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자연스러운 자연, 그 속에 누워보기 - 경이로운 자연에 기대어

글 입력 2022.07.24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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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은 세상을 크게 두 가지 자연과 인공의 두 부류로 나누곤 한다. 이는 인간인 우리가 태초의 세상을 이루고 있던 자연만큼 공고한 세상을 쌓아 올렸고, 우리만의 세상을 자연과 비견될 정도로 거대하다 여기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의 인식 속에 자리 잡은 자연과 인간의 구분은 인간의 사고를 거쳐 만든 문명의 세계와 자연을 대비시키며 우리를 둘러싼 생태를 인간에 비해 뒤떨어지는 것으로 규정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생각해보자. 인간은 자연과 인공 둘 중 어디에 속하는가? 역설적으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우리는 자연의 산물이다. 생태계의 일부라는 인간의 정체성은 인공적인 문명을 건설해나가는 동안 잊혀졌고 자연은 우리의 고려 범위를 벗어나 그저 욕망을 실현하는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그동안 자연은 몸살을 앓고 무너지고 조금씩 그 힘을 잃어갔다.

 

자연의 위기는 곧 그 속에 있는 인간의 위기라는 것을 사회 전체가 인식하는 데에는 아주 오래 걸렸다. 환경과 생태를 지키자는 목소리가 본격적으로 힘을 얻게 된 것은 불과 몇십년 안된 일이니 말이다. 그렇지만 누구도 자연을 중요시하지 않을 때 가장 먼저 나서서 자연의 가치를 일깨운 선구자들은 항상 존재해 왔다. 랠프 월도 에머슨(1803~1882)가 그 대표자다. 에머슨은 1836년에 에세이 『자연 Nature』을 출간하여 당대 사상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 바람결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경이로운 자연에 기대어』는 에머슨의 사상을 계승하고, 한편으로는 자신만의 자연철학을 만들어나가고 있는 작가들이 자연에 관해 쓴 글을 모아놓은 책이다. 때로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심오하게 고찰하고, 때로는 자연 속에서 자신이 겪은 일들을 신나게 풀어내는 작가들은 자연에 대한 존중을 글 속에서 유감없이 발휘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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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는 마당이 있다. 비록 집 마당은 일부 데크를 깔아 완전한 자연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꽃이 피고 낙엽이 지며 가을이면 새들이 날아와 감나무에 달린 감을 쪼아먹고 겨울에는 언제 울창했냐는 듯 잎사귀가 다 말라버리는 나름의 생태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그 마당에는 나의 사랑스러운 고양이가 산다.

 

우리 고양이는 가끔 집에 들어와 이곳저곳 기웃거리기도 하지만, 이는 잠시일 뿐 마당에서 사는 것을 더 편히 여긴다. 맑은 날이면 언제든 배를 드러내고 누워 햇볕 아래서 잠을 청하고, 습하고 더운 날이면 나무 그늘 밑에 들어가 조는 것이 그 아이의 일상이다.

 

마당에 나가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평화로운 한 때를 보내던 어느 날, 문득 우리 고양이가 경험하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졌다. 나이가 들어가는 모습에 덜컥 조바심이 나서 실내에 적응하게 노력했지만 그게 바람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에 얘가 사는 환경은 얼마나 행복하길래 하는 호기심이 들었던 건지, 아니면 순수하게 그 아이를 이해하기 위해서였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날따라 선선하게 부는 바람에 마당에서 보내는 시간이 유난히 좋았던 것만은 분명히 기억난다. 나는 돗자리를 들고 나가 바닥에 깔고, 고양이와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누워서 마당이 어떤 모습인지 둘러보았다. 나무의 위치, 풀의 무성한 정도 같이 이미 알고 있는 정보 말고 새로운 감각을 느낄 수 있을까 기대하면서 말이다.

 

아주 작은 몸체의 눈높이에서 본 햇빛은 울타리를 휘감으며 자라는 황매화 줄기와 마당 한켠에 심겨진 감나무의 여백을 환하게 채워주며 다가오고 있었다. 가볍게 부는 산들바람에 무성히 자란 잡초들의 가는 줄기가 통통 흔들렸고 이름 모를 아담한 나무가 피워낸 잎들은 서로 부딪히며 아늑한 소음을 만들어냈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따뜻하고 편안했다.

 

그 순간 여명이 밝아오는 새벽에 일어나서 해가 가장 높이 떠 있는 시간에는 잠을 자고 조금 선선해지면 이곳저곳 기웃거리다가 다시 어두운 밤이 오면 다리를 베고 누워 웅크리고 잠드는 우리 고양이는, 더위를 완전히 피할 수는 없어도 흙 위에 배를 대고 나무 그늘 밑에 누워 자연 속에서 나름대로 적응한 우리 고양이는, 날아다니는 새와 벌레들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쳐다보고 나무 줄기를 스크래처 삼아 손톱을 긁는 우리 고양이는 정말로 자연이 편안하구나 실감했다.

 

우리 고양이는 인간이 만든 집과는 비교도 못할 정도로 자연에 있을 때 가장 자연스럽다는 걸 그제서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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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자연은 자연스럽고 편안한 존재다. 고양이, 새 등의 동물들뿐만 아니라 원래는 인간에게도 그랬을 것이다. 그 흔적은 자연에 관련된 단어들을 말하면 마음이 편해지고 기분이 좋아진다는 킴 스탠퍼드의 에세이에, 힘든 일이 있으면 자연을 보고 느끼는 여행을 떠나는 수많은 현대인처럼 자연은 말하고 보는 것만으로도 평화를 찾는 우리의 모습 안에 강하게 새겨져 있다. 이는 우리가 자연의 일부로 태어나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자연이 인간에게 가지는 의미와 그 자체의 중요성을 다시금 생각해보는 것, 인간은 항상 자연 속에 있어왔고 자연의 일부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은 우리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일이다. 어머니든, 친구든, 안식처든, 경이든 무엇이라도 좋다. 인간에게 자연이란 어떤 존재인지, 나와 내 주변의 생명들에게 자연은 어떤 존재인지 꼭 한 번 고민해보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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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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