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랑을 남겨두기로 했습니다 [도서/문학]

<기록하기로 했습니다.>를 읽고나서
글 입력 2022.08.18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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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때 종종 몰아서 일기를 썼다. 한 번에 많은 날을 적자니 힘들어서 그림일기, 동시 일기, 마인드맵 일기 등을 쓰며 하루를 얼버무린 적이 많다. 중학생 때는 다이어리 꾸미기, 일명 '다꾸'가 유행했다. 일기장 한 페이지를 귀여운 스티커들로 가득 채워버린 탓에 하루를 온전히 기록할 공간은 부족했다. 고등학생 때 일기는 플래너에 가까웠다. 그날 해야 할 일을 적고 처리하면, 빨간 펜으로 밑줄을 쭉 그은 게 전부다.

 

내 삶을 기록하는 것에 소홀했던 내가 지금은 일기를 꼭 작성한다. 오늘 하루 무엇을 했으며, 그 속에서 내가 느낀 감정과 생각을 빼곡히 노트에 적는다. 이유는 내 마음을 돌보기 위해서다. 난 생각이 많고 복잡하다.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는 이 생각들을 가만히 두었다간 마음이 힘들었다. 생각을 글자로 한 자 한 자 옮겨, 떠다니는 생각들에게 무게를 실어주어 내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그 뒤로 힘든 마음 이외에 내가 애정 하는 마음도 글자로 옮겼다. 점점 쌓인 기록을 보면 내 삶이 넉넉해서 기분이 좋았다. 가난한 마음이 아니라 풍요로운 마음이었다. 그래서인지 내 삶의 어떤 것에 표현을 아끼지 않게 되었다. 책을 읽고서 마음에 드는 문장을 필사하고, 경험한 바를 블로그에 리뷰하고, '지금을 놓치고 싶지 않아' 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사진과 동영상으로 빠르게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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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중한 것을 고이 모셔놓듯, 난 나를 위해, 나를 잊지 않기 위해, 내 삶을 소중히 기록하고 있었다. 따라서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책을 지나칠 수 없었다. <기록하기로 했습니다.>는 기록 덕후 작가의 다양한 기록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안하는 에세이다.

 

작가가 제안하는 기록 방법은 무려 22가지나 된다. 그는 일상에서의 소소한 행복, 집 앞 테라스의 사계절, 여행할 때 순간순간, 자신을 힘나게 하는 문장, 영감을 주는 콘텐츠 등 여러 가지를 수집하고 기록한다. '일상에 밑줄을 긋는 마음으로 자주 사진을 찍고 무언가를 적는 삶'이었다. 그도 꾸준히 기록하는 이유는 하루도 자신을 잊지 않기 위해서라고 한다.

 

책의 1, 2장은 [일상의 순간들을 기록하는 방법]에 대해, 3장은 [일하는 자아로서 기록을 잘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4장에서는 [사랑하는 것들을 기록해야 하는 이유]가 나타난다. 난 특히 4장을 읽으며,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위한 기록은 하고 있는지, 누군가에 대한 표현은 오히려 아끼고 있는 건 아닌지를 되돌아보았다.


4장은 '누군가를 위해 쓴 기록'을 전한다. 부모님이 자식을 위해 써 내려간 기록을 말한다. 이 기록은 자식을 위해 사랑을 쌓은 일이기도 하다.

  

우리 부모님도 날 위해 사랑을 많이 쌓으셨다. 어릴 적 앨범을 보다가, '내가 이런 적이 있었어?'라고 부모님께 여쭤보면, 부모님은 그때의 내가 생생히 기억나신다는 듯 신나게 대답하셨다. 그런 부모님을 보며, 날 정성으로 기르고 보살폈을 무수한 시간들 그리고 감히 셀 수 없는 그들의 사랑이 전해졌다.

 

 

시간을 쌓는다는 것은, 마음을 쌓는 일과 같아요. 무엇보다 그렇게 쌓인 마음은 힘이 강해서, 우리를 지켜줍니다. 생의 어떤 바람에 휘청거리게 되더라도 다시 두 발을 딛고 굳건히 설 수 있도록요. -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中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시간까지 부모님은 내 삶을 기록해 주셨다. 지금 내가 누군가에게 사랑을 나눌 수 있는 건 부모님 덕분이다. 내 생애 처음으로 맺은 인간관계, 부모님으로부터 넘칠 듯한 사랑의 기억 조각들이 내게 남았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베푼 사랑을 배워서, 나 또한 사랑을 다른 곳으로 확장해갔다. 내가 열심히 하고 있는 기록도 사랑 확장의 일종이다. 결국 사랑받은 기억이 나를 살아가게 했다.

 

하지만 난 지극히 개인적인 순간만 기록으로 남겨두었다. 내 일상만 사랑했다. 그럼에도 부모님은 여전히 날 사랑으로 남겨두셨다. 전에 가족끼리 강원도로 놀러 간 날이다. 푸른 동해 바다를 보고 신나서 내가 카메라로 풍경을 막 담고 있을 때, 그런 나를 찍는 아빠가 계셨다. 또, 세 모녀가 제주도로 여행 갔을 때 쌍무지개를 우연히 마주쳤다. 나와 동생은 반가운 마음에 무지개 사진을 찍는 것에 열중했다. 어느 날 엄마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보니, 무지개를 담고 있는 나와 동생의 뒷모습이었다.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고 있는 난 많아야 1년에 4번 정도 고향을 방문한다. 앞으로 취업을 하고 내 삶을 더더 꾸린다면, 그 횟수는 어쩔 수 없이 적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부모님과 함께 지낼 시간은 점점 줄어든다. 1년이나 될까? 그래서 서로 미워하고 성낼 시간이 없다. 사랑한다는 말을 해도 부족한 하루 하루다.


작가는 '무엇을 기록하냐고요? 지금 사랑하고 있는 것들을 기록하세요. 우리가 사랑한 모든 것은 언젠가 사라질 테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기억할 수 있습니다. 기록해두기만 한다면요.'라고 말한다. 여태 난 나를 잊지 않기 위해 열심히 기록해왔다. 앞으로는 가족에 대한 기록도 꾸준히 할 것이다. 가족과 함께하는 지금뿐인 지금을 놓쳐서는 안된다는 간절함으로 열심히 사랑을 남겨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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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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