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는 서로의 속눈썹 [사람]

서로의 가장 여린 부분을 찌르던
글 입력 2022.08.16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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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를 하다 속눈썹에 얽힌 추억들이 떠올랐다.

 

어릴 적 엄마는 내게 손으로 눈을 자주 비비지 말라고 했다. 눈을 자주 비비면 손에 있던 더러운 세균들이 몽땅 눈으로 들어간다고, 눈을 비비는 대신에 엄마를 부르면 엄마가 눈에 바람을 불어주겠다고.

 

그래서 나는 눈에 뭐가 들어간 것 같으면 눈을 최대한 크게 뜬 채로 엄마를 찾았다. 엄마가 내 눈에 바람을 불어주면, 아팠던 눈이 정말 거짓말처럼 금세 괜찮아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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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2학년이 되던 때, 부모님이 식당을 운영하시게 되면서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이 말은 곧, 눈이 아플 때마다 나 혼자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가 많아짐을 의미했다.

 

그때마다 나는 아픈 만큼 손으로 세게 눈을 비볐다. 이렇게 눈을 비비고 나면 잠시나마 개운해지기도 했지만, 내 손가락 힘을 이기지 못한 속눈썹 몇 가닥 중 하나는 꼭 눈 안쪽으로 들어갔다. 얘네는 기존에 눈 안에 들어가 있던 먼지보다 나를 더 많이 울렸다.

 

외모에 한창 관심이 많았던 대학교 새내기 시절에는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온갖 뷰티 영상들을 섭렵하며 속눈썹의 미용적 기능에 주목했다. 속눈썹을 잘 올리면 세로로 눈이 확장되는 효과가 있어 눈이 좀 더 커 보인다는 유튜버들의 말은, 스무 살의 나를 홀리기 충분했다.

 

이 속눈썹을 잘 올리기 위해서 다들 입을 모아 하는 말이, 뷰러가 중요하댄다. 본인 눈에 맞는 곡률을 가진 뷰러가 필수라는 그 말에, 그 시절 나는 여러 브랜드들의 뷰러를 구매하여 한동안 뷰러 유목민의 삶을 살기도 했다.

 

서툴고 어설픈 당시 실력으로는 속눈썹보다 눈두덩이를 집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잘못 집을 때마다 온몸이 찌릿해지는 아픔보다도, 나는 내 볼 위로 힘없이 떨어지는 속눈썹들이 더 아쉬웠다.

 

눈을 세게 비벼온 역사만큼이나 그동안 내게서 떨어진 속눈썹이 많았던 건지, 가뜩이나 숱이 적은 내 속눈썹이 더 빈약해질까 봐. 내게는 한 올 한 올의 속눈썹이, 순간의 아픔보다도 더 소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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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세수를 하다가 눈이 빠질 것 같은 이물감이 들어, 욕실 거울에 오른쪽 눈을 비춰보았다. 검은 눈동자와 흰자 사이에 까만 선 하나가 보였다. 세수 중에 속눈썹 하나가 눈 안으로 들어간 거다. 세수를 하다 말고 서서 열심히 눈을 비비고, 눈물 몇 방울을 흘려준 후에야 까만 속눈썹 한 가닥을 겨우 빼낼 수 있었다.

 

이럴 때마다 나는 속눈썹의 진짜 기능을 의심한다. 내 눈을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예상치 못한 순간, 삐죽 떨어져 나와 나를 아프게 만드는 존재가 아닐까?


눈과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속눈썹이 내 눈을 찔러 나를 아프게 할 때면 배신감마저 든다. '네가 어떻게 이럴 수 있어. 너는 내 눈을 보호하기 위해서 존재한다며!'

 

가끔 속눈썹처럼, 나와 가까운 사람들이 무심코 내뱉는 한 마디에 눈물이 핑 돌 때가 있다. 그들의 말 한 마디가 내 눈에 들어왔던 그 어느 먼지들보다도 더 따갑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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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보다도 더 멀었던 통근거리와 연일 이어지는 야근에(당시 다니던 회사는 야근 수당이 없었다.) 집에 돌아오면 잔뜩 굳은 표정과 점점 야위어가는 나를 바라보면서, 부모님은 '그러니까 진작에 공무원 준비를 했으면 좋지 않았겠느냐'고 했다.

 

2년 가까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계약직 신분으로 지금의 직장에 들어가게 되었을 때도, '계약직이면 괜히 시간 낭비만 하는 것이 아니냐'며 걱정을 표하시던 부모님의 말은 나를 따갑게 찔렀다.

 

내게 건네는 그 말들이, 걱정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거라는 걸 머리로는 잘 알면서도 왜 이리 속상하게만 느껴지던지.

 

아마도 나 스스로도 이게 맞는 건지, 현재의 나에게 확신이 잘 서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공백기 없이 일을 계속해야 할 것만 같은 나의 불안감을, 가장 가까운 부모님이 헤아려주지 않는 것 같아 마음이 상했던 것이다.

 

'그럼 뭐 공무원 준비는 쉽나?'라는 모난 마음이 부모님에게 날을 세우게 만들었다. 날이 가득 선 나의 대답에, 우리는 서로의 가장 여린 곳을 찌르며 승자 없는 싸움을 이어나가던 때가 있었다.

 

부모님에게도 나에게도, 그때 우리는 서로의 눈을 찌르던 속눈썹과도 같은 존재가 아니었을까. 속눈썹이 들어간 채로 감아버린 눈 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새어 나왔고, 서로를 찌르는 말은 몹시도 따가웠다.

 

세수를 하다 눈에 들어갔던 속눈썹 한 가닥을 볼에서 떼어내다 보니 그때 생각이 났다. 우리는 서로의 속눈썹. 보호하고 아껴줘야 하는 서로에게, 자신이 상대에게 그런 존재임을 알면서도, 서로의 가장 여린 부분을 찌르던 그 모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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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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