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경주와 불국사 [공간]

우리가 잘 알고, 잘 모르는 불국사에 대해서
글 입력 2022.08.05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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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알고 접할 때와 모르고 접할 때의 즐거움은 확연히 다르다. 무엇이 더 좋다는 말이 아니다. 그냥 다르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경주는 알고 가면 배로 재미있는 곳이다.

 

수학여행의 도시로 익숙한 경주는 단순 여행지로도, 관광지로도 물론 최고지만,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도시가 품은 오랜 역사를 그저 스쳐가기 마련이다. 오늘 소개할 곳은 경주의 수많은 랜드마크 중에서도 단연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잘 알지만, 잘 모르는 곳, 불국사이다.

 

 

 

불국사


  

불국사 측면 700.jpg

 

 

불국사는 통일신라시대 불교미술의 대표적 건축물이다. 장소 자체는 사적 및 명승 제1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청운교 및 백운교, 연화교 및 칠보교, 내부의 삼층석탑(석가탑)과 금동비로자나불좌상, 금동아미타여래좌상이 국보로 지정되어 있다.

 

건축에 있어서는 여러가지 설이 있지만, 신라의 귀족이었던 김대성이 현세의 부모를 위해 발원한 사찰이라는 삼국유사의 내용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사찰의 공사는 751년에 시작되었고, 김대성이 완공 전에 생을 달리함에 따라 이후 국가에 의해 완공된 것으로 보인다. 개인의 발원에 의해 시작되었지만 국가의 주도에 의해 완성된, 개인의 소원이자 국가의 원찰로서 기능하는 대규모 사찰인 셈이다.

 

청운교와 백운교를 건너 자하문을 지나면 나타나는 대웅전은 석가모니를 모시는 전각이며, 앞쪽으로는 석가탑과 다보탑이 위치해있다. 대웅전 왼쪽으로는 아미타불을 모시는 극락전, 뒤로는 중앙의 사원을 지나 비로자나불을 모시는 비로전, 관음보살을 모시는 관음전, 지장보살을 모시는 지장전이 있다.

 

언뜻 복잡해 보이는 이 구조는 모두 불교 경전에 근거하여 치밀하게 세워진 것인데, 실제로 청운과 백운교를 지나 자하문을 통과하여 대웅전으로 이어지는 구조는 법화경에 근거한 석가모니의 사바세계로 가는 길과 같다. 연화와 칠보교를 지나 안양문을 통과하여 극락전으로 이어지는 구조 또한 무량수경에 근거한 아미타불의 극락세계로 가는 길과 동일하다.

 

 

 

석가탑과 다보탑


 

불국사의 모든 배치가 치밀하지만, 특히 재미있는 부분은 석가탑과 다보탑의 관계이다.

 

전각 앞에 두 탑이 있는 구조는 통일신라의 전형적인 사찰 구조이지만, 쌍탑의 경우 보통 서탑과 동탑의 형태를 같게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불국사의 쌍탑은 이례적으로 그 형태가 다르다. 이는 불교 경전 중 하나인 묘법연화경 속 견보탑품의 내용을 형상화한 것으로, 내용은 다음과 같다.

 

경전에 따르면, 다보여래는 설법하는 석가모니를 찬양하기 위해 보배롭고 아름다운 형상의 탑으로 솟아나 자리를 나누어 석가모니와 나란히 앉았다고 전해진다. 교리를 설법하는 석가모니는 석가탑의 형태로, 다보여래는 이를 듣는 청중으로서 다보탑의 형태로 지상에 내려온 것이다.

 

특히 이때 다보탑은 굉장히 화려하고, 난간과 아름다운 장식이 있다 묘사되었다.

 

 

석가탑다보탑 700.jpg


 

실제 다보탑의 모습에서 묘법연화경에 묘사된 내용처럼 화려하고 장식적인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장식이 너무 많아 몇층 석탑인지에 대해서도 학자들마다의 의견이 다르다. 석가탑의 경우 다보탑에 비해 조형적 요소가 없는 수수한 형태로 구성되었으며, 이 또한 설법하는 석가여래를 형상화한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상반되는 생김새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두 탑을 바라보며 조화로운 아름다움을 느낀다. 이는 두 탑의 치밀한 설계에서 기인하는데, 두 탑을 받치는 지대석과 기단부의 넓이와 높이가 완전히 일치하기 때문이다. 특히 멀리서 바라볼 때 서로 다른 두 탑은 완전한 균형과 조화를 이룬다.

 

더불어 석가탑 안의 사리공에서는 세계 최고의 목판인쇄물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이 발견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1966년). 다보탑은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탑을 완전히 해체, 보수하면서 탑 내부에 보관했을 사리공과 유물들의 행방을 알 수 없는 실정이고, 기단부 위의 돌사자상 역시 한 마리밖에 남지 않았다.

 

*

 

개인적으로는 어떠한 신도 믿지 않지만, 신을 모시는 곳에서는 언제나 경건해진다. 무신론자이면서 어쩌면 다신론자인 셈이다. 무형의 존재와 소원이 현존하는 물체로 남아 수백, 수천 년 후 지금의 내 앞에 전해질 때, 그런 형태의 간절함 앞에서는 누구도 어쩔 도리가 없다. '이걸 어떻게 무시하나' 같은 마음이 들고 마는 것이다.

 

경전의 내용을 충실하게 재현했을 뿐만 아니라, 치밀한 계획을 기반으로 건축적 조화까지 이루어낸 통일신라 석조미술의 정수, 불국사를 통해 수십 세기를 지나 전해지는 조상들의 간절한 소원을 가늠해 본다.

 

 

[김윤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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