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소란스러우면서 신명나게, 재즈와 국악의 만남 - '너나:음양' 지혜리 오케스트라: 여우락 페스티벌

글 입력 2022.07.28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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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의 세계는 방대하다. 방송국 PD였을 때 라디오 프로그램 소재로 다뤄보고자 했으나, 그 방대한 세계에 겁이 나 한 발짝 물러섰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여전히 가까워지고 싶은 ‘재즈’는 많은 사람이 사랑하고, 영화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소재다. 가까워지고 싶지만 아직도 먼 그대, “재즈"를 라이브로 향유할 기회가 생겨 기쁜 마음에 공연장을 찾았다.


엉뚱하게 <여기 우리 음악(樂)이 있다> 페스티벌에서!

 

그러나 <여기 우리 음악(樂)이 있다> 페스티벌은 (줄여서 '여우락 페스티벌') 전통음악뿐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만나 장르나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실험을 하는 축제의 장이다.

 

여우락 페스티벌을 총지휘한 ‘박우재’가 속한 미디어아트 프로젝트 그룹 ‘무토’의 공연, '구운몽'을 재해석한 신시사이저와 해금의 조화, 대금연주자와 푸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만남, 돌로 된 국악기 편경을 모티브로 한 작품 등 장르를 넘나드는 다채로운 공연이 7월 여름에 열렸다.

 


[포스터] 국립극장 2022 여우樂(락) 페스티벌.jpg

 

 

 

<너나: 음양> 지혜리 오케스트라 - 재즈 빅밴드와 전통 타악기와의 만남



그 중 내가 관람한 공연은 <너나:음양>의 이름으로 지혜리 오케스트라가 이끄는 재즈 공연이었다. 전통 타악기 연주자인 황민왕 분이 객원 연주자로 참여했다.


이번 기회에 처음 접하게 된 페스티벌의 느낌은 여름과 잘 어울렸다. 동국대 입구 역에서 내려 국립극장으로 향하는 길, 친구와 나는 우연히 기사님의 눈길을 받아 <여우락 페스티벌> 셔틀버스에 탑승했다. 얼떨결에 버스에 올라탄 우리는, 걸어올라왔으면 꽤 힘들었을 것이라 담소를 나누며 달오름 극장 앞에 도착했다. 페스티벌의 역동적인 분위기와 싱그러운 여름이 만연한 국립극장의 풍경은 <여우락> 그 자체였다.


이미 많은 사람이 군집해 있었고, 공연장 들어가기 전 페스티벌 분위기를 느껴보기 위해 로비를 서성거리고 있었다. 마침 선물을 주는 작은 이벤트가 하고 있었고, 참여하기 위해 줄을 섰다. 표를 보여주면 코인으로 바꿔주고, 코인으로 뽑기를 하면 되었지만 나는 ‘꽝’에 당첨되고 말았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공연장 안으로 향했다. 무대에 놓인 연주될 악기를 보니 심장이 오랜만에 쿵쾅됐다. 알고 있는 지식을 총동원해, 금관 악기와 목관 악기 등의 구성을 훑어보고 가운데 근엄하게 놓여있는 장구와 꽹과리는 과연 어떤 조화를 부릴까 궁금증이 한층 더해졌다.

 

*

 

대망의 첫 시작, 피아노의 건반 음과 장구의 타악기 소리의 조화로 문을 열었다. 피아노 건반 음과 가죽을 때리는 장구의 채소리는 처음에 굉장히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합주가 아닌, 리듬을 타는 두 연주자가 배틀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전혀 다른 재질에서 만들어진 동서양의 소리가 맞아갈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그런 의문도 잠시, 어느 순간 맞아들어간 포인트가 생겼다. 관객의 귀에 익숙해질 시간을 주기 위해 피아노와 장구의 소리만으로 문을 열었는지 모르겠지만 이어지는 ‘방아타령’과 ‘새타령’부터는 귀에 쏙쏙 잘 들어왔다.


17인조 지혜리 오케스트라 (빅밴드)의 구성은 크게 혼 섹션 (플루트, 색소폰, 트럼펫, 트럼본) 의 관악기 파트와 리듬섹션 (피아노, 일렉 기타, 콘트라베이스, 드럼)으로 되어 있었다. 그리고 여기에 장구, 꽹과리, 소리까지 담당하는 만능 전통 타악연주자 황민왕이 객원 연주자로 참여했다.

 

아무래도 전통 파트는 객원 연주자 혼자 담당해 합주할 시에는 빅밴드 소리에 다소 묻히는 경향이 있었지만, 솔로로 등장했을 때는 존재감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지혜리 오케스트라_너나음양_공연사진(11).JPG

 

 

 

즉흥적이면서 조화롭게, 소란스러우면서 신명나게 : 재즈와 국악의 의외의 공통점



또한 ‘재즈’의 매력, 무엇보다 빅밴드의 음악을 라이브로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즉흥성이 강한 장르의 특성상, 이 정도 규모의 재즈 오케스트라는 지휘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느슨한 규칙 속에서 즉흥연주를 펼치는 솔로 연주자들의 연주를 들을 때면 지휘자의 존재를 잠시 잊다가도, 어느 순간 등장해 중심을 딱 잡는, 특히 지혜리 특유의 절도 있는 지휘가 인상적이었다.


지혜리의 존재감은 창작곡에서도 드러났다. 할머니, 엄마, 자신의 이야기로 구성된 창작곡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탐구하는 면모가 느껴졌다. 관객들에게 곡 소개를 하거나 직접 아리랑 소리를 내뱉을 때의 모습을 통해 퍼포머로서의 역량도 확인할 수 있었는데, 마치 이 과정이 ‘지혜리’라는 하나의 브랜드를 구축하는 과정처럼 보여 신선했다.


‘아리랑’ 곡을 끝으로 공연이 끝이 나고, 객석을 나오면서 친구와 감흥을 공유했다. 장구와 꽹과리 등의 국악과 재즈의 만남이 ‘소란스러움’이라는 키워드로 연결될 수 있지 않느냐는 이야기에 둘다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소란스러움이 음악이 되고, 함께 놀기도 하지만, 또 따로 놀기도 하는 국악의 마당놀이와 빅밴드의 무대가 생각보다 결을 같이 하겠구나 싶었고, 이에 조금 더 풍성한 동서양의 만남이 공존하는 무대가 있었으면 하는 기대가 생겼다.


다음 기회에는, <여기 우리 음악(樂)이 있다> 페스티벌의 더 다양한 공연을 감상하고자 다짐했다.

 

 


 

끝으로 인상 깊게 들었던 ‘새타령’이 네이버 온스테이지 통해 소개된 영상이 있어, 함께 감상해보는 것으로 리뷰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민지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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