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냉철하고 따뜻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드라마/예능]

변호사 우영우
글 입력 2022.07.26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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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입소문 자자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유튜브 클립을 시작으로 보게 되었다. 주인공이 귀여워 웃음을 짓고 본다고 하던데, 정말 드라마 자체가 따뜻해서 내 입꼬리는 보는 내내 이미 올라가 있었다. 그러다 3화를 봤을 때는 눈물을 쏟았다. 드라마는 억지 울음 포인트를 만들지 않았다. 그저 날카롭게 지적한 부분이 쓰라렸을 뿐이다.


주인공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이 있는 변호사다. 어릴 적부터 말을 하지 않던 영우를 걱정하던 아버지는 병원 검사를 통해 딸의 장애를 알게 된다. 그리고 동시에 그의 천재성도 알게 된다. 유아기부터 형법을 줄줄이 외운 주인공에게 고등학교 시기 전교 1등은 식은 죽 먹기였고, 만점에 가깝게 변호사 시험에도 합격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화려한 이력에도 불구하고, 로펌 취업의 문은 주인공에게만 일방적으로 닫혀있다.

 

결국 취업하게 된 로펌 ‘한바다’에서 우영우는 변호사로서 지혜롭게 사건을 해결해나간다. 편견을 깨부수는 전개에 통쾌하게 감상하다가도 편견의 따끔함은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3화에서 우영우는 이준호와 사건을 취재하다 준호의 지인을 만나게 되고, 그로부터 '봉사'하냐는 말을 듣게 된다. 영우는 누구인지 자신을 설명할 기회조차 배제당한 채 그저 도움받는 존재로 낙인된다. 덧붙여 ‘파이팅!’이라며 영우를 허락 없이 만지는 손길은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김현경의 저서, 『사람, 장소, 환대』는 사회에서 위치한 장소에 따라 성원권을 인정받고 ‘사람’이 되는 자격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신분제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신분을 정의하는 사회적 낙인은 분명히 존재한다. 작가는 “현대 사회에서 낙인으로 취급되는 속성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1) 신체의 괴물스러움. (2) 정신적인 면에서의 결함(의지박약, 비정상적 열정, 잘못된 신념, 부정직 등), (3) 특정한 인종, 민족, 종교에 속해있다는 사실” (김현경, 『사람, 장소, 환대』, 문학과지성사, 2015, p.122)


드라마에서는 주인공 뿐만 아니라, 학업 스트레스로 목숨을 끊은 의대생의 자살에도 낙인적 측면이 있음을 드러냈다. 위 1번처럼 ‘의지박약’에 해당하는 요소로, 드라마 3화에서 낙인을 두려워한 부모가 이미 낙인을 안고 살아갈 장애인 동생에게 혐의를 덮어씌우려는 경우가 이에 해당했다. 또 6화에서 볼 수 있듯이 의사의 편견으로 귀화인에게 내려진 부당한 진단서 같은 경우는 3번에 해당한다. 이어서 작가는 낙인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을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미디어에 종종 나오는, 낙인자를 대상으로 한 사회 통합 의례 – 고아들에게 키스하는 연예인, 장애인을 목욕시키는 정치인 등등 – 가 이를 잘 보여준다. ‘사회’를 대표하여 ‘소외된 이들’을 찾아가는 이 정상인들은 자기 앞에 있는 낙인자들을 덥석 껴안음으로써 자기가 그들에 대해 아무런 편견도 가지고 있지 않음을 과시하려 한다. 하지만 정상인들이 이렇게 낙인자들의 몸을 함부로 만질 수 있는 대상으로 취급한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관계의 불평등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김현경, 『사람, 장소, 환대』, 문학과지성사, 2015, p.123)


(책의 정상인과 낙인자라는 표현은 장애의 유무 측면에서는 비장애인 중심 사회에서 장애인에게 가해지는 차별을 표현하고자 쓰인 용어인 듯하다) 이처럼 책은 사회가 어떻게 사람의 기본권을 빼앗아 낙인을 주며, 또 일방적으로 감추는가와 관해 이야기한다. 본질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 채 그저 개인의 불성실과 노력의 결과로 치부해버리는. 또는 낙인적, 차별적 태도에 수긍하라는 성과 사회의 기본 설정은 씁쓸하다시피 가혹하다. 똑같은 조건 아래, 똑같이 경쟁해야 ‘공정’하다는 동료 변호사 권민우 역시 애초부터 공정의 정의조차 잘 모르고 있다. 개인의 노력이 닿을 수 없는 영역까지 외면한 채 공정의 문제로 치부해버리는 것 자체가 불공정임을, 극 중 최수연의 대사를 통해 알 수 있다.


3화 속 무턱대고 응원을 날리는 드라마 속 여성은 돌아서며 아마, ‘나는 괜찮은 사람이다’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사실은 괜찮아 보이기 위해, 가해졌던 많은 행동들과 실효성 없는 현시대의 제도들은 진정으로 괜찮지 않았다. 뭐든 일방적으로 결정짓고 닫아버리는 사회 속 관계에서 앞뒤 똑같은 이름을 가진 영우와 다르게, 그는 동등한 변호사로 정의되지 못하고, 드라마의 제목처럼 앞에 ‘이상한’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야 했으니 말이다.


드라마는 멍든 부분들을 사이다만큼 날카롭게 짚어 보이며 사람답게 살아갈 아주 당연한 이야기를 친절하게 제시하고 있다. 드라마의 흥행세처럼 사회에 던지는 날카로운 비판이 멀리, 아주 깊이 닿아, 원래부터 열려야 했던 닫힌 문들을 열길 바란다.

 

 

* 인용 및 참고 자료

김현경, 『사람, 장소, 환대』, 문학과지성사, 2015, pp. 12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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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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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 김민지
    • 드라마가 하고 싶은 말을 잘 풀어내 주신 글인 것 같아요. 참고하셨던 도서에도 관심이 생기네요. 너무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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