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View] 우울에 관한 리포트, ABOUT의 음악 Part 2

글 입력 2022.08.10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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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에 관한 Trilogy



글 - 작곡가 오상훈(Dike)

 


지난 Part 1에 이어 ABOUT 의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Q. 곡 제목들이 감각적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뭔가 ‘POP’스러운 뉘앙스도 있고요. 특히나 저는 최근에 [까맣게 더 까맣게]를 자주 듣고 있는데 이 곡은 어떤 내용의 곡이고 작업을 하는 동안 어떤 에피소드 들이 있었을지 궁금해요.


A. ABOUT : 이 곡은 어떻게 보면 사랑이 가진 헌신과 희생에 관한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곡의 화자가 ‘당신과 함께 하고 있노라면, 나의 어두운 면들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질 만큼 행복해져요’ 그러니까 나의 슬픔을 까맣게 더 까맣게 칠해서 사라져버릴 때까지 우리 함께 하자, 라고 하는 그런 내용이었어요. 널 사랑하니까 내 이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는 게 아니라 ‘난 이렇게 까맣고 어두컴컴한 사람인데 이런 나라도 괜찮다면 이 슬픔을 까만색으로 칠해서 없애버리고 우리 함께 할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라는 이야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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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아무래도 정규 앨범을 빼고 얘기할 수 없죠.(웃음) 아티스트가 가장 공을 들이는 작품일 테니까요. 정규앨범 [Fortunate Islands]는 Part 1, 2로 나뉘어져 ‘Exit’와 ‘Entrance’ 두 가지 부제를 달고 나왔어요. 정규앨범의 전체적인 컨셉은 어떤 것일까요?


A. ABOUT : ‘Fortunate Islands’라는 건 고대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섬이에요. 이 앨범이 바탕으로 삼고 있는 환상의 섬인 거죠. ‘Entrance’는 이 섬의 입구에서 시작을 하는 음악이고 ‘Exit’는 입구에서 중간지점을 넘어서 나가는 길에 함께하는 음악이에요. 이 앨범에서 말하는 건 제가 항상 얘기하는 얘기인데 우리는 너무 슬픔과 우울의 가치를 간과하고 있다는 얘기에요. 과연 행복이 슬픔의 시작일까? 슬픔이 행복의 시작일까? 우리는 슬프기 때문에 행복을 받아들일 수 있는 걸까, 아니면 행복했었기 때문에 그 다음의 행복을 위한 슬픔을 받아들이는 걸까. 우리는 너무 행복만을 쫓고 슬픔과 우울의 가치 간과하고 있지 않나? 이 부분에 대해서 좀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얘기에요.


‘Entrance’가 어떻게 보면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음악이 더 많아요. 가사나 메타포들도 그렇고 즉흥적인 부분도 있고 긍정적인 키워드가 많은데 반면에 ‘Exit’는 슬픔에 대한 이야기가 많죠. 존재의 의미에 대한 애기를 많이 담으려고 했고, 제 유튜브에 가보시면 제가 의도한 14곡의 순서가 나와요. 맨 마지막이 ‘나에게 행복을 불러줘요’라는 곡으로 끝나는데 그 곡을 아웃트로로 삼은 이유는 이 앨범의 마지막 역할을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곡이라고 생각했어요. 격한 여정의 끝맺음을 함께해주는 곡이라고 해야 할까요?


 


 

우리는 슬픔과 우울에 좀 더 가치를 두고 집중을 해야 행복이 왔을 때 좀 더 감사히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니 슬픔과 우울에 대해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말자. 내가 우울한지 행복한지 아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는데 그걸 놓치고 간과하는 순간 마음에 병이 든다고 생각을 하고 제가 치료를 끝내던 시점에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이 앨범을 쓰게 됐죠. 너무 대중적이거나 음악적인 앨범을 떠나서 이야기를 잘 들려줄 수 있는 앨범을 쓰고 싶었어요. 첫 정규앨범인 만큼 제가 오래전에 썼던 곡이나 처음 썼던 곡, 앨범 나오기 직전에 썼던 곡, 사운드 클라우드에서 인기를 얻었던 곡들까지 전부 모아서 낸 앨범이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제가 걸어온 음악에서 가장 큰 변화 3년이 모두 담긴 앨범이었죠.

 


Q. ‘Exit’와 ‘Entrance’ 두 앨범에 수록된 곡들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곡을 각각 한 곡씩 소개해주세요.


A. ABOUT : 일단 ‘Ice Cream Man In The Town’을 좋아하고 의도한 만큼 리스너 분들이 잘 받아들여 주셨고 굉장히 즉흥적으로 썻던 곡이요. 그 앨범을 작업하던 해의 초에 미국에서 돌아와서 귀국하자마자 작업실로 갔어요. 제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는데 비건 아이스크림 가게에요. 그 아이스크림을 일주일에 한 통씩 먹었어요. 지금도 항상 자주 가는 곳인데 그 아이스크림을 들고 친구가 ‘Ice Cream Man~ is coming!’하면서 농담을 하는데 갑자기 거기서 뭔가 필이 좋은 거예요. 그거를 딱 한 줄을 메모해놨다가 한국에 오자마자 바로 스케치를 했어요. 곡이 좋게 나왔고, 그리고 다음 날 코로나에 걸려서 병원에 50일 정도 있었죠.(웃음) 그때는 무조건 격리되던 시절이라.


그리고 ‘나에게 행복을 불러줘요’가 아웃트로 곡으로도 좋았지만 그 곡을 많은 콘텐츠를 찍기도 했고 이 곡이 ‘까맣게 더 까맣게’의 전신이 되는 곡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공감을 잘 못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사람이라 위로를 잘 못하는 사람인데 사람들이 음악을 볼 때는 감성적이고 공감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더라고요. 그거는 음악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고 저는 어떤 힘듦에 대해 해결책을 찾아주는 타입이거든요.

 

그걸 반대로 생각을 해서 내가 정말 공감을 해주고 위로해 줄 수 있다면 어떤 식으로 해야 할까? 누군가 슬프거나 행복하거나 우울하다고 할 때 ‘너는 이래서 행복한 것 같아, 이래서 슬픈 것 같아’라고 분석적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런 것 없이 그런 얘기를 저 스스로에게 하는 얘기였던 거죠. ‘내 슬픔을 마음대로 말하지마, 내가 이래서 슬픈 걸 수도 있고 저래서 슬픈 걸 수도 있으니까’ 내가 너에게 듣고 싶은 건 넌 이래서 슬프니 이렇게 하면 안 슬퍼질 수 있어, 라는 해결책이 아니라 ‘넌 슬프구나, 힘들구나’로 끝내는 대화였는데 그런 대화가 안 될 때를 생각하면서 썼어요. 누군가 이런 감정을 얘기할 때 섣불리 위로하거나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좋은 것 아닌가 싶어요.


 



Q. 곡을 만드는 방식이 궁금해요. 평소에 어디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있는지, 워크 플로우는 어떻게 되는지 알려주세요.


A. ABOUT : 평소에 가사를 정말 많이 쓰는 편이고 매일 정말로 가사를 한두 개씩은 스케치를 하는 편이에요. 짧은 문장이든 키워드든, 1절이나 2절 구성이 아예 나오는 경우도 있어요. 가사를 항상 엄청 많이 써두는 편이고 탑라인을 쓰는 건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 편이에요. 매주 밴드 멤버들과 밴드 라이팅세션(Writing Session)을 한지 4년이 됐어요. 매주 모여서 곡을 쓰고 있고 스케치를 하고 영감은 모든 부분에서 얻는 것 같아요. 길다가도 생각날 때가 있고 샤워하다가 책을 보다가, 짧은 글귀에서 느낄 때고 있어요. 항상 스케치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곡의 경우엔 단 한 번도 레퍼런스를 잡고 써본 적은 없고 자연스럽게 흐름이 가는 대로 작업을 하고 후편곡, 후작업에서 정리를 많이 해요. 주로 프로듀서와 1대 1로 작업을 하거나 혹은 밴드랑 스케치를 하고 프로듀서와 편곡을 하거나 아니면 아예 셋이 다 같이 시작을 하거나 하는 식으로 왔다갔다 하는 편이에요. 음악하면서 제가 밴드를 하는 사람은 아니기 때문에, 밴드 사운드를 지향하는 곡들이 많을 뿐이라 항상 밴드를 모방하지 않으려 하고 있어요. 그 부분에 있어서 멤버들이나 프로듀서 친구들과 많은 고민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함께 작업을 하는 멤버들도 다른 부분에 무게감을 두고 재밌게 작업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크레딧 같은 부분도 정확히 나누고 하다보니까 밴드로서의 책임감이 아니라 좋은 곡을 쓴다는 작곡가, 연주자, 아티스트로서의 롤을 더 중요시하기 때문에 그래서 지금 하는 멤버들과 함께 오래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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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올해 바쁘게 많은 아웃풋을 내놓았는데 연달아 나온 3개의 앨범이 Trilogy 형식으로 하나의 작품으로 묶여 있는 작품인 걸로 알고 있어요. [Anger], [Eros], [Childhood] 앨범의 각각의 컨셉은 뭔가요?


A. ABOUT : 3개의 앨범을 묶어서 낸 피지컬 앨범의 대제는 Empathy죠. 첫 파트인 분노(Anger)와 사랑(Eros) 그리고 어린 시절(Childhood)로 이루어져 있어요. 저는 어려서부터 자존감이 낮고 열등감이 많았어요. 항상 분노와 열등감이 제 인생의 가장 큰 원동력이었고 그게 항상 좋다고 생각했어요. 독하게 살 수 있었고 모자란 부분을 채워나가며,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니까요. 그런데 어느 순간 그게 위가 아닌 바닥으로 가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바닥을 치는 순간이 왔을 때 깨달았어요. 언제까지 분노와 열등감을 내 인생의 원동력으로 삼을 수는 없다는 걸, 그걸 그만두기로 결심했을 때에 쓰기 시작한 앨범이었어요. 나는 어쩌다 그런 아이에서 자라나 지금의 내가  되었을까를 고찰하는 앨범이었죠. 저 자신을 이해하고 극복하기 위해 만든 앨범이에요.


 


 

분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Hollow Chest Teenager‘는 어린 시절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어요. ’Put Your Heart In The Freezer‘는 분노나 원망 따위가 희미해질 때가 있잖아요. 그 순간이 오기 전에 가장 가득찬 분노를 얼려두었다가, 그 분노가 희미해질 때 쯤 다시 꺼내서 너에게 상처를 주고 분노를 심어준 사람들을 잊지 말고 어떻게든 나의 방식으로 복수 해내야 한다는 내용이에요. ’Hennessy'와 ‘Monster'의 뮤직비디오가 이어지는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 ’Hennessy'는 죽음에 대한 내용이에요.


어느 날 친한 지인의 친척분의 부고 소식을 전해 들었어요. 지인을 통해 돌아가신 분의 생전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그 중 술에 관련된 이야기가 굉장히 인상 깊었어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저도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 걸 좋아했었거든요. 술이 없으면 기분이 유지가 안되기 시작할 때 술에 의존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고 몇 년간 술을 끊었고요. 저도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에 공감 할 수 있었던 이야기였고, 그게 Hennessy의 바탕이 되어주었습니다. 물론 지인에게는 동의를 구하고 가사를 통해 이야기를 각색했습니다.

 




만약 내가 어느 순간 내 삶을 놓을 수 있다면 미련 없이 갈 수 있을까? 그렇다면 지금 내가 가진 미련은 무엇일까? 과연 난 미련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내가 가진 미련들에 관한 이야기를 썼어요. ‘Monster'는 Hennessy에서 죽음을 맞이한 후 부활한 새로운 자아가 하는 이야기에요. 나는 이렇게 감정적으로 치우치고 휘몰아치는 괴물 같은 사람인데 이런 사람이라도 괜찮다면 나를 사랑해 줄 수 있나요?

 

[Eros]는 사랑에 대해 가지고 있는 저만의 정의를 담고 싶었어요. 이전에 발매된 싱글 중 ‘우리 행복할 수 있어’라는 곡이 있는데,  이성 간의 사랑이 아니라 반려동물과의 사랑, 친구와의 사랑, 이성 혹은 동성을 떠나서 인간 간의 사랑 이야기를 담았던 것 처럼요. ‘Say Goodbye To The Bad Guys’는 나쁜 사랑을 했을 때 겪던 이야기고 ‘널 (Boy No Single Teardrop For Her)’는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에요. 제가 겪은 좋았던 사랑, 나쁜 사랑 등 사랑의 여러 종류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바보 같은 우리가 우리를 사랑해’는 세상 사람들이 우리의 사랑에 대해서 손가락질 하더라도 우리만 행복하다면 되는 게 아닐까? 왜 항상 내가 하는 사랑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아야하지? 하는 것들. 다 이면이 있기 마련인데 사랑을 하는 사람들이 행복하고 좋은 모습만 보여줘야 하는 측면이 강하다고 생각해요. 사랑을 좋은 것으로만 포장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측면이 있다는 걸 이야기 하고 싶었어요.

 




[Childhood]는 있는 그대로의 제 어린 시절의 이야기에요. ‘Winter In A Bowl’는 눈도, 안개도 많이 끼는 정말 추운 곳이었던 제 고향에서의 추억과. 드라마 ‘프렌즈’의 대사에서 캐치 프레이즈를 얻어서 완성된 곡이에요. 저는 어릴 때부터 그곳을 뛰쳐나오고 싶었어요. 지긋지긋한 그 동네를 9년이 지나고 돌아보니까 이젠 마냥 싫지만은 않더라고요. 그 다음 곡인 ‘Bullied Kids’는 왕따에 관한 곡이에요. 어릴 때 자우림의 ‘낙화’를 들으면서 많은 위로를 받았는데 이 곡에서 그런 맥락을 담으려고 노력했어요. 우린 할 수 있고 오늘 하루만 버티면 이 지긋지긋한 것도 다 끝날 거라는 얘기에요. 저도 긴 시간 왕따를 겪은 어린 아이였고 많이 방황했었던 아이였기 때문에 그걸 이겨내고 난 뒤에 저와 같은 상황을 겪고 있을 사람들과 연대 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었어요. 이런 부분에서는 서투르게 공감을 야기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은은하게 은유를 했던 방식을 벗어나 더 직접적으로 표현해 앨범에 담고 싶었어요.


‘94th Street’ 처음 뉴욕에서 지냈던 블록이 94th Street였어요. 회사를 나온 후 인생 첫 휴식을 가질 때였어요. 그 시기에 인생에서 행복했던 마법 같은 일들이 많이 일어났어요. 꿈에 대한 좌절과 새로운 희망을 담았던 곡이죠. 꿈꿔왔던 인생이 무너지면서 좌절을 겪고, 이루고자 했던 것에 인생 그 어느 때보다 가까웠지만 반대로 떨어지기 시작하니 바닥에 닿는 속도는 순식간이었죠. 많이들 비유하는 롤러코스터가 올라가는 게 오래 걸리는데 떨어지는 게 한순간이잖아요. 제가 딱 그랬어요. 22부터 26살 까지. 그래서 인생 큰 좌절을 겪고 나서 빈털터리로 뉴욕에 갔을 때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하고 싶던 걸 이룰 수 있다고 믿고 살았지만 그게 무너지는 것도 한순간이구나. 그리고 그걸 다 마치고 뉴욕에 넘어 왔을 때 해방감을 얻었어요. 내 인생에 대한 자유를 되찾았다고 생각했고 처음 뉴욕에 갔을 때 감정을 담아서 쓴 곡이에요. 모든 실패와 희망을 겪고 뉴욕에 넘어가서 94번가에서 첫 싱글을 냈던 26살의 저를 추억하면서요.


 



‘놀이터’는 제 유년기 얘기에요. 아주 어릴 때 부모님이 일찍 이혼하셔서 한 동안은 아버지가 저를 맡아 키우셨는데 그 시기에는 퇴근 후 아버지가 집에 오실 때까지 놀이터에서 밤 10시, 11시까지 동생들과 함께 놀았어요. 사실 그렇게 되면 주변에서 알잖아요, 아파트 주민들도 부모님이 잘 케어하지 못하고 있다는 걸, 밤 11시까지 애들 셋이서 놀고 있으니까. 그런데 전 그 순간이 되게 행복했거든요. 아빠를 기다리며 동생들과 같이 놀고. 그런 마냥 행복했던 시절에 대한 얘기를 쓰고 싶었어요. 물론 이것도 ‘Winter In A Bowl’처럼 제 고향에 대한 얘기가 담긴 거고. ‘놀이터’는 중학교를 들어가기 전까지의 시절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어요. 보통 노을이 질 때쯤에 부모님이 밥 먹으라고 집으로 부르시잖아요. 반대로 저는 항상 동생들과 집에 가서 라면을 끓이거나 배달음식을 주문하곤 했죠. 저희는 노을이 져도, 밤이 되어도 항상 놀이터에 있는 아이들이었던 거죠.

 

나쁜 기억은 항상 미화되기 마련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제가 병원을 다니면서 잔뜩 미화된 어린 시절을 다시 재정립하는 기간을 오랫동안 가졌고 그게 끝났을 때 비로소 쓰게 된 게 이번 3부작 앨범이었어요. 제 슬픔이나 사랑이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미화된 것 없이 가감 없이 담아낼 수 있는 앨범을 만들고 싶었어요. 제 음악을 듣고 위로를 받으신 분들이 많다고 느껴요. 장문의 DM이나 공연에 오셔서 편지를 써주는 분들을 보면서 더 깊게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누군가를 위로할 때 위선적으로 이야기를 풀고 싶지 않았어요. 제가 그걸 겪었던 사람이라는 걸 정확히 말해주고 싶었고 아는 척 대충 흘려 넘기면서 ‘너의 슬픔을 알고 있어’ 라고 얼렁뚱땅 넘기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더 욕심을 냈던 앨범이었죠.

 

 

Q. 활동하면서(혹은 음악을 하면서) 겪었던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A. ABOUT : 씬에 대한 아쉬움이 가장 큰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굉장히 Brotherhood가 없는 시대라고 생각해요. 주변 동료들하고도 항상 얘기하지만 힙합 씬은 어떻게 보면 Brotherhood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만큼 서로 배척하는 것도 심하지만. 서로 리스펙 할 수 있는 실력이 있다면 지금의 커리어가 어떻든 작업과 협업을 통해 서로를 밀어주고 끌어 올려주는 분위기가 조금이라도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힙합을 제외한 씬은 협업하기가 굉장히 어렵고 정서적으로나 비즈니스에 있어서 내성적인 사람들이 더 많다고 생각해요. 각자 서로 멋있기 바쁘고 자기 밥그릇 챙기기 바쁜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회사도 구시대적인 발상을 이어오는 회사들이 너무 많고. 인디펜던트가 되고도 많은 회사들과 미팅을 했는데 여태까지 회사 계약을 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도 그만큼 맘에 들만한 조건이 없었던 거죠. 투자에 대한 일말의 확신과 마케팅에 대한 정확성이 보이지 않다고 해야 할까? 그게 가장 어려웠던 것 같아요.


현재 10월을 목표로 작업하고 있는 앨범은 제가 만들어낼 수 있는 응집력을 담은 앨범이에요. 앨범에 함께 참여해준 아티스트 6명 모두 장르적으로 보나 개인의 행보에 있어서 겹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어요. 아티스트들을 한데 모아 잘 뭉쳐낼 수 있는 앨범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이번에 낼 앨범은 그런 Brotherhood의 부재를 타파하기 위해 스스로 시도하는 앨범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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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앞으로 어떤 아티스트가 되는 게 목표인가요?


A. ABOUT : 오래오래 기억에서 맴도는 음악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갑자기 하루  아침에 유명해지는 게 아니라 꾸준히 기억에 남아서 계속 듣고 싶은 음악을 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정말 좋은 곡이라도 듣다가 질리는 곡들이 정말 많거든요. 근데 질릴 수는 있지만 질리더라도 다시 찾고 싶게 되는 은은하고 좋은 음악을 오랫동안 하고 싶어요.

 


Q.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A. ABOUT : 일단 8월에 준비하는 시티 팝과 R&B 더블싱글 앨범이 나오고 10월에 6명의 피처링 진으로 구성된 ‘옴니버스’라는 앨범이 나옵니다. 제목 그대로 옴니버스, 단편식 구성으로 이루어진 큰 하나의 그림을 그리는 앨범을 준비하고 있고요. 아마 내후년엔 정규 2집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싶어요. 돌아오는 23년에는 정규앨범을 준비하면서 싱글 위주로 활동할 것 같고 그 사이에 다른 아티스트들의 곡을 쓰는 역할로 작가활동을 좀 더 많이 해보려고 집중하고 있습니다.

 

 

Q. 마무리 인사를 부탁드립니다.


A. ABOUT : 벌써 활동한지 2년 6개월 정도가 되었는데 지금까지 함께해 주시고 저의 음악을 아껴주시는 소중한 리스너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어요.


....개그 쳐도 되나요?


Dike : 그럼요.(웃음)


ABOUT : 관심 있는 회사들 언제든지 연락 주십쇼.(웃음) 여기까집니다!

 

 


 





오상훈

  

 

프로듀싱팀 Vlinds와 인디밴드 오늘의 코믹스, 워너채플뮤직 소속 작곡가.

 

브아솔의 정엽, I.O.I의 임나영 등의 가수의 곡을 만들었다.

 

자아가 생길 때부터 밴드음악에 빠져 일렉기타를 치며 음악을 시작한 인디 덕후.

  

 

[박형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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