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이드웨이'로 감상하는 영화 속 와인 이야기

글 입력 2022.06.24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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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누아 와인과 우리 인생의 평행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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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nopsis


 

소심하고 건조한 삶을 지내고 있는 영어교사 마일즈(폴 지아매티)는 유일하게 와인을 마실 때는 생기가 넘쳐난다. 전처를 잊지 못하는 후유증을 와인에 기대어 달랠 정도로 마일즈 인생에 와인은 빠질 수 없다.

 

그의 단짝 친구 잭(토마스 헤이든 처치)의 직업은 배우지만 제대로 된 깃발을 꽂지 못한 채 여전히 배우로서 갈피를 못 잡고 있다. 배우로서 뽐내야 마땅한 넘치는 끼는 여자에 대한 작업이 들어갈 때만 유용하게 사용되는 전형적인 플레이보이다. 이처럼 성격과 외모에서 접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것 같은 이 둘은 서로의 약점을 잘 채워주는 우정을 이어나가고 있다.

 

자작 소설을 출판사에 의뢰한 후 출간 결정을 기다리는 마일즈와 결혼이라는 인생 제2 막을 준비 중인 잭의 총각파티를 위해 산타바바라 지대의 와인 농장으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러던 중 마일즈는 원래 알고 지냈던 웨이트리스 마야(버지니아 매드슨)과 다시 만나게 되며 깊은 대화를 나누는 사이로 발전한다. 잭 또한 얼마 남지 않은 총각 시절을 즐기기 위해 와인 시음실 안에서 관능적이고 스타일리시한 스테파니(산드라 오)와 오붓한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 두 남자는 결혼 소식을 비밀로 유지한 채 그녀들과 더블데이트를 함께 추진한다. 그러던 와중 마일즈의 소설 출간은 무산이 되며 아직 전처를 깨끗이 정리하지 못한 채 마야와의 새로운 사랑을 주저하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잭의 결혼 이야기를 무심코 꺼내 마야의 화를 돋구기 까지 한다. 마일즈의 실수로 일어난 관계의 불씨는 잭과 스테파니 커플에게 오해를 사게 된다.

 

이처럼 한 치 앞도 예상하기 어려운 우리의 인생은 어디로 흘러갈지 감이 오지 않기 마련이다. 가능한 많은 양의 와인을 시음하고 맛보고 싶어 했던 마일즈와 가능한 많은 여자들과 즐기고 싶었던 잭의 여행은 과연 어디로 흘러가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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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logue


 

와인 포도품종 피노누아를 좋아하는 이유를 이야기하는 마일즈

 

마일즈 : 피노누아는 재배가 힘든 품종이잖아요. 아무 환경에서나 못 자라서 끊임없이 보살펴줘야 하고 오염되지 않은 청정 지역에서만 잘 자라죠. 인내심 없는 재배가 불가능하고 시간과 공을 들여서 돌봐줘야만 포도알이 굵어져요. 그렇게 잘 영글면 그 맛과 오묘한 향이 태고적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죠. 또 다른 품종과는 다르게 소박함도 느껴지고... 당신은요? 왜 와인을 좋아해요?

 

마야 : 전 와인의 삶을 찬미해요. 한 생명체가 포도밭에서 익어가는 모습 비가 내리고 따사한 햇살... 와인이 만들어지고 숙성되는 오랜 세월 동안 죽어간 사람들... 또 와인은 변화무쌍하죠. 따는 시기에 따라 그 맛이 제각각이잖아요. 생명력을 가졌기에 끊임없이 변화를 거듭하죠.

 

제 맛을 함껏 뽐내곤 삶을 마감하죠. 최고의 맛을 선사한 후에!

 

 

 

Sideway's opinion


 

마일즈와 마야의 대사를 들으면 그들은 기억나는 삶의 한 장면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따로 하고 있지 않다. 하루는 짧지만 전체는 여전히 길게 진행 중인 삶에서 행복했던 시간과 더불어 이 영화의 제목처럼 어느새 샛길로 새어나가 경로를 이탈했던 경험들이 무수했을 것이다. 마일즈의 삶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회전시킨 이혼을 더불어, 부가적으로 묶여온 고요하고 적막하기 그지없는 하루를 보내며 저 멀리 탈피하고 싶었던 날도 있었을 것이다.

 

남들은 아닐지언정 나 자신은 어딘가 특별한 삶을 맛보게 될 거라고 생각한 철없던 시절을 지나면 막막한 현실이 보인다. 우리네 인생은 정말 덧없고 별일 없다는 것을 체감하기 시작하면 비로소 삶의 무게감을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어른이 되고 세월이 지나면 자신의 생김새와 분위기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 있다. 삶의 흔적을 숨기려고 해야 숨길 수 없는 표면적인 상태는 한 사람의 가치관과 그동안 영위했던 모든 생활 양상의 결합소라 표현되기 때문일 것이다.

 

즐겁고 행복해야만 품위 있는 사람처럼 보이는 걸까를 생각해 보면 절대 그렇지 않다. 고생에 고생을 한 사람이지만 그 사람 자체에 고귀한 향이 전달되는 경우가 있다. 이는 마치 오랫동안 덥지도 않고 차지도 않은 장소에 세심함을 기반한 오랜 노력을 기울여 숙성시킨 와인처럼 자신을 스스로 인내심으로 대접한 사람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기품일 것이다.

 

와인의 생명력은 여러 요소가 있겠지만, 단언컨대 오랜 빈티지가 큰 영향을 미친다. 와인의 빈티지를 사람으로 빗대면 태어난 연도다. 스스로를 우아한 와인으로 탄생시키기 전 단계인 떼루아(땅)부터 물의 양, 햇빛 그리고 모든 바람의 영향을 스스로 조절하고 그 위에 포도나무가 심어지면 식용 포도가 잘 완성될 수 있도록 상한 줄기는 제때 잘라준 후 다시 긴 호흡의 시간을 가지면 된다. 그러니 매우 더디다는 감정과 샛길로 빠지는 중 아닐까 의심할 필요도 겁낼 필요가 전혀 없다.

 

흔히 시중에서 파는 와인 한 병이 나오기까지 소비자들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느린 호흡으로 성장 단계를 거치고 있는 와인만의 세계가 존재한다. 로버트 파커같은 대단한 와인 전문가도 와인에 대한 깊은 조예가 있음에도 예측불허한 자연환경의 영향을 제일 많이 받는 와인을 포도나무 성장시기에 감히 미래 수요에 대한 정확한 예측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이처럼 인생 전반의 선택과 그로 인해 수반되는 어떠한 형태들은 오로지 자신의 직관과 심지에 맡기며 그래야만 했던 타당한 이유만 알고 있으면 된다. 이동진 영화 평론가의 하루는 성실하게 인생은 되는대로라는 명언이 나온 데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와인을 의인화로 입혀 설명하면, 와인 또한 스스로를 믿지 않으면 절대 우아한 기호 음료가 될 수 없다. 사람이라고 다를까. 오히려 더 큰 세계에 와인의 개수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부여된 삶의 사막에 외롭게 홀로 서며 간혹 오아시스를 만나면 반짝 웃음을 띠고 다시 외로움과 고독함에 논쟁을 벌이게 된다. 반복된 굴레와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감냥이 없다고 판단되면 적어도 자신에게 부여된 삶에 동점이라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공을 들이는 것이 삶에 대한 책임감이라 할 수 있다.

 

 

 

Another movie about w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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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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