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영화]

글 입력 2022.08.2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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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엔딩 장면에 대한 이야기는 생략했지만

많은 스포를 포함하고 있는 글입니다.

 

 

이 영화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이상한 영화’다.

 

영화의 중반부까지는 화가 나 머리를 쥐어뜯으며 이걸 끌까 말까, 눈물 날일은 없겠다 했건만... 웬걸... 휴지 박박 뜯어가면서 운 영화는 정말 오랜만이었다. 얼마나 오랜만이었냐면, 눈물 콧물 쏟아가며 우는 스스로가 낯설고 웃겨서 이건 꼭 글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였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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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 본적도 들은 적도 없는 고모(마츠코)가 살해당했고 심지어 범임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는 소식을 들은 쇼는 아버지의 부탁으로 고모의 아파트를 정리하러 간다.

 

쇼에게 마츠코의 첫인상은 처참했을 것이다. 아파트는 엉망진창이지, 옆집 주민의 말에 의하면 ‘ 혐오스런 마츠코 ’로 불렸다고 하지... 당장 마주한 현실을 보며 나조차도 혐오스런 마츠코였나 보다 하고 수긍하게 되었다.

 

하지만 마츠코를 알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새로운 이야기를 듣게 되는 쇼와 마츠코 본인의 이야기가 번갈아 가며 펼쳐지는 순간, 나의 생각은 바뀌게 되었다. 진정한 마츠코의 일생은 전혀 혐오스럽지 않았다.

 

더 정확하게 짚고 가자면, 혐오스러운 건 마츠코가 아니라 그녀를 둘러싼 사람 혹은 상황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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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코는 인생이 끝났다는 생각을 총 3번 하게 된다.

 

1 제자의 도둑질 사건으로 인해 학교를 그만두게 되었을 때. (이 제자와의 이야기는 후에 또다시 나온다.)

2 작가 지망생 애인이 태어나서 죄송하다는 글을 남기고 마츠코의 눈앞에서 자살을 할 때.

3 사람을 죽였을 때.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하지만 인생은 끝나지 않고 오히려 노래를 부르고 있는 상황들이 찾아올 때가 있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인생이 끝났다는 생각도 다시 노래를 부르게 되는 상황도 결국 그녀가 단 하나만을 바라보고 있을 때 펼쳐진다.

 

바로 ‘사랑’이다.

 

마츠코가 안타깝고 답답하다는 생각에 영화 중반부까지 머리를 쥐어뜯으며 화를 냈다. 당장 영화 속으로 들어가서 마츠코의 손을 붙잡고 뛰쳐나오고 싶었던 순간들, 마츠코가 온 진심을 다해 바라보는 사람들의 머리를 때리고 싶었던 순간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런 나의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 듯 그녀의 사랑 가득한 인생은 계속된다. 맞으면서도 사랑, 몸을 팔아서 돈을 벌어오라는 말을 들어도 사랑, 가정이 있어서 수요일에만 만날 수 있는 남자도 사랑, 사랑 사랑 사랑 그놈의 사랑. 마츠코의 사랑은 날 화나게 했고 끝내 눈물짓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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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단어를 붙이면 안 되는 상황들을 껴안고 사랑을 외치고 있는 어리석은 마츠코라는 생각이 살인죄로 인해 8년의 감옥 생활 동안 오직 사랑을 위해 눈을 반짝이며 지내는 모습을 보며 한번 주춤했다.

 

도둑질 사건의 당사자인 제자와 재회 후 첫 관계를 맺을 때, 계속해서 듣고 싶고 되뇌고 싶어 하는 말들을 끊임없이 내뱉을 때 또다시 주춤했다. 눈 오던 날 감옥 앞에서 맞고 쓰러져 또다시 사랑에 상처받은 모습을 본 순간 깨달았다.

 

이렇게 솔직하고 열렬하게 본인의 사랑을 보여주고 원하고 살아가는 마츠코를 어리석다고 할 게 아니라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모든 근본적인 원인들에 돌을 던져야 하는구나, 마츠코에게 화를 내고 답답해할 게 아니라 꼭 안아주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지금이 옳은 모습이겠구나를 말이다. (물론 그녀에게 났던 화는 안타까움이 컸다. 진정한 화의 대상은 언제나 그녀의 옆에 있었다.)

 

 

"인생의 가치는 말이야. 다른 사람에게 뭘 받았는지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뭘 주었는가로 정해지는 거야."

 

   

몸이 약한 여동생만을 아끼던 아버지로 인해 항상 혼자였던 어린 시절, 처음으로 아버지와 단둘이 간 백화점에서 모든 사람들이 광대를 보고 웃던 순간조차도 어두운 표정이었던 아버지가 자신의 일그러뜨린 표정을 보고 웃음 짓던 모습을 가슴 깊이 간직하고 꺼내 쓰던 마츠코.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알려주며 이해받고 싶어 하던 마츠코.

 

어떤 상황 속에서도 그녀를 위해주고 가장 멋진 여자였다고 이야기하는 친구를 둔 마츠코.

 

고향의 강과 가장 비슷한 강이 흐르는 동네에 집을 구해 항상 강을 바라보며 고향과 가족을 생각하며 울었던 마츠코.

 

새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되는 순간조차도 죽은 여동생의 제멋대로 자란 머리카락을 예쁜 단발로 잘라주는 상상과 함께 자신감을 얻었던 마츠코.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사랑하며 살았던 그녀의 일생이 어떻게 혐오스러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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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많은 이야기를 129분이라는 러닝타임 안에 녹여냈다는 자체만으로도 박수를 보낼만하다.

 

뮤지컬 요소와 코미디가 섞여있어 (이게 코미디라니. 사실 코미디라고 할 순 있지만 <기쿠지로의 여름>만큼이나 코미디라는 장르에 국한시키고 싶지 않다.) 과거의 나처럼 이게 뭐야 끄고 다른 영화 볼까를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지만, 그 순간들을 견디다 보면 이런 블랙코미디스러운 경쾌함이라도 있어야 마츠코의 53년을 온전히 함께할 수 있고 그 말도 안 되는 화려함에도 울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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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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