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인사이트] 문화예술에 잔뜩 취한 애호가들의 수다 모임

a.k.a. <제 10회 아트인사이트 오프라인 모임>
글 입력 2022.07.13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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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아트인사이트 오프라인 모임에 다녀왔다. 에디터부터 전문 필진까지, 저마다의 방식으로 문화예술을 사랑하고 향유하는, 또 그 힘으로 글을 쓰는, 아트인사이트 구성원 약 25명이 모여 5시간 동안 저마다의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신청할 때만해도, 모임이 5시간이나 된다면 대화를 나누기에 충분하고도 남을 것 같았다. 실제로도 집에 돌아가는 지하철에서 머리가 띵하게 느껴졌을 정도로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다. 그런데 시간이 모자랐다. 아직 한번도 얘기를 나눠보지 못한 분들도 많이 계시고, 말 못한 주제도 많다. 모임이 끝날 때 쯤엔 차라리 밤샘 토크 모임을 하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던 정도였으니, 시간이 충분하리라는 예상은 시원하게 빗겨나간 거다.

 

*

   

처음 오프라인 모임에 대해 들었던 건 대표님과의 티타임에서였다. (아트인사이트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대표님과의 티타임을 신청할 수 있다) 시험을 준비하며 보내던 일상에 조금은 지쳤던 필자는 오프라인 모임 이야기를 듣자마자 무조건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무려 25명의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이라니..! 게다가 문화예술에 흠뻑 취해있을 사람들과의 대화라니! 어쩌면 아트인사이트에서 공감하고 또 감탄하며 읽었던 그 글들의 필자들과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게 될 수도 있는 절호의 찬스였다. 자극과 위로가 될 대화들이 고팠고, 궁금했다.

   

<오프라인 모임> 문화초대 신청을 위해서는 다음의 다섯 가지 항목을 써내야 했다. 자신을 나타낼 수 있는 다섯 단어, 최근 관심사 1-3건, 인상 깊었던 문화초대 3건, 자유소개 & 발언, 대표글 & 선택 이유.


며칠 후에 문화초대 선정 공지와 함께 다른 분들의 명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신청 인원은 총 네 개의 그룹으로 나뉘었고, 각 그룹엔 좌장이 한 분씩 계셨다. 한 분 한 분의 소개와 대표 글을 읽어보다 보니 눈에 익은 이름과 글들이 꽤 많이 보여 반가웠다. 또 한편으로는 ‘아, 그 분 이름은 없네’ 싶던 아쉬운 마음도 있었지만 말이다.

   

*

   

드디어 모임 당일이 되었을 땐 오히려 긴장이 됐다. 오랜만에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도 떨렸고, 문화예술 관련 경험이나 지식의 부족함이 대화에 걸림돌이 될까 봐 걱정되기도 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얼굴들을 마주하고 어색하게 인사하면서부터 금세 설레는 마음으로 바뀌었다. 어쩐지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동질감이 느껴져서 친숙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처음 1시간 반 정도는 명단에서 소개되었던 그룹대로 나뉘어 좌장 중심 그룹 담화 시간이 이어졌다. 가벼운 분위기에서 6명 정도씩 모여 서로의 글에 대해, 취향에 대해 또 문화예술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모든 인원이 한 명씩 일어나서 짧게 자기소개를 했고, 이후엔 영화, 전시, 도서, 공연을 각각 지정 주제로 두고 새로운 이들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자유 그룹끼리 이야기를 나눴다.

   

랜덤으로 정해진 사람에게 익명으로 질문을 작성하는 익명 지정 질문 시간도 있었다. 종이에 적힌 이름의 분께 자유롭게 질문을 썼고, 돌아가며 대답했다. 마지막으로는 아트인사이트 대표님께 질문하거나 건의하는 시간으로 마무리됐다.

   

처음 좌장 중심 그룹 담화 시간에는 같은 문화초대에 같은 날 참여했음에도 서로를 몰라서 지나쳤던 이야기, 좋아하는 음악에 대한 이야기, 또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즐겁게 나눴다. 각자 다른 지역에서 살고, 전혀 다른 일상을 보내면서도 문화예술에 있어서는 비슷한 관심사를 지니고 어떤 장소에선 또 서로를 스쳐 지나다녔으리라는 것이 신기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글쓰기의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좌장 중심 그룹 담화 시간을 포함해서 모임 내내 글쓰기에 대한 대화가 오고갔다. 글을 쓰는 과정은 외롭다. 글에 나만의 감상과 감성을 담고, 글의 형태를 다듬어 기고하는 그 과정은 나 외에는 누구도 도움을 줄 수 없기 때문에 혼자 해내야만 하는 일이다. 그래서 외롭다.

   

누군가가 자신의 어떤 글은 마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빠르게 올린 글이라 마음에 안 든다고 털어놓는다거나, 하고 싶은 문화 초대가 너무 많아서 모두 신청하고 보면 리뷰 글이 밀려있다는 이야기를 하거나, 자신이 기고한 글은 부끄럽고 맘에 들지 않아서 다시 읽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면 공감하느라 계속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수많은 글을 기고한 분들도 글을 쓰려면 오래 걸리는구나, 맞아맞아 참여하고 싶은 문화초대 너무 많지 하면서 말이다. 직접 만나기 전까지는 나만 특히나 글쓰기가 더 어렵고 더 외로운 줄 알았다.

    

글쓰기는 모두에게나 누구에게나 다 힘들고 어려운 일이었다. 필자의 조의 좌장이셨던 분의 이야기처럼 모임의 우리는 만난 적은 없지만 모두 이미 '글벗'이었다. 글쓰기에 담긴 희노애락을 진심으로 공감해줄 수 있는, 외롭게 글을 쓰는 새벽이라도 어디선가 구성원 중 누군가도 함께 외로워하며 글을 쓰고 있을 것이라는 위안을 주는, 그런 존재가 서로에게 되어주었다.

   

자기소개 시간엔 각자 이름을 이야기하고, 자유롭게 발언했다. 주로 아트인사이트 활동을 하게 된 이유와 본업, 자주 기고하는 글과 요즘 쓰고 있는 글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모두 다른 인생을 살아오고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각자만의 경로와 이유로 아트인사이트에서 글을 기고하고 있었다. 글을 통해 해방감을 얻기도 하고, 타인에게 읽힐 것을 고대하기도 하며 말이다.

 

이때 한 번 들은 이름들을 그 사람과 매치시켜 기억하기가 어려웠던 건 아쉬운 점이다. 다음번 모임부터는 이름표를 달 거라고 하셨으니 다음 모임에서는 이름과 사람을 기억하기가 더 수월해질 것 같다.

   

자유 그룹 담화 시간에는 필자는 처음엔 영화 주제로, 두 번째엔 전시 주제의 테이블로 옮겨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시네필들의 영화 얘기를 들으며 내가 아직 안 본 영화들도, 봤으면서도 제대로 느껴보지 못한 영화나 많다는 사실 덕에 신이 났다. 이론적인 영화 이야기가 아니라, 삶 속에서 영화와 항상 함께하며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요런 작품, 이런 감독, 저런 영화적 분위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자연스럽게 서로 의견을 나눴다. 두번째 전시 주제 테이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각자 좋았던 전시의 감상에 대해 나누고 전시공간을 추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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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오프라인 모임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발언하는 이는 '수줍게'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한참을 이야기하고, 이를 듣는 사람들은 그 사람에게 온전히 집중한다는 것이었다. 모인 구성원들끼리 서로의 관심사가 비슷하다 보니 자연스레 서로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 같다. 그 누구도 한번 핸드폰을 확인한다거나 하는 일 없이 서로의 대화에 집중했다.

 

당연하지만 누군가 혼잣말하도록 내버려 두는 일도 없었다. 모두 서로의 이야기에 반응하고 질문하며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비슷한 관심사에 맘껏 이야기하면서도 다른 취향과 다른 생각을 지녔다는 것을 알기에 편견이나 벽은 없이 대화할 수 있었다. 대화는 토론이 되기도 했고 한껏 다른 의견을 내놓다가 우리네들끼리 그만의 결론과 정답을 내리기도 했다.

   

학교든 직장이든, 일상에서 이토록 비슷한 관심사를 지닌 무리를 만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드라마를 이미 다 보았고,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나만큼 혹은 나보다 더 잘 알고, 서로 전시를 추천해줄 수 있고, 문화 공간과 공연을 추천해줄 수 있고 또 그런 이야기들에 서로 신이 나서 이야기하고 귀 기울여 들어줄 수 있는 모임이었다. 보는 것, 듣는 것, 느끼는 것이 비슷해서 그런 건지 서로의 농담도 더 잘 와닿는 지경이었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너무 많은 이야기로 기분 좋게 지끈거리는 머리를 주물렀다. 일상에서는 지극히 평범하고 은은한 우리가, 문화예술 이야기만 나오면 열정을 다해 쏟아내는 것들의 힘이 얼마나 큰지 생각해본다. 또 이토록 다양한 모양새로 문화예술을 애호하는 사람들끼리 함께하는 힘은 어찌나 클지도 생각한다. 이어질 다음 모임에서의 수다가 한껏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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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현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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