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경이로운 자연에 기대어' 살아가기 위한 다짐

글 입력 2022.07.28 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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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 살아가는 터전이 되는 자연


당연하게 들리지만 '생명'에 인간이 포함된다고 생각하는 일은 드물어 보인다. 인간은 다른 생명과 다른 부류로 여겨지고, 자연과 특이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느껴진다.

 

실제로 인간사는 자연의 일방적인 힘을 버텨온 역사일지도 모른다. 자연재해가 아니라도 계절의 변화, 날씨의 변화, 지형 등은 개별 생명에게 주어진 조건으로 맞추어 살아가야 하는 운명 같은 것인 셈이다.


그러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이 처한 '운명'이 사실은 운명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인간 사이에 퍼져갔다. 하나씩 자연에 대해 알게 될수록 자연의 신비로움은 줄어들었다.

 

어느 순간부터 자연은 대항할 수 없는 두려운 존재가 아니라 이용하고 사용할 수 있는 대상으로 착각하기 시작했다. 자연을 이용하는 작은 성공이 이어지면서 어쩌면 인간은 자만에 빠졌고 통제 가능한 영역이 아주 작은 것에 불과했음을, 자연의 연쇄는 생각보다 크고 깊게 연결되어 있음을 뒤늦게 깨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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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지극히도 아름답고 잔혹하며 내가 아무리 무수하게 애원해도 통보도 없이 나를 버려둔 채 나아가고 변화해왔다. 자연은 자애롭지도 악의적이지도 않으며 무심할 뿐이다. 우리는 전체의 일부이고 자연은 그걸 안다.

 

_182쪽

 

 

환경 위기 시계라는 것이 있다. 지구환경 파괴에 따라 환경전문가들이 느끼는 인류 생존의 위기감을 시간으로 표시한 자료로, 2021년 기준 한국의 환경 위기 시계는 9시38분이라고 한다. 0시에서 12시까지를 기준으로 나누어진 시계이니 9시는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셈이다. 환경을 보호하자는 이야기는 아주 아주 당연하기 때문에 '환경 보호'라는 말로 굳어버렸다.


특히나 코로나 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위생과 방역이 일상이 되었다. 위생 상의 이유로 일회용품 사용이 늘었고 환경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후순위로 밀려났다. 끝나지 않은 코로나 상황 속에서 자신과 주변을 지키는 일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라고 변명해본다. 그런 상황에서 읽게 된 '경이로운 자연에 기대어'는 자연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다.


책에는 아주 짧은 여러 글이 담겨 있다. 작가, 생태학자, 저널리스트, 시인 등 자연을 주제로 쓴 글이다보니 어투도 다르고 내용도 제각기 다르다. 작가 개인적인 일화로 자연을 감각한 경험을 소개하기도 하고, 전공을 살려 자연 보호에 대한 의견을 보여주기도 한다.

 

가장 큰 변화라면 변화인 것이 얼마나 '인간 중심적'으로 생각했는지 깨달았다는 점이다. 인간의 관점에서, 인간의 시간에서, 인간의 효용에서 판단했었고 인간은 그 결과를 책임지기에 아주 작은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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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서만 가능한 것들도 있다. 산을 타거나 호수에서 수영을 할 때 우리는 생각을 잊어버린다. 자연 속에서 인간은 자신에게서 벗어나 감각에 집중할 수 있다. 깊은 바다에 뛰어들어 숨이 찰 때까지 헤엄치며 영원과 비슷한 것을 경험하기도 하고, 해변을 보며 현실의 복잡함을 잠시 잊어버리곤 한다.

 

책 속의 여러 작가들은 자연을 온몸으로 느끼는 짧은 순간들이 모여 자신을 지탱해주는 힘이 되었다고 말한다. 절대적이고 알 수 없는 거대한 생명력을 떠올리며 복작거리는 일상을 한결 가볍게 느끼는 것이다.


이렇게 인간은 자연의 시간을 감히 상상할 수 없고 자연의 다양함을 견뎌낼 수 없다. 여러 모양새의 생명과 환경을 완전히 인간의 모양으로 다듬을 수는 없다. 나름의 타협점을 찾아 자연과 '공존'하려고 한다.

 

하지만 자연과 공존한다거나, 자연을 보호한다거나 하는 생각은 다분히 인간적이다. 인간은 자연 밖에서 존재할 수 없으며 자연이 없는 곳에서 인간을 상상하기도 어렵다. 다만 우리가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것은 자연과 인간의 연결을 인지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우리는 무언가 진실하다고(true) 말할 때 그 단어의 뿌리가 나무(tree), 휴전(truce)과 유사하다는 걸 안다. 우리는 나무의 한결같은 성격과 유연한 정신에서 진정한 삶을 배울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을 깨달을 때 훼손되기 쉬운 땅과의 긴 전쟁을 벌여온 우리는 비로소 평화로운 공존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_55~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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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의 결론은 '분수를 알자.'였다. 수면에 파도가 일어 강 건너 땅에 닿듯, 인간의 행동도 저 멀리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떠올린다. 인간의 문명은 생각보다 자연에 (대체로 나쁜) 영향을 준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개별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영역은 매우 작고 좁다. 슬픈 간극이다.

 

인간 부류가 자연에 미치는 영향은 개별 인간이 상상하는 것보다 광범위하다. 그렇기에 다른 생명의 터전을 넘보지 않고 살기 위해 애쓰는 것이 자연의 일부로 살아가는 '책임감 있는 인간'의 태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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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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