나둘씩 나한테 그러는 거야. 살면서 더 이상 즐거운 게 없다고. 그래서 다들 모여서 고민을 좀 해봤지. 뭘 하면은 좀 재미가 있을까?"
 

 

<오징어 게임>에서 돈은 악의 근원으로 간주된다. 등장인물들은 빚으로부터 벗어나고자 오징어 게임에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반대로 VIP는 자신들의 무료한 삶에서 벗어나고자 오징어 게임을 후원한다.

 

이 두 군상은 어떤 맥락에서도 돈이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말의 본보기를 잘 보여준다.


일남은 어마어마한 부를 축적했지만 채울 수 없는 공허함에 빠져있다. 기훈은 오징어 게임에서 우승하고도 자발적으로 자신을 사회에서 소외시킴으로써 자신을 벌한다.


<오징어 게임>이 구현한 세계가 끔찍한 이유는 잔혹하고 야만적이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인간의 저열한 밑바닥을 있는 그대로 드러냈기 때문이다. 누구나 최악의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나라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생존에 도움되지 않더라도 누군가는 정의의 편에 설 수 있다.


이것이 <오징어 게임>이 계속해서 던지는 궁극적인 질문이다. 다양한 인간 군상과 상황을 제시하며, 이걸 지켜보고 있는 당신이라면 어떻게 인간의 존엄을 지킬 수 있겠냐고.


 
"인간성을 잃지 않으려는 시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여해야만 하는 게임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때로 그것은 위험한 도박일지도."
 

 

오징어게임심리학_표1(띠지없음)_.jpg


[김혜정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