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미성년보다 미성년같은 성년, 성년보다 성년같은 미성년 [영화]

영화 《미성년》
글 입력 2022.08.25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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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년 成年; 민법에서, 법정 대리인의 동의 없이 법률 행위를 행사할 수 있는 나이. 만 19세 이상이다.

 

미성년 未成年; 성년이 아닌 나이. 민법상 만 19세 미만이다.

 

* 未 아닐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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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



"걔 지워."


윤아는 자신의 어머니 뱃속에 있는 그 아기가 영 탐탁치 않았다. 자신의 친아버지가 아닌 유부남과 가진 아기였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냐며 화를 내는 윤아의 말에도 어머니 미희는 아무렇지 않아 보인다. 아들이래, 하고 천하태평한 말을 할 뿐이다. 지우지 않고 낳겠다는 뜻이다.

 

그 아들의 아버지는 윤아와 같은 반 친구의 아버지다. 불륜이다. 주리의 휴대폰으로 온 영주의 전화를 받은 윤아는 영주에게 그 사실을 고한다. 주리는 그의 어머니 영주가 몰랐으면 했는데 말이다.

 

학교에서 접점이 없던 윤아와 주리는 이를 기점으로 관계를 맺기 시작한다. 그 관계의 기저에는 분명 처음에는 서로에 대한 증오, 혹은 울분같은 감정이 깔려 있었지만 이내 유대감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성년으로 성장해가는 미성년들의 고차원적인 사랑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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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 微 작을 미



"싸우지들 마. 너네들이 왜 싸워?"


영화의 제목인 미성년을 정의하는 기준은 나이이다. 만 19세 이상일 경우 성년, 그 미만은 법정 대리인이 필요한 미성년으로 규정된다. 법정 대리인이 필요하다는 뜻은 곧 성년에 비해 미성숙한 상태이기에 단독으로 법률행위 등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이 있었다. 성년은 미성년의 보호자 혹은 법정 대리인으로서 그들에게서 많은 것을 박탈한다는 것이다.

 

가족이 없는 남자가 자신의 여자친구를 두고 다른 여자와 바람을 핀다면, 이 일은 당연히 오직 그 세 명의 문제로 남겨둘 수 있다. 다만 그 세 명에게 자식이 있다면, 특히 '미성년'인 자식이 있다면 이 이야기는 다르게 흘러갈 수밖에 없다. 주리와 윤아에게 그들의 부모 문제는 곧 자신들의 문제로 연결된다.

 

그런데 부모들 때문에 싸우게 된 그들에게 영주는 왜 어른들 문제로 너희들이 싸우냐고 다그친다. 나는 그 대사를 듣고는 곧바로 억울한 윤아와 주리에 이입했다. 이렇게 선을 그을 거면 내가 아예 모르게 문제를 벌이고 해결하지 그랬냐며 성년들에게 화를 내고 싶어졌다. 임신해서 불러오는 배를 몇 달 동안 지켜보게 했으면서, 아빠가 바람을 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엄마에게 알리지 못해 골머리를 앓게 했으면서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나 싶었다.

 

물론 자신들의 문제로 마음 고생을 하는 아이들이 안쓰러워서 하는 말은 이해하지만 말이다. 정말 대원과 미희가 자신들이 미성년인 아이들의 보호자가 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다면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어야 한다.

 

성년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미성년은 성년이 될 때까지 꼼짝없이 그들의 범위 내에 존재해야 한다. 사랑하는 엄마와 아빠 사이에서 혼자 수없이 고민해야 하고, 다른 남자와의 아기가 있는 엄마의 배를 바라봐야 한다. 보호자들의 눈에 그들은 그저 微성년에 불과한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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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2. 美 아름다울 미



대원과 미희의 아기에게는 '못난이'라는 태명이 있었다. 아기가 태어나면 그 누구보다 부모가 가장 좋아하고 환영해주는 것이 으레 보고 들어온 것이건만, 못난이는 그렇지 않았다. 예정일보다 일찍 태어난 탓에 태어나자마자 가족들의 품에 안기지도 못한 채 인큐베이터에서 혼자 지내야 했지만 그의 부모는 못난이를 보러 오지도 않는다. 아기가 태어나지 않았으면 했던 주리와 주먹으로 배를 때리고 싶어했던 윤아만이 못난이의 보호자가 되어주었다.


못난이가 처음 세상에 태어났을 때, 입양 보내라는 주리의 말에 윤아는 자신이 키울 것이라 대답한다. 자신이 못난이의 누나니까 학교를 그만두고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다. 윤아의 말은 언뜻 보면 터무니없이 들린다. 학생이 자신의 동생을 키우기 위해 학교까지 그만둔다니 성인의 입장에서는 기특하기는 하더라도 그다지 타당하게 들리지는 않을 수 있다.

 

다만 미성년인 윤아의 입장에서 볼 때 그것은 아마도 최선의 선택일 것이다. 못난이의 부모는 못난이를 책임질 생각이 없는데 못난이는 버젓이 세상에 존재한다. 자신의 동생이 세상으로부터 외면당하는 상황에서 자신이 유일한 보호자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의 부모 역시 미성년자일 때 자신을 낳아 지금까지 키웠으니 못할 것도 없다고 생각했겠다. 무엇보다 윤아의 말이 태어난 자신의 아기를 외면하는 대원과 미희의 태도와는 상반됨을 살펴본다면 그다지 뜬구름 잡는 이야기는 아닐지도 모른다.


영화의 가장 마지막 부분에, 주리와 윤아는 못난이의 유해를 각자 초코우유와 딸기우유에 넣어 마신다. 혹자는 그 장면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들 말한다. 나는 어쩐지 눈물이 계속 났다. 부모들에게 외면받고, 주리와 윤아에게도 미움받았던 못난이는 그 두 아이들의 안에 영원히 존재하게 되었다. 나는 두 사람의 그 행동이 사랑의 최종 형태라고 생각했다.

 

언제나 외로웠던 못난이를 납골당에 두면 더 외로울까봐 걱정해주고 못난이를 잊지 않을 자신할 수 없는 그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사랑스러운 행동이었다. 못난이는 그들의 안에 들어간 그 때서야 비로소 누군가의 보호를 받게 된 가장 어리고도 연약한 미성년이다. 그 누구도 구원해주지 않은 미성년은 그 입장을 가장 잘 이해해줄 수 있는 또다른 미성년에 의해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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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3. 敉 어루만질 미


 

이 세상의 모든 미성년이 온전한 하나의 인간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사회가 오기를 소원한다. 그 어떤 미성년도 외면받지 않기를, 성년으로 인해 태어난 아이들이 성년으로 인해 버림받지 않기를 소망한다. 또한 서로가 서로의 보호자가 되어야 하는, 나이는 미성년이지만 상황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성년의 역할을 해야 하는 미성년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못난이를 영원한 방법으로 기억한 주리와 윤아처럼, 보호받지 못하는 미성년을 마음 속에서 보호할 수 있기를 나 자신에게도 바라본다.

 

 

 

민시은.jpg

 

 

[민시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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