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어른이라고 해서 완벽한 것은 아니다 [문학]

자신을 이해하는 것은 곧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다. '보름달 커피점의 고양이 별점술사'를 읽고
글 입력 2022.08.14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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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어른, 멋진 어른, 나이만 먹은 어른


 

어린 시절 어른이란 존재는 참 커 보였다. 키나 덩치는 말할 것도 없고 경험이나 지식도 가득한 대단한 존재들처럼 느껴졌다. 이미 어른이 된 사촌 언니들을 보면 여유롭고 멋져 보였다.

 

그들은 내가 고민 상담을 하면 잘 들어주고 현명한 조언을 해 주었다. 그래서 나도 어른이 되면 저렇게 되는지 알았다. 좋은 어른, 멋진 어른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어른'이라는 존재는 되기 힘든 것이었다.


나이를 먹고

걱정이 늘고 책임져야 할 것들도 늘어났다.

주변에 사람이 늘었지만 떠나가는 사람도 늘었다.

좌절을 겪으면 어릴 때만큼 빠르게 회복되지도 않는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치열하고 가혹했다.


 

어른이라고 해서 항상 여유로울 수 없고 항상 현명할 수는 없다. 나는 여전히 사소한 것에서도 실수하고 잘못 생각해 일을 키우기도 한다. 계획했던 모든 일이 틀어져 울고 싶었던 일도 많다.

 

말 한마디에 소문이 퍼지고 이유 없이 나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도, 연애를 하는 것도 꺼리게 되었다.

 

쉽게 우울해지고, 극복하지 못한다. 즐거운 듯하다가도 뒤돌면 허무하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대놓고 좋아한다고 말할 수 없을 때가 많고 숨기고 숨기다 나 자신도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잊어버리고 만다. 내 감정, 의견을 내세우기보다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맞춰 결정하고 그들과 비슷하게 생활하려고 노력한다.

 

나 자신을 잃어버리고 휩쓸리는 나는 어른이 된 것이 맞는 걸까. 나는 어른이 되었다기보다 그저 나이만 먹었다. 내가 봐왔던 어른들과는 다른 이도 저도 아닌 존재가 된 것 같다.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하나씩 걱정이나 고민하고 있다.

 

예전엔 잘나갔지만 크게 좌절하고 이름을 숨긴 채 게임 조연의 시나리오를 쓰는 드라마 작가, 잠깐의 실수로 불륜을 저지를 뻔한 디렉터와 배우, 하는 일마다 결정적인 순간에 실수하는 스타트업 사업가 등. 그들은 나처럼 성인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초년생이 아니라 나이도 꽤 먹고 자신의 영역에서 사회생활을 오래 해본 진짜 '어른'들이다.

 

하지만 그들도 실수하고 좌절하고 자신의 실수에 한탄한다. 그런 그들의 앞에 카페가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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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 커피점


 

보름달이 뜨는 날. 메뉴도 없이 고양이들이 운영하는 트레일러 카페. 고양이들은 사람처럼 두 발로 서서 그들을 맞아주며 주문도 받지 않고 그들의 사연을 듣고 점을 봐주고 상황에 맞는 메뉴를 내어준다. 점성술에 큰 관심이 없었기에 고양이가 봐주는 별점 술은 꽤 흥미로웠다. 생일에 따라 별자리가 다르듯, 사람의 인생을 나누었을 때 어떤 행성과 별자리가 어떤 영역에 어떤 시기에 있는가에 따라 사람에게 다르게 다가간다는 것이다.

 

작가인 세리카와 미즈키는 시대가 변했지만 과거 시대의 이야기만을 해왔기에 사람들이 그의 이야기를 철 지난 이야기로 여기고 손을 놔버린 것이다. 게다가 풍요를 상징하는 '황소자리'를 가지고 있지만 현실에 맞추다 보니 싼 원룸에서 살다 보니 사람이 위축되고 일의 효율도 떨어지는 것이었다.

 

세리카와 미즈키는 드디어 자신을 마주 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봐주지 않았던 이유와 자기 자신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고양이들이 주는 디저트를 먹고 자기 집으로 돌아온다. 그는 변하기 위해 노력했다. 자신의 공간을 현재 금전 상태를 생각하면서도 최선을 다해 꾸몄고 그가 가진 이전 시대의 이야기를 현재의 시대의 표현을 이용해 풀어가기 위해 노력했다.

 

그랬더니 조금씩 상황이 좋게 변했다.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좋아해 주고 점점 큰일들이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세리카와는 커피점에서 자신에 대한 상황을 듣고 변하기 위해 노력했다. 다른 주인공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고양이들을 만나고 점을 봐 자신을 알게 되고 변하기 위해 노력한다. 힘든 시기도 언젠가 지나가겠다고 생각하고 버텨낸다.


책을 읽고 느꼈다. 어른도 사람이니까. 언제든 나도 모르게 실수할 수 있고 크게 실패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이겨내고 성장한다. 이전의 실패를 경험으로 삼아 인 후로 마주하는 여러 일들을 처리할 때 참고한다.

 

무엇보다 그들은 자기 자신을 돌아보았다. 내가 완전한 어른이라고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나를 돌아보지 않아서가 아닐까. 걱정을 한가득 한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 주인공들처럼 그것을 마주하고 차근차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책을 덮고 나는 나에 대해 생각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어떤 공간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하는지.

 

나는 오전보다는 오후에 활동적인 시간을 보내는 걸 좋아하고 글을 쓰거나 공부처럼 머리를 쓰는 일은 해가 져야 잘 되었다. 집보다는 도서관처럼 다른 사람이 있는 공간에서 집중이 더 잘되는 사람이다. 물리는 재수강을 해도 성적이 바닥이었지만 글을 쓰는 것은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든다. 건강 걱정은 되지만 단 것이 좋아 꾹 참다가 좋은 일이 있을 때 보상처럼 나에게 주기도 한다. 무거운 이야기보다 가벼운 이야기를 좋아하고 활동적인 것보다 정적인 활동이 좋다. 경쟁하는 것보다는 다 같이 해내는 것이 더 좋다.

 

사소한 것까지 생각하다 보니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미래를 준비해야 할지 조금은 보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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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망대해에서 북극성을 만난 뱃사람의 기분이 이런 것일까.


 

내 인생의 시기와 영역에 어떤 행성이 비춰주는지는 카페를 가보지 못해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렇기에 찾아가는 재미가 있는 것이 아닐까. 계속해서 실패한다면 언젠가는 성공할 때가 올 것이다. 나는 아직 때가 오지 않은 것이다. 때가 올 때까지 나는 끊임없이 노력하고 성장하자. 나를 돌보면서. 언젠가 내가 살아온 삶이 별처럼 반짝일 수 있도록.


 

[빈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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