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홀로 살아갈 수 없는 우리들에게 - 경이로운 자연에 기대어 [도서]

'자연' 안에서 우리는 그렇게 홀로이자 '함께'인 존재가 된다.
글 입력 2022.07.19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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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라노사우루스, 벨로키랍토르, 스테고사우루스, 트리케라톱스, 파키케팔로사우루스… 어릴 적 자연사박물관이나 유적지를 방문한 기억이 남아 있다면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일 것이다. 혹은 당신이 보고 배운 것을 외울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을 때 매니악한 기질로 위의 이름들을 줄줄이 암기했다면 바로 중생대 공룡의 이름이라는 것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특별히 지리를 좋아했다거나 공룡 이름을 외우는 아이가 있다거나 등등 그 외에 경우도 많을 것이다.

 

여기서 잠깐 지질시대를 살펴보자. “명왕누대 -> 시생누대 -> 원생누대 -> 고생대 -> 중생대 -> 신생대”로 간단하게 구분할 수 있으며, 시대별 기(紀, Period)와 세(世, Epoch)로 세분화 될 수 있다. 이중 공룡은 중생대 중 쥐라기에 폭발적으로 늘어났다가 백악기 말에 멸종되었다. 쥐라기가 약 2억 100만년 전부터 약 1억 4500만 년 전까지의 5600만 년간이라는 사실을 살펴보았을 때, 공룡은 꽤 오랫동안 지구에 살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느 시대에 살고 있을까? 몇 억 년 전을 이야기하다 갑자기 현재 시대를 가늠하는 것이 퍽 이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지구의 역사에서 인간종의 출현이 약 400만 년밖에 되지 않으니 그 존재가 미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지리 시간에도 잠깐 언급하고 지나가서인지 잘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나 답은 예상외로(혹은 예상대로) 간단하다. 지질시대의 마지막이 신생대이므로 인간은 그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현재의 지질시대는 신생대 중에서도 마지막 제4기 홀로세(Holocene)다. 유럽 대륙의 빙상이 없어지기 시작하는 시기로 인류 문명의 발전 또는 지질학상 가장 새로운 지층이 쌓이는 충적세(沖積世)라고 정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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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일부 과학자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인류세(人類世, Anthropocene)”를 새로운 지질시대로 정의할 것을 제안했다. 경고에 가까운 이 제안은 ‘인간의 활동에 의해 지구의 자연환경에 유의미한 변화가 초래된 시기’라는 뜻이다. 그 시작점에 대해서는 논쟁적이나 대기의 변화를 기준으로 할 경우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한다. 즉,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대기가 오염되고 생물종의 다양성 및 개체수가 줄어들어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는 의미이다.

 

공룡의 이름을 외우며 멸종을 알게 된 인간이 스스로 만든 문명으로 인해 멸종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 충격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인간은 공룡만큼이나 지구에 오래 살지 않았다. 지구의 역사에서 아주 찰나를 산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잠깐의 순간으로 인해 지구의 기온이 전례 없는 속도로 상승하고 유의미한 지질학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동물복지 활동가 진 바우어의 말처럼 “이 지질시대는 인간의 지배, 멸종, 플라스틱과 닭 뼈가 박힌 화석 기록이라는 특징을 지니게 될 것이다.” 인류세를 대표하는 물질들이 오염된 대기 성분과 미세플라스틱, 닭 뼈라니 참담한 기분이다.

 

그러나 진 바우어는 “반드시 그렇게 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며 지금 우리에게 간곡히 요청한다. 현재의 먹거리 체계 변화, 동물과 자연에 대한 존중과 자연을 정복할 수 있다는 오만함을 버리고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공생관계를 이룰 것을 요구한다. 이를 통해 인간은 우리 안의 ‘자연’을 들여다보고, 자연 속의 ‘우리’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것이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을 처음 페르시아어로 번역한 이란의 학자 알리레자 타그다라는 회고록에서 루미의 말을 인용하며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이야기한다. “너는 대양의 물 한 방울이 아니라 한 방울의 물 속 대양이다.” [자연]을 작성한 랠프 월도 에머슨과 유사한 방식으로 개별 존재의 세계를 확장시킨 루미의 말은 개별 존재의 세계가 자연을 통해 확장되면서 동시에 개개의 별들이 하나의 집합체가 된다는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이외에도 [침묵의 봄]의 저자 레이철 카슨의 비공개 연설문, 과학과 시를 넘나드는 진화생물학자 데이비드 해스컬의 ‘자연문학’과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땀움막에서 이루어지는 정화 의식, 살얼음이 남아 있는 늦겨울 연못에서의 수영 등은 자연의 의미를 확장하고 경험을 통한 진솔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 책의 저자들은 인류세에 대한 우려와 경고를 심각하게 다루기보다 숲과 사막, 늪지와 산호초, 수백 년을 사는 나무들과 해안의 파도에서 들려오는 자연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을 권한다. 조화로움의 가치를 간직한 채 자연의 언어를 탐색하며 은유와 직유로 문장을 직조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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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그 자체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이들의 글은 에머슨의 [자연]에서 시작된 것이다. 에머슨은 “자연은 하나의 언어”라고 말하며 “이 언어를 배우고 싶다”고 했다. “자연의 언어로 쓰인 위대한 책을 읽기 위해서” 말이다. 이에 시인, 에세이스트, 해양생물학자, 동물복지 활동가, 야생생태학자가 ‘자연은 어떤 식으로 말하고, 우리는 어떻게 귀 기울이는가’를 주제로 자연을 닮은 듯한 언어로 썼다.

 

에머슨의 ‘자연’은 레이철 카슨의 “이 세상에서 인간이 만들지 않은 부분”으로 파생된다. 오만한 인간에게 전하는 자연의 의미란 무심하고도 평등하며 치유력을 가진다. 그러므로 자연과의 질서를 회복하고 조화를 되찾을 때, 우리의 삶은 이어질 수 있으며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자연으로부터 숭배의 교훈을 배울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날 우리가 바람의 빛깔(Colors of the Wind)을 아는지 떠올리면서 읽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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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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