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자연은 자신만의 시간을 살아간다 - 경이로운 자연에 기대어 [도서]

자연을 자연으로 대하는 법
글 입력 2022.07.23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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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인류세 시대에 살고 있다. 인류세는 인간이 막대한 영향을 끼친 자연 환경과 맞서 싸우는 시기를 뜻한다. 언뜻 보면 우리가 코로나에 맞서 싸우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기원에는 인간이 있다. 코로나의 시작이 변화한 자연환경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은 자명하다. 기후 변화로 기온이 올라가면서 열대에 살던 박쥐들이 온대 지방으로 분포를 확장했고, 기존에 박쥐들이 가지고 있던 코로나 바이러스가 온대 지방으로 유입되며 인간에게까지도 바이러스가 퍼진 것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앞으로 자연과 어떻게 공존해나갈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 너무나도 당연하지만, 우리는 자연 환경과 떨어져 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자연을 어떻게 생각하고 대하고 있는가? 자연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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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랠프 월도 에머슨의 <자연>으로부터 시작된다. 에머슨은 '가장 행복한 사람은 자연으로부터 숭배의 교훈을 배우는 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출발하여, <침묵의 봄> 저자 레이철 카슨, 소로의 <월든>을 처음 페르시아어로 번역한 이란의 학자 알리레자 타그다라, 곤충학 및 야생생태학 교수 더그 탤러미 등의 에세이를 통해 자연에 대한 다양한 사유를 엿볼 수 있다.

 

 

 

자연을 자연 그 자체로 바라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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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에 대한 심각성을 알리는 공익광고를 떠올려보자. 아마 대부분 북극곰이 자신의 몸보다 작은 빙하 위에 위태롭게 올라타 있거나 거대한 빙하가 와르르 무너지는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이 광고를 통해 우리는 지구 온난화와 환경 파괴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깨닫게 된다.

 

반면 이 책이 우리에게 다가오는 방식은 약간 다르다. 심각한 상황을 강조하여 우리에게 경고와 금지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대신, '자연'을 돌아보고 그 본질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 자연의 본질과 아름다움을 깨닫게 되며 자연을 자연 그 자체로 볼 수 있게 된다. 인간이 누리거나 이용하는 의미에서의 자연이 아니라 독립된 하나의 존재로서의 자연을 생각해볼 수 있다.

 

우리는 늘 자연과 함께 살아간다. 오히려 그렇기에 자연의 본질과 힘에 대해 생각하지 못한다. 자연이 인간과 얼마나 다른지 생각해볼 기회도 없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들은 인간의 우월한 시각에서 벗어나 자연을 새로운 시선에서 더 깊이 들여다볼 것을 권한다. 레이철 카슨은 자연을 이 세상에서 인간이 만들지 않은 부분이라고 정의한다. 데이비드 해스컬은 자연이 인간과 다른 시간을 살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자연 속 모든 생명들은 각자 자신만의 시간을 살아간다.

 

 

... 브리슬콘소나무는 '긴 시간'을 산다. 하지만 어쩌면 그건 틀린 말인지도 모른다. 이 나무들은 긴 시간을 사는 것이 아니라 다른 시간을 산다. 모든 생명체는 자신만의 리듬을 가지고 있다.

 

... 인간의 하루라는 시간 동안에 미생물들은 수십 세대가 지나갈 수도 있다.

 

... 세상의 어느 곳이든 수천 개의, 아니 어쩌면 수백만 개의 시간들이 공존한다. 땅은 우리에게 인간의 시간에서 벗어나 우리의 삶과는 다른 박자에 대한 상상력을 펼쳐보라고 외친다.

 

- p.66-67 데이비드 해스컬, <로키산의 노장들, 브리슬콘소나무를 찾아서> 中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


 

그렇다면 우리는 앞으로 자연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일단 우리가 기존에 자연에 대해 어떠한 인식을 가지고 있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우리가 발전과 개발의 명목으로 자연을 과도하게 누리고 이용해왔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우리는 자연의 일부일 뿐이지만 지금껏 자연을 정복하려는 태도를 견지해왔다. 이는 결국 부메랑처럼 인간에게 독이 되어 돌아온다.

 

이에 대해 레이철 카슨은 우리가 가진 자연을 정복할 수 있는 힘이 잘못된 방향으로 실현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우리는 충분히 강한 힘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가 힘을 행하는 방식이 지혜가 아니라 결국은 인간에게도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간과한 무책임이라는 것이다.

 

 

공포와 미신이 대부분 지식으로 대체된 것은 잘된 일이나, 그 지식에 오만이 아닌 겸허함이 수반되었다면 오늘날 우리는 더 안전한 위치에 설 수 있었을 것입니다.

 

오늘날 자연에 대한 인간의 태도는 대단히 중요하며, 그건 인간이 자연을 파괴할 힘을 새로 얻었기 때문입니다.

 

... 인간의 활동이 지닌 두드러진 특징은 대개는 항상 단기적 이득을 노린 편협한 시각에서 이루어졌으며, 지구에 미치는 결과나 우리 스스로에게 돌아오는 장기적 영향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 p.27, 29 레이철 카슨, <자연은 인간이 만들지 않은 부분이다>

 

 

레이철은 이 상황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우리에게 힘이 있음을 인정한 채 앞으로 그 힘을 올바른 방향으로 쓰는 것이 핵심임을 역설한다. 우리가 가진 현실에 대한 중대하고도 냉엄한 책임이 한편으로는 빛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인류에게 닥친 거대한 도전에 정면으로 맞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연은 자연만의 시간대를 가지고 있으며 우리는 자연의 일부라는 겸허한 태도를 가지고 자연을 대해야 한다.

 

길지 않은 스무 편의 에세이들을 통해, 거대한 자연을 직접 마주하지 않은 채 글만으로도 자연에 대한 경이를 느낄 수 있음을 깨달았다. 이 책은 울창한 삼림, 광활한 사막, 황홀한 노을이나 끝없는 바다 등 감탄을 자아내는 자연의 풍경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가지 않는다. 멋있고 거대한 자연의 시각적인 측면에 압도되는 것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기에 독자가 자연의 본질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이끄는 힘이 있다.

 

자연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처럼 보인다. 인간이 만든 여느 것들과 달리 아무 말도 없이 꿋꿋하게 항상 자리를 지키고 있기 때문에 자연은 영원할 것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지금처럼 자연에 대한 이해와 사랑 없이 단기적 이득만을 위해 자연을 이용하길 지속한다면, 우리는 거대한 자연 속에서 행복을 누리며 살아가기 힘들어질 것이다.

 

인간의 삶을 위한 도구가 아닌 자연 그 자체로서의 자연으로 바라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들리지 않는 자연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보이지 않는 자연의 힘과 시간들을 들여다봐야 한다.

 

 

[최지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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